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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심훈의 상록수는 교과서에 나오는 지루한 문학의 대명사였다.일제 강점기에나 있을법한 고압적인 교육방식에서 전혀 문학적으로의 접근은 배제된채,농촌계몽과 민족주의 고취라는 브나로드 운동속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지루한 설명은 귓전에 전혀 들어오지도 않았다.그저 시험에 형용사로 부사로 나오는 곳을 밑줄 쫙~그걸로 땡,외우면 그뿐인 것들이었다
그렇게 심훈의 상록수는 잊혀졌다.월드컵의 거대한 스포츠 열기에.첫사랑과의 달콤한 밀회에,청춘의 방황과 질풍같은 노도의 시기에 상록수가 바라던 것은 철지난 유물과도 같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상록수를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때 교과서에서 주입식으로 쑤셔 박던 계몽소설은 어디에도 없었다.영신과 동혁이 살았던 암울했던 현실은 시대적 흐름을 달리하고 변함없이 흐른다.다만 그 시대에는 분명한 흑과 백이 존재했다면 지금의 21세기에는 모호하다는 점일 뿐,그럼에도 청춘들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여전히 흔들거린다.
채영신은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였지만 현실에서는 고학력 실업자들이 되어 있고 값비싼 등록금에 빚을 지고 허덕이는 암울한 청춘들로 바뀌었을 뿐이다.채영신은 시대의 흐름앞에 생물학적 죽음을 당하지만 현실 속 채영신들은 보이지 않는 벽들에 가로막혀 정신적 죽음을 당하고 굴복하며 스러져가고 있다.
소설가 심훈이,혹은 채영신이 동혁이 바라보던 그 상록수..나 또한 바라보고 있다. 20살이 넘어 다시 바라본 상록수 그리고 그 이름 하나에 무작정 정겨웠던 상록수에 발을 디디고 있는 나,겨울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푸르르던 상록수의 꽃잎들도 사그러질 것이며 마지막 잎새 바라보듯 절망을 느끼는 이들도 있겠지만 다시 봄은 올 것이다.채영신이 바라보던 그 암울한 시대도 저물고 격랑의 시대를 맨몸으로 살아온 이들의 상록도 저물었으며 21세기 우리가 겪는 상록수도 저물 것이기 때문이다.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죽은 영신을 보내며 상록수를 바라보던 동혁의 심정처럼 이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나 역시 바라보며 담아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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