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문화혁명을 일으킨 계급사회에 대한 다양한 복선과 해석/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정말 할 말이 많은 작품입니다. 우리 사회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대변되는 계급사회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두 가족의 기묘한 만남에서부터 비극으로 치닫는 결말까지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을 엿볼 수 있는 블랙 코미디 가족 드라마 영화이며 한국 장편 영화로는 최초로 장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제66회 시드니 영화제 대상, 2019 국제 씨네필 협회 시상식 감독상, 2019 필름페스트 뮌헨 경쟁부문 노미네이트, 2019 제15회 유라시아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감독상, 2019 제24회 춘사영화상에서는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4관왕(최우수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제92회 미국 아카 데리 시상식에선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2020)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영화 지리멸렬 (1994), 백색인 (1994), 플란다스의 개 (2000), 이공 (2003), 살인의 추억 (2003), 괴물 (2006), 마더 (2009), 이키 (2011), 설국열차 (2013), 옥자 (2017)등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주연배우들로는 기택 역에 송강호, 동익 역에 이선균, 연교 역에 조여정, 기우 역에 최우식, 기정 역에 박소담, 문광 역에 이정은, 충숙 역에 장혜진, 민혁 역에 박서준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기생충 시놉시스는 전원 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분)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 분)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해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 되는데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 사장(이선균 분)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 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 분)가 기우를 맞이해주지만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영화 기생충은 우리 시대의 부유층과 하층민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보는 관점과 시점에 따라서 영화 기생충은 다양한 복선과 해석을 낳기도 하는데 영화 기생충에는 현재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순과 과거 한국의 근현대사의 모습까지 주인공들의 모습에 투영되어 있기도 합니다.일단 만날 일이 없어 보이던 상류층 박 사장과 하류인생 기택의 가족들은 기택의 아들 기우와 딸 기정이 학력위조와 사문서 위조까지 해서 박 사장의 집에 들어와 과외를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기우와 기정의 학력위조는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분명 범죄이지만 우리에게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승마를 통해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한 모습과 함께 사회 전반적으로 학력위조에 대한 경각심을 상실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켜주며 여기에 머물지 않고 기우는 박 사장의 딸 다혜를 유혹하고 박 사장 집에서 일하던 미술 선생과 운전사, 가정부를 차례로 쫓아내기에 이릅니다. 기택의 아들 기우는 여동생 기정과 아버지, 어머니까지 가족 전체를 박 사장의 집에 취업시켜 박 사장의 집을 자신들의 가족으로 장악하는데 이는 과거 최태민이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유혹해 자신의 딸 최순실을 박근혜 최측근으로 심은 후 박근혜를 세뇌해 여동생 박근령과 박지만을 멀리하게 만들고, 육영재단을 통해 박근혜의 재산을 차지하는 모습까지 연상시키기도 합니다.또다른 해석은 일제 강점기 이후 해방을 맞으면서 이승만이 미국의 등을 업고 한국 사회에서 척결되어야 했던 친일파들을 모조리 중용하며 대한민국의 기초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모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가족이 박 사장에 기생하게 되는 과정과 최태민과 그의 가족들이 박근혜라는 숙주에 기생하게 되는 과정 혹은 이승만과 그 무리들이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과정들이 은유적으로 표현된 장면이라 여겨집니다.
민혁(박서준 분)이 기우에게 과외를 소개시켜주면서 과외할 집의 사모님 연교(조여정 분)를 언급하는데 "그 집 사모님이 뭐랄까... 심플해. 영 앤 심플." "암튼 좋아... 난 좋았어."라고 말하기도 하며 반대로 연교도 기우와의 첫 만남에서 전(前) 과외 선생 민혁에 대해 "인간 자체가 워낙 브릴리언트 하잖아요. 저나 다혜나 만족도가 높았거든. 다혜 성적 하고는 별개로.""아, 진짜 너무 좋았어."라며 굉장히 애매모호한 표현들을 늘어 놓지만 결국 민혁과 연교 모두 서로를 좋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성격과 인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시점과 관점 차이로는 둘 사이의 묘한 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는 봉준호 감독이 그렇게 느끼도록 일부러 연출한 장면이며 미국 HBO에서 드라마화되는 기생충에서는 민혁과 연교의 관계를 새롭게 다룬다고 합니다.영화 기생충의 변곡점은 영화 중반 즈음 박 사장이 캠핑을 간 사이 기택 가족이 박 사장의 집에서 술판을 벌이다 쫓겨난 가정부 문광과 근세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되는데 설상가상 박 사장이 아들을 위해 캠핑을 간 날, 폭우가 쏟아지며 기택의 반지하집이 침수당하고 맙니다. 이러한 기생충의 설정은 박 사장의 캠핑은 세월호 수학여행을 연상시키며 침수된 기택의 집은 세월호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택의 가족이 침수 피해를 당해 다른 가족들과 강당에 모여있는 장면과 노란색의 잠바를 입은 공무원 등은 세월호 사건과 당시 피해자 가족들을 찾아갔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침수된 기우의 집에서 떠오르는 수석의 경우 박근혜 파면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영화 기생충은 초,중반까지 익살스럽고 유쾌한 설정을 이어가다 중, 후반부터 봉준호 감독의 의도대로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박 사장의 아들 생일날 가정부 문광의 남편 근세의 공격에 기택의 딸 기정이 죽게 되고 이에 분노한 기택은 자신들의 숙주인 박 사장을 죽이게 됩니다. 사실 딸 기정을 죽인 것은 근세인데 오히려 자신의 가족들에게 일자리를 준 박 사장을 살해하는 기택은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장면인데 박 사장이 자신을 냄새난다고 모욕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박 사장을 죽인 기택의 행동은 분명 어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서로의 냄새를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으며 때론 아주 공격적이고 무례한 것일 수도 있는데 박사장은 기택의 아주 사소한 곳을 건드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딸 기정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박사장은 자신들의 가족 안위만 생각하며 기택에게 차 키를 달라고 윽박지르고 코로 냄새를 막는 시늉까지 보여줍니다. 자신이 은인이라고 우러르던 박사장과 비록 상상이기는 하지만 사돈 관계까지 생각하던 기택은 못 가진 자의 열등감과 분노가 폭발하며 박사장의 가슴에 칼을 꽂아 버립니다.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문광의 남편 근세였지만 기택의 분노 게이지는 박사장에게 향해 버립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 등 정치계와 대입해보면 박근혜 정권의 최측근이었던 TV조선에서 가장 먼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특혜 논란이 터지고 최순실의 모습이 최초로 언론에 공개되면서 최순실 측근이었던 노승일, 장시호 등의 배신으로 인해 국정 농단 사건이 결국 세상에 드러나게 되자 조선일보와 권력 다툼을 하던 국정 농단 일당들은 자신들의 숙주인 박근혜를 파멸시켰다는 것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과 기택 가족들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개인적으로나, 한국 영화적으로나 너무나 많은 기록을 기록하는데 일단 흥행 측면에서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1위, 천만 관객 돌파(10,289,634명), 한국 내 역대 흥행 27위,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흥행 1위, 글로벌 흥행 2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한국영화, 월드 박스 오피스 $269,169,009 달성(북미 박스오피스:$52,784,907), 한국 및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성과를 거둔 영화 기생충은 초기 가제는 데칼코마니였으며 원래 제목은 로르샤흐였다고 합니다.
영화 기생충을 굳이 한국의 현대사적 메타포의 나열로만 보지 않더라도 영화는 부유층과 하류층의 편견과도 맞닿아 있는데 기택의 가족은 가난하지만 화기애애하며 박 사장 가족은 부자이지만 정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부자들로 나옵니다. 리얼니즘이라는 관점에서 기택처럼 가난한 가족들이 화목하다는 설정이나 박 사장 가족처럼 부자이면서 인간적인 식구들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개연성과 리얼리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지만 불화가 심한 하위층 가정이 있듯 화목한 상류층 가족도 분명 존재하며 박 사장과 같이 인간적인 부자 역시 분명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부유층과 하층민은 이렇다는 편견에 갇혀 진정한 리얼리즘의 한계에 갇혀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끝으로 박 사장을 살해했던 당시의 기택의 심리상태인데 기택 가족의 집이 침수를 당하고 체육관에서 수재민들과 쪽잠을 자던 기택 가족을 아들 생일이라며 박 사장의 당연한듯한 호출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부름이기도 한 박 사장의 호출은 하필 그때 기택 가족의 반지하는 침수당하고 쪽잠을 자는 등 피곤한 상태에서도 박 사장의 호출을 거절하지 못한 채 결국 근세의 난동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이 붕괴되면서 박 사장의 심장에 칼을 박아버립니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나라 현실 속의 부유층과 하층민의 괴리감 및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의 맥거핀과 메타포가 가득 녹아나 있었던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자 천만 관객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음 리뷰에는 봉준호 감독의 숨겨진 명작 마더, 살인의 추억 등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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