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콩키스타도르에게 파괴당한 중남미 문명 잔혹사/
영화로 읽는 마야 문명사 아포칼립토
멜 깁슨이 연출한 2006년 영화 아포칼립토, 그리스어로 새로운 출발을 뜻하는 아포칼립토는 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핵소고지 등 문제작 작품들을 다수 연출하며 이제는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는 역량 있는 감독의 대열에 오른 멜 깁슨 연출작으로 영화 아포칼립토는 생소하지만 신비스러운 마야 문명과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 아포칼립토 속 표범 발 역에는 루디 영블러드,부싯돌 하늘 역에 모리스 버드옐로우헤드,덩치 역에 조나단 브리워,큰 늑대 역에 라울 트루질로,중간 눈역에 제라도 타라세나등이 출연합니다. 아포칼립토 속에서 묘사되는 마야문명은 마야인들의 숨 가쁜 발걸음을 따라다니며 마야 문명의 몰락의 순간을 급박하고 치열하게 따라다니며 영상으로 담으려는 거친 다큐멘터리 필름의 얼굴을 지녔지만 할리우드의 자본력과 멜 깁슨의 시선이 적당히 가미된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로서 자신만의 입지와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동시에 다진 할리우드의 배우 출신 감독들을 꼽는다면 멜 깁슨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생각나는데 멜 깁슨의 영화에서는 새로운 볼거리가 늘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영화 아포칼립토 시놉시스는 마야문명이 번창하던 시절, 평화로운 부족 마을의 젊은 전사 표범 발은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잔인한 전사로 구성된 침략자들이 마을을 습격하여 부족민을 학살하고 젊은 남녀를 그들의 왕국으로 끌고 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표범 발은 혼란 속에 아내와 어린 아들을 깊숙한 우물에 숨긴 채 자신은 인질로 끌려가게 됩니다. 죽음과 마주친 위기 상황에서 겨우 탈출한 표범 발은 우물 속에 숨겨둔 가족에게 돌아가는데 적들의 집요한 추적은 계속됩니다. 맹수의 습격과 늪지대 등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가득한 숲이기는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최강의 전사로 구성된 추격대,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손길이 조금씩 다가오는 가운데, 표범 발은 적들을 향해 기상천외한 공격으로 역습을 가합니다.
우리 인류가 자랑하는 문명의 탄생은 필연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며 성장했습니다. 마야 문명 역시 적당한 자연 파괴로 자신들의 문명을 이루지만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버리진 않습니다. 도리어 멜 깁슨은 영화 속에 자연 속에 문명을 이루어가며 살아가던 이들에 대한 존경과 자연에 대한 마음을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나가고 있습니다. 영화 아포칼립토속에서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명을 지배해나가는 과정에서 잔혹한 몬도가네를 여과 없이 연출하며 인간의 광기와 종족 번식 본능의 대립을 숨 쉴 틈 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 아포칼립토는 16세기 마야문명을 배경으로 한 추격전을 다루고 있는 영화로 수준 높은 영상미와 후반부의 속도감 있는 시퀀스들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이며 비평적으로 호평받았습니다.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분장상 후보작이었으며 아포칼립토의 총제작비는 4천만 달러였으며 총 흥행수입은 120,654,337달러를 기록합니다.
영화 아포칼립토는 멜 깁슨이 액션배우로서의 이력 때문인지 영화 속 액션 장면은 역동적이고 흥미를 이끄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어쩌면 멜 깁슨의 선천적인 역량일지도 모르고 자극적인 화면을 만들려는 멜 깁슨 특유의 집착일지도 모르지만 영화 아포칼립토는 시선을 델 수 없을 만큼 잔혹하면서 역동적인 리얼리티로 인해 마야 문명이 실제 그러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 만큼 영화 속 마야문명의 건축물과 생활상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마야 문명의 리얼리티를 위해 리처드 핸드슨 박사를 자문 위원으로 초빙하여 몰락해나가는 마야 문명의 도시 모습과 전염병이 창궐할 당시 시대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옮겼다는 것입니다. 영화 아포칼립토 속에서 보여주는 마야문명의 화려함은 그야말로 역동적이면서 장엄하게 그려집니다. 마야 문명의 거대한 피라미드와 벽화들 그리고 실제 펼쳐진 인신공양 등 실제 마야 문명에서 펼쳐진 역사적 사실을 치밀하게 재현하고 묘사해냅니다. 다만 인신공양 연출의 경우 아즈텍 제국의 것으로 마야 문명은 아즈텍 이전에 멸망했으며 스페인에게 멸망당한 문명은 아즈텍 문명으로 아즈텍 이전 멸망한 마야 문명은 고전기 마야 문명이고, 이후 후기 마야 문명이 부흥 아즈텍과 동시대까지 잔존하다 아즈텍 멸망 이후에 지금의 멕시코 남부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벨리즈, 온두라스 일대로 식민지 정복 전쟁을 펼친 스페인 콩키스타도르들에 의해 멸망, 정복당하고 맙니다.
재규어 발(루디 영블러드 분)은 중남미 밀림 속에 거주하는 소규모 부족을 이끄는 부족장의 아들로 출신을 알 수 없는 부족의 전사들이 마을을 급습하면서 재규어 발 및 부족민들의 행복은 깨져버립니다. 재규어 발의 부족민들은 하나하나 생포하기 시작하지만 사태를 미리 파악했던 재규어 발은 아내와 아들을 마을 근처의 깊은 구덩이 속에 숨기고 의문의 전사들과 맞서 싸우지만 재규어 발은 적측 대장에게 제압되어 생포당합니다. 포로 신세가 되어버린 부족민들은 절망감으로 울부짖고, 부족민들과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던 재규어 발은 고난의 행보를 재촉하는데 흑요석 무기를 쓰던 의문의 부족장은 재규어 발에게 자신들이 "돌로 지은 곳"이며, 동시에 "땅이 피를 흘리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탈출할 기회만 노리던 재규어 발은 전염병이 돌던 거리에서 만난 의문의 소녀에게 자신들이 참혹하게 죽을 운명이며 재규어를 몰고 오는 자를 조심하라는 말과 더불어, 자신들의 세상 또한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공포심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렇게 잡혀간 재규어 발의 일행이 도착한 곳은 마야 문명의 거대 도시로 재규어 발을 잡아간 미스터리의 전사들은 마야의 전사들이었으며 마야인들은 오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린 탓에 자신들의 태양신 쿠쿨칸을 위한 제물로서 주변 부족들을 습격하여 잡아 인신공양을 위한 제물로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마야의 제사장은 쿠쿨칸에게 기도를 올리고 제단 위에서 잡아온 두 명의 전사를 희생시켜 그 심장을 제물로 바친 뒤 머리를 잘라 그 시체와 함께 군중들에게 던집니다. 그랗게 마야인들의 인신공양이 재규어 발 차례가 되었을 때 일식이 일어나 하늘이 캄캄해지는 현상이 발생하자 경악한 군중들을 향해 제사장은 쿠쿨칸이 제물에 만족하신 것이라며 군중들을 달래고 태양을 다시 보여달라는 기도를 올리자 가려졌던 태양이 나타나면서 다시 하늘이 밝아집니다. 제사장은 전사들에게 남은 포로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재규어 발은 포로들과 함께 처리장으로 끌려갑니다. 마야인들은 포로들을 도망치게 하고 그 뒤에서 화살과 투창 등을 날려 포로를 사살하는 인간 사냥을 즐겼는데 재규어 발은 부족장과 함께 지그재그로 사냥터를 달려 마야인들이 던지는 투창과 화살을 피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부족장이 희생되고 재규어 발도 결국 화살 한 발을 옆구리에 맞고 쓰러지기도 하지만 마야 전사들의 추적을 피해 밀림 안으로 숨어버립니다.
영화 아포칼립토의 주된 내용은 재규어 발이 마야 문명의 전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가족의 품에 무사히 도착하는데 포커스를 맞추는데 재규어 발이 마야 전사들의 추격을 결국 따돌리며 영화 말미에 발견하는 건 바로 스페인 콩키스타도르들의 함선과 보트들이었으며 재규어 발을 비롯하여 마야 전사들 역시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함선에 넋이 나간 듯 바라보면서 추격하던 재규어 발의 존재는 잊고 해안 쪽으로 다가갑니다. 재규어 발은 구덩이 속에서 익사 직전의 아내와 아들과 재회하고 아내와 밀림 속에서 스페인인들을 지켜보며, "저들에게 가야 할까?"라고 묻지만 아내는 "우린 숲으로 돌아가야 해"라며 밀림 속으로 들어가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영화 말미 등장한 스페인 콩키스타도르는 중남미 아즈텍 문명을 잔혹하게 파괴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당시 중남미 문명 정복 직전의 마야 문명은 지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옥수수 농사의 부작용으로 대부분의 땅이 황폐화된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가뭄이 몇 년째 계속되어 지배층이나 피지배층이나 다들 정신줄을 놓은 막장 상태였다고 합니다. 화학비료 없이 옥수수 농사를 지으면 땅이 거의 황무지처럼 변해서 1~2년간은 콩이나 토끼풀을 기르며 지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마야 문명은 보통 화전을 통해 극복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태울 만한 삼림조차 남지 않았으며 영화 아포칼립토 속에서도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말라죽으면서 심각한 기근의 모습과 살 곳을 찾아 떠나던 다른 부족 사람들이 '우리의 숲은 파괴되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에다 마야 문명은 인간사냥을 통해 인간들을 노예로 삼고 인신공양 등으로 거대 문명 뒤의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상반되게 소규모 원주민 마을은 자연친화적인 공동체로 묘사되며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보여준 선악의 구도는 결국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지만 당시 마야 및 아즈텍 문명이 인신공양 등으로 주변 소수 부족민들을 약탈하고 노예로 잡아들여 살해한 것 역시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영화 아포칼립토 속 배우들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들이 아닌 신예들을 대거 기용합니다. 더군다나 마야 전사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하여 신체적 운동능력을 갖춘 신예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숲에서의 달리는 추격신만으로도 속도감과 긴장감을 뛰어나게 완성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마야 문명의 완벽한 재현을 위하여 신경 쓴 것은 언어로 배우들에게 모두 유카텍 마야어를 배우도록 지시하고 전문가들을 현장에 상주시켜 발음을 교정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아포칼립토 마야족의 위세를 과시하는 듯한 얼굴과 함께 코와 귀밑에 매단 커다란 뼈의 장식과 몸에 새겨진 문신들이 유카텍 언어와 어우러져 당시 마야의 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해 냅니다.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시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 신전 외양과 구체적인 색채, 부족 마을을 습격하는 왕국 전사들의 모습과 사용하던 무기, 언어 등 어느 것도 고증을 거치지 않고 허투루 영화 속에 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설상가상 몬도가네의 절정은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꺼내 제물로 바치는 제사 의식을 재현해낸 장면인데 관객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표현의 정도가 심각할 만큼 역겨운 장면을 멜 깁슨은 생생한 카메라 기법으로 제사의식의 참상을 바로 눈앞에서 직접 지켜보는 것처럼 현실적이게 담아냅니다. 맬 깁슨의 이런 성향으로 변태, 마조히즘 환자라고 매도할 수도 있겠지만 도리어 멜 깁슨의 감독으로서의 역량 있는 연출력에 찬사를 보낼 수 박에 없는 것이며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문구는 멜 깁슨의 영화가 미국 제국주의를 옹호하는듯한 뉘앙스를 풍기는데 개인적으로는 멜 깁슨이 역사적 진실을 통찰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더 강한 문명이 약한 문명을 약탈하고 멸망시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구려나, 신라, 고려를 봐서도 알 수 있듯이 망국의 시작은 결국 내부로부터 오면서 약해진 틈을 파고 외부의 적이 치명타를 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재규어 발이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구사일생하는 모습은 스페인 콩키스타도르들이 자신들의 총과 대포 및 천연두로 마야 및 아즈텍 문명을 잔혹하게 붕괴시킨 것을 미화시킨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인들이 고대 마야 문명을 정복하는 과정 자체가 잔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남미의 거대 문명이었던 마야인들 역시 도덕적으로 부패하고, 붕괴되는 중이었기에 스페인은 단지 어차피 망할 사악한 문명을 정복한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이들 마야문명 및 아즈텍 문명에게 인신공양으로 잡혀 희생당했던 주위 소수 부족들이 스페인들 편에서 문명의 종말을 앞당기는데 앞장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거대 문명은 외세에 정복당하기 전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되었다.
A great civilization is not conque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
/월 듀런트(W. D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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