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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풍파에 사라져만 가는 추억의 조각들 |
배다리를 지나면 바로 고서적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책을 읽는 소녀가 서점 담벼락에 이쁘게 채색되어 있어 고서적 거리의 힌트를 제공한다.이곳에 처음오는 이들일지라도 저 그림만 본다면 어떤 곳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고서적 거리 곳곳에 이런 벽화-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셔터위에 새겨진 그림들이지만-가 서점들 마다 그려져 있었다.사진을 찍는 이는 관찰력도 탁월해야 할 것 같다.보통 서점이 활발히 열리는 오후 시간에 가서인지 무엇보다 이번에 발견한 셔터위의 그림들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고서적 거리를 지나면 예전 친구들이 살던 동네가 나오는데 지금은 저렇게 황량하게 철거된채 까만 고양이 벽화와 개코 막걸리라는 이름도 특이한 주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까만 고양이 벽화를 지나치면 다 쓰러질 듯한 낡은 주택들이 사라져간 옛 친구들 집 사이로 위태로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고 골목 어귀에는 강아지 한마리가 시크한 표정으로 오전의 한시간을 지켜내고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며 이 강아지를 담은 이들에겐 어쩌면 인천 배다리에서는 가장 유명한 견선생일듯 싶다.귀찮다는 듯 카메라를 피하다 잠시 고개를 돌리 때 찰칵 찍어봤는데 강아지의 표정이 진짜 오묘하다.
낡아 빠진 주택가 처마 밑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과 벽화 거리 모습이 묘하게 내 마음을 잡아 끈다.
단 몇분 거리도 안되는 배다리를 지나 송림동 쪽에도 벽화가 보인다.초겨울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벽화와 계절이 만든 고드름이 어우러져 묘한 대비감을 불러일으키고는 한다.비록 완전하게 완성된 통영 동피랑과는 비교하기 힘들 불완전한 벽화거리의 모습이지만 이 거리가 온전하게 거리의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보는 것은 낡고 늙으면 모두 사라져가야만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역습 정도라고나 할까?고서적 거리부터 좀 더 위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벽화거리로 인해 보려진 거리가 아니라 낡고 오래되었어도 사람들 손길,발길로 얼마던지 아름다움을 머금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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