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남겨 준 가족의 흔적, 아름다운 관계의 포옹/
히로세 스즈 주연 일본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여성 버전으로 쌍둥이처럼 보일 만큼 닮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족 간의 갈등(아버지는 바람피우고 집을 나가고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이다)이 주제이지만 냉소적이지 않고 순리적으로 서로의 갈등을 자연스럽게 봉합해나가는 과정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고요하고 따뜻한 느낌이 가슴 깊이 가득 남아 바닷가가 있는 마을에 살고 싶다는 기분이 절로 들게 하는데 그 절대적 힘은 바로 영화의 주체적인 존재인 여성들(정확하게는 의붓 네 자매들)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들이 녹아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투적이고 경쟁적인 남성들의 세상을 그리지 않고 최대한 그런 남성들의 존재를 배제하고(영화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보조적인 존재로만 등장할 뿐이다) 여성들만의 유토피아를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수채화처럼 살포시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라 일컬어지는 히로세 스즈(아사노 스즈 역)의 매력도 충분히 감상하실 수 있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영화 또 하나의 교육(1991), 그가 없는 8월이(1994), 원더풀 라이프(1998),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공기인형(2009),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태풍이 지나가고(2016), 세 번째 살인(2017), 어느 가족(2018),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으로 주연배우들로는 코우다 사치 역에 아야샤 하루카,코우다 요시노 역에 나가사와 마사미,코우다 치카 역에 카호,아사노 스즈 역에 히로세 스즈,키쿠치 후미요 역에 키키 키린,사카시타 미나미 역에 카세 료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놉시스는 아버지는 15년 전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재혼했다. 그리고 둘째 부인과 사별하고 셋째 부인까지 얻었다. 어머니도 곧 세 딸을 버리고 떠난다.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의 낡은 집에 이렇게 세 딸만 살게 된다. 세 딸, 사치(아야세 하루카 분),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분), 치카(카호 분)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아오고 딸들은 장례식장에서 이복 여동생 스즈(히로세 스즈 분)를 만난다. 스즈는 아버지와 둘째 부인 사이의 딸. 맏딸인 사치는 은근히 스즈가 신경 쓰인다. 아버지 없이 의붓어머니와 함께 사는 스즈에게서 어린 시절 부모의 부재로 홀로 동생들을 챙겨야 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 사치는 스즈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하고 스즈는 언니들을 따라 가마쿠라의 낡은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세 딸의 가정을 망가뜨린 주범, 아버지와 바람난 여자의 딸인 이복 여동생과 갈등이 없을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을 공유하며 부모의 부재로 인한 상처를 이겨내고 서로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요시다 아키미의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07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원작에서도 소소한 일상들을 잔잔하게 그려내며 담백한 그림체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오롯이 느껴지지만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들어와서는 그런 따스함에 더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으로 가족과 인생, 삶과 죽음의 성찰을 여성들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체가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는 남녀를 떠나 서로 통하는 동의어라고 여겨집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제68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 받았으며(일본에서 만든 일본 만화 원작 실사 영화 중에서는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다) 제 39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카마쿠라 바닷가 마을에서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코다가의 세 자매 첫째 코우다 사치(아야세 하루카 분)와 둘째 코우다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분),셋째 코우다(카호 분)사이에 15년 전 이머니와 이혼하고 집을 나갔던 아버지의 사이에서 낳은 이복 여동생 아사노 스즈(히로세 스즈 분)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그녀들의 일상에 들어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가족 간의 여러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누구에게 상처를 준 이들조차 자신들의 가슴에 지닌 상처의 멍울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은 전작들과 동일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여겨집니다.
15년 전 아버지와의 이혼 이후 매실나무가 가득한 집을 나간 어머니와 첫째 코우다 사치와의 껄끄러운 관계는 유일한 여성 대 여성의 갈등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아버지와의 갈등은 두리뭉실 세월이 잊혀진 존재로 묻혀버렸다면 어머니와의 갈등은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새엄마와 이복 남동생 사이에서 외톨이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이복동생 아사노 스즈와 같이 살게 된 것도 책임감 없이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코우다 사치의 감정적인 사치일 수도 있지만 그런 관계의 조합이 복잡하지 않게 너무나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매력이라 여겨집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만날 수 있는 진실은 가족이라는 관계는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혈연이라는 끈끈한 정으로 얽매여 있지만 그런 가족조차 오해와 갈등이 심화되면 남보다 못할 만큼 소원해지고 가슴에 크나큰 상처와 멍울을 짊어지게 되어 크게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합니다. 일본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감각적이거나 참신한 영상을 애써 시도하지 않고 관조적이며 성찰하는 시선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여겨지는데 가족이라는 흔적은 애써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포옹을 할 때 가슴에 지닌 상처도 아물고 지워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졌던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가 사라져 가는 지금,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마음의 상처가 비록 보이지 않는다 하여 아프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바닷가 마을에서 치유와 회복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마음 온도가 9도 이상 올라가는 따뜻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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