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의 거인은 종교적 맹목에 대한 통렬한 풍자극인가?물질만능주의의 그릇된 사기인가?
세상을 속인 기독교 역사상 세기의 사기극들①
우리는 현재도 과거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를 현혹시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것입니다.역사를 통틀어 세상을 속이거나 속이려고 한 거짓말의 많은 예가 있습니다. 거짓말은 아주 흔하고, 재미있는 속임수에서부터 꽤 정교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거짓말에 종교가 더해지면 더 흥미로워지는데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기독교인들의 속임수가 있었는데 세상을 속이고 기만한 기독교 역사상 세기의 사기극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 속 거인 네피림의 유해가 발굴되다
1869년 10월 16일, 미국 뉴욕의 카디프에서 키 3m에 이르는 화석 유해가 발굴됩니다. 윌리엄 뉴웰이라는 농부가 인부를 사서 우물을 파던 중에 발굴된 이 거인의 유해는 카디프 거인Cardiff Giant)이라 불리게 되는데 일부 신학자와 목사들은 구약성경의 진실이 마침내 빛을 보았다며 들떠 설교하기에 이릅니다. 창세기 6장의 네피림(Nephilim) 즉 하나님의 아들들과 인간의 딸들 사이에 태어난 거인족의 유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신자와 구경꾼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자 뉴웰은 천막을 치고 1인당 25센트의 관람료를 받았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카디프의 거인 유해를 보러오자 입장료는 이틀 뒤 50센트로 인상되기까지 합니다.하지만 진실을 얼마안가 밝혀지는데 카디프의 거인의 유해는 가짜였습니다.1년 전 뉴욕의 담배 제조업자 조지 헐(George Hull)이란 이가 석공을 동원해 석고 석상을 깎게 한 뒤 산성용액 등으로 표면을 부식시켜 흠집을 내고 때를 묻혀 조카인 뉴웰의 농장에 파묻은 것으로 거인을 본 뒤 지병이 나았다는 식의 영험한 간증까지 이어지면서 더 뜨거워진 관람 열기에 가짜라는 고고학자들의 판정은 여지없이 묵살되고 맙니다.제작ㆍ운송 경비로 모두 2,600달러가 들었다는 카디프의 거인은 얼마 뒤 한 합자회사에 2만3,000 달러에 팔려 나갑니다.
유해의 환금성에 눈을 뜬 이 중에는 ‘링글링 브라더스’ 서커스의 창설자 P.T 바넘도 있었는데 그는 ‘거인’을 사겠다며 5만 달러를 제안했지만 회사가 거절하자 아예 ‘거인’을 복제해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것이 진짜라고 선전하며 별도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소송이 시작됐고, 진위 공방이 불붙었으며 법원은 특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위를 판별했고, 1870년 2월 2일 둘 다 가짜라고 결론 짓습니다. 가짜의 가짜에 대한 소송 역시 당연히 원인 무효가 되면서 그렇게 끝나나 싶던 짧은 허무극은 하지만, 1876년과 77년, 92년, 97년 다른 장소 다른 이들에 의해 유사한 형태의 사기극으로 재현됐습니다.헐에 대한 소송은 알려진 바 없는데 무신론자였던 그가 창세기 거인족의 실재 여부를 두고 한 감리교도와 논쟁을 벌인 뒤 맹신자를 조롱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설이 있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벌인 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의 사기극은 결과적으로 종교적 허상과 맹목에 대한 통렬한 풍자극으로 남았고, 문학과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모티프가 됐으며 그의 ‘거인’은 이후로도 몇 번 더 장식용 등으로 거래가 됐고, 1947년 뉴욕 쿠퍼스타운 ‘파머스 뮤지엄’이 사들여 지금도 전시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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