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조연배우의 미라클 한 인생 역작 영화/
일본 리메이크 유해진, 조윤희 주연 코미디 영화 럭키
유해진, 조윤희 주연 영화 럭키는 일본 원작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한국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카이 마사토와 카가와 테루유키가 출연한 일본 영화로 2012년도에 발표한 작품을 유해진과 이준, 조윤희 등이 출연하며 697만의 관람객을 동원한 한국 코미디물입니다. 소위 티켓파워 흥행배우가 출연하지 않았지만 잘 만든 작품은 역시 관객이 알아보고 찾아와 준다는 진리를 영화 럭키가 증명한 셈입니다. 일본 원작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은 독특한 시나리오가 인상적인 영화이며 커플즈, 남쪽으로 튀어를 연출한 이계벽 감독의 작품이며 조연 및 악역 단골 배우인 유해진의 첫 주연 작품이기도 합니다. 냉혹한 킬러인 형욱(유해진 분)은 사건 처리 후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기억을 잃게 됩니다. 또한 인기도, 삶의 의욕도 없어 죽기로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 분)은 신변 정리를 위해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는 형욱을 보게 되고, 자신과 그의 목욕탕 키를 바꿔 도망치게 됩니다. 이후 기억상실증에 걸린 형욱은 자신이 84년생 재성이라고 알게 되고 리나(조윤희 분)의 도움으로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면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게 됩니다.
사실 유해진의 연기가 조연으로서 극의 윤활유나 감초스러운 맛깔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영화 럭키의 주인공으로써 극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내심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로 끝났습니다. 영화 럭키는 블랙 코미디도, 근래 보기 드문 수작도, 킬링타임을 책임지는 액션 영화도, 티켓파워가 영화 전반을 책임지는 영화도 아니지만 유해진이 홀로 빛나는 영화이자 고군분투하는 영화였으며 유해진이 영화의 핵심이자 KEY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기억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열쇠를 도둑맞으면서 킬러였던 형욱은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무명배우 재성의 단칸 옥탑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또한 재명은 형욱의 열쇠를 훔쳐 달아나고 그의 옷을 입고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하지만 자살 직전까지 갔던 그의 무기력함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의 전개는 불행한 인생들을 다루고 있으면서 이 특별한 일탈이 가져올 변화를 넌지시 암시만 해줄 뿐입니다. 그게 불행인지, 행운인지는 아무도 모를 뿐입니다. 다만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형욱이 이발소를 운영하는 재명의 아버지 가게(자신의 아버지일 거라 생각하고 간 형욱)에서 단역배우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손님과의 대화를 듣고 배우로서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진행됩니다.
재명은 무명배우가 겪는 비애와 좌절, 미래에 대한 불안 등에 결국 삶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같은 조건과 환경에 형욱이 들어갔지만 형욱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삶을 뚜렷한 목표와 확신으로 채색해 갑니다. 걸핏하면 불행이 형욱에게 다가온 것 같지만(목욕탕에서의 기억상실과 인생 낙오자 재명으로 살아가야 하는 형욱의 뒤바뀐 인생 등) 불행을 마냥 껴안고서 신세한탄만 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비중 자체는 형욱만큼은 아니지만 재명 역시 은주(임지연 분)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실낱같은 여지를 남게 두게 됩니다.
유해진이라는 배우 자체가 재능이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인상도 아닌데도 실제로 그만한 노력으로 충무로 바닥에서 살아남았듯이 어디에서든 살아남는 사람은 살아남는다는 교훈적 메시지가 충만한 영화가 럭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일본 원작보다 한국 영화로 리메이크한 럭키가 코미디 요소로는 더욱 잘 만들어지고 연출 역시 무난하다 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힘에 기댄 작품이 럭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급대원 리나가 사회복지사 수준으로 응급환자를 챙겨주는 것이나 재명이 형욱의 비밀의 방에서 발견한 각종 무기들과 신분증들을 보며 경찰이라고 추측하는 부분은 디테일 자체가 형편없었다 여겨집니다. 특수요원이라면 모를까? 또 한 인기 드라마에 얼굴이 나오는 연기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의뢰인 등은 연출 자체에는 힘을 실어줄 수 없는 오류들이 영화 곳곳에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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