/농부들의 추수秋收, 가을걷이/
가을 농촌 풍경
이상하게도 보통 도시 사람들이 꿈꾸는, 은퇴하면 귀농하겠다는 막연한 꿈이 나에게는 없다. 군대에서 젊은 시절을 저당 잡히던 시절에 잠깐 겪었던 농사일은 돌멩이도 씹어 먹는 인생의 황금기 튼튼한 육신으로도 감당하기 버거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체감하고는 결코 귀농이라는 단어 자체를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도시의 그 어떤 힘든 일도 보상이 따른다. 하지만 농사일은 결코 그렇지 않고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에 의해 변수가 많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70년, 80년대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그 힘든 농사일로 벌은 돈을 오로지 자식의 앞날을 위해 기꺼이 내놓을 수 있었겠는가, 오로지 자식만은 힘든 농사일 대신 편한 펜대 놀리는 일을 하기만을 바라며 아들, 딸을 대학에 보내고 도시에 보내고 했던 것이다.
억새풀이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가을날의 농촌 풍경은 귀농을 꿈꾸던 꿈꾸지 않든 간에 아름다운 대지의 바다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금빛 억새풀 사이로 우리 농촌의 전형적인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청춘들은 모두 사라진 곳에서 나이 육십이 막내를 필두로 남자 답지 않게 수다를 이어가며 가을걷이에 한창인 농부들.
모를 내며, 김을 매고, 가을걷이 추수를 하는 농촌에서는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작업이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들 눈에 색다르게, 혹은 무신경하게 펼쳐진다. 도시라면 일손을 불러 할 일들이지만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선 대부분 품앗이로 부족한 일손을 메꾸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정이 바쁜 손놀림 속에 가득 묻어 나오기도 한다.
부부가 늙어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이 농부들은 고단한 하루의 일과를 농과 농으로 풀어주는 모습이 마치 바흐의 Bach : Eihnachts Oratorium가 귀에서 흘러나오듯 흥겹고 정답다. 그 정겨움에 온몸을 묻고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도 이미 마음은 다른 여행지를 향해갈 것을 알기에 조금만 더더 하는 마음을 접고 잠시 스치는 바람처럼 농부들 곁을 스쳐간다. 농부들의 가을을 잠시라도 풍요롭고 행복한데 나의, 우리의, 도시의 가을은 얼마나 행복하고 풍요로우며 만족스러울까, 가을바람이 유독 스산스러웁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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