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32】 타인의 삶/
도청과 감시를 넘어 자신을 바꾼 영혼의 아름다운 소나타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32위를 차지한 독일 영화 타인의 삶 (The Lives Of Others, 2006)의 시대적 배경은 동독과 서독이 서로 분리되어 있던 시기로 서로에 대한 견제가 감시가 매우 심하고 예민했던 시기이며 예술 분야에서도 철저한 감시가 행해지던 시절입니다. 자칫 정치적인 이야기로 비출 수도 있지만 타인의 삶이라는 제목처럼 우리의 인생과 삶을 고찰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을 감시하는 비즐러는 인물은 국가에 대해 매우 헌신적인 보안 경찰관으로 영화 속에서 매우 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만 자신이 감시하는 한 예술가의 삶에 들어가면서 예술가의 인생을 사랑하고 함께 공감하게 되며 예술가의 삶을 지켜주게 됩니다. 영화 투어리스트 (2010), 작가 미상 (2018) 등을 연출한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작품으로 주연배우들로는 울리히 뮈헤(하우프트만 게르트 비슬러 역),세바스티안 코치(게오르그 드레이만 역),마티나 게덱(크리스타-마리아 실란트 역),울리히 터커(안톤 그루비치 역)등이 출연하며 타인의 삶 시놉시스는 1984년, 동독. 비밀경찰(스타지)의 감시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철저히 조사당했던 동독의 국민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나라와 자신의 신념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던 냉혈 인간 -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중대 임무를 맡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고 비즐러는 오히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으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며 이전의 삶과는 달리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타인의 삶은 두 인물에게 집중하는데 한 명은 보안 경찰관 비즐러이며 다른 한 명은 예술가 게오르그입니다.이들이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정반대의 세계인데 위험과 위협을 무릅쓰고 자신의 글을 써 나가는 예술가 게오르그와는 달리 비즐러의 인생은 자신의 신념과 확신으로 살아간다기보다는 영혼이 없는 로봇처럼 그저 시키는 대로 명령에 복종하는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비즐러는 예술가 게오르그와 그의 연인 크리스타-마리아 실란트를 도청, 감시하면서 서서히 인간성을 회복해나가는데 영화 타인의 삶에서 비즐러의 변화가 드러나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비즐러가 한 꼬마를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꼬마가 비즐러에게 아빠가 보안 경찰 아저씨는 나쁘다고 말했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자 비즐러는 그런 꼬마를 내려다보고는 이름이 뭐냐고 묻자 꼬마는 비즐러에게 누구의 이름을 묻냐고 다시 물어봅니다. 비즐러의 신분을 생각해보면 아이의 아버지에게 큰 화가 미치겠구나 싶었는데 비즐러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였다는 것입니다. 아이나 그 아이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아이가 들고 있는 공의 이름을 물어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즐러가 예술가의 집에 도청기를 설치할 때 이웃 여자가 목격하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협박을 날렸던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면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비즐러는 예술가가 읽던 시집을 몰래 가져와 읽는가 하면 예술가가 슬픔에 잠겨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함께 눈물을 흘리고 예술가의 연인 크리스타를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등 예술가와 크리스타가 상처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배려합니다. 오로지 국가에 충성하며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진 감정들인 공감, 위로, 연민, 동경, 사랑과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자신이 감시해야 하는 대상자에 감정이입되어 오로지 자신만의 의지로 타인의 삶을 도와주고 지켜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비즐러가 윗선의 눈을 속이면서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지도 모르는, 위험한 행동을 지속한 것은 비즐러 자신이 여태껏 남의 삶을 살아온 느낌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 오로지 자긴 만의 이익을 위해 산다는 사실은 분명한 팩트지만 타인을 위한 삶 역시도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즐러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의한 것으로 냉혈한 비즐러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며 타인으로 인해 사랑과 연민 같은 감정을 얻게 됩니다.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32위를 차지한 영화 타인의 삶의 핵심적인 사건의 도구는 공권력에 의한 도청과 감시입니다.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도청과 감시는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일이지만 냉전 하의 동•독일에서는 체제 유지를 위한 필연적 수단이었으며 첩보와 도청의 중추적 기관이었던 동독의 정보국은 구소련의 KGB와 원활하게 연결되어 있었을 정도로 악명이 자자한 기관이었습니다. 비즐러 중위는 1984년 동독의 국가 정보국에서 일하며 국가가 모든 국민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면서 서기장 호네커 의장에게 앙심을 품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비즐러를 비롯한 동독의 국가 정보국 사람들에게 주어진 임무였습니다. 감시와 도청은 영화 타인의 삶에서 크리스 나를 절망에 빠트리고 자살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될 만큼 당시 비즐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국가의 불법적인 행위에 의심도, 의구심도 가지지 않은 채 타인의 삶을 지배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영화 타인의 삶은 감시자 비즐러와 감시당하는 자인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로 요약되는데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에 의해 변화하는 과정의 비즐러가 서서히 따뜻한 인간미와 예술적 감성을 찾는 치유의 과정을 담담히 그려냅니다. 비즐러는 기존의 자신으로부터 180도 달라지는데 다행히도 개인의 인간성이 파멸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파멸된 인간성이 회복됩니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이후 크리스타를 잃었던 드라이만이 자신이 도청되었음을 알고 비즐러의 암호명인 HGW XX/7가 자신을 도와주었음을 알게 된 후, 드라이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즐러를 위해 보답합니다. 2007년 위암으로 사망한 비즐러 역을 맡은 배우 울리히 뮈헤를 생각하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영화 타인의 삶, 탁월한 절제 미와 더불어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이 예술과 사람을 향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기도 한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32위 영화 타인의 삶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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