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이거나 지나치게 불쾌한 동성애에 대한 박찬욱식 해석/
김민희와 김태리 주연 영화 아가씨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민희와 김태리, 하정우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아가씨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시대적 배경이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서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로 옮겨져 왔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원작 핑거 스미스의 시대적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에서 일제강점기 때로 시대를 옮긴 것은 일제시대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암울한 시대와 그 무엇도 할 수 있었던 시대의 모순을 통찰한 결과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영화 아가씨에서는 박찬욱 스타일이 많이 배제되어서 전혀 다른 감독의 스타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복수와 욕망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관통했던 주제의식은 영화 아가씨에서는 상당 부분 희석된 채 동성애와 엿보기는 물론 계급사회와 시대적인 관습으로부터의 여성 해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는 김민희와 김태리가 성소수자인 동성애를 영화 곳곳에서 파격 노출을 마다하지 않고 펼쳐 보여 줍니다.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인해 영화 아가씨는 칸 영화제에서 2.2의 점수를 받는 등 해외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사실 올드보이나 박쥐 역시 2.4점의 평점을 받음)으로 프랑스 개봉 후 현지 평가는 36개 프레스에서 평균 별점 3.8에, 관객 평점 4.3이라는 준수한 평가를 받는 등 상대적으로 유럽에서 저평가받던 박찬욱 감독의 작품으로는 호평을 받았으며 특히 북미에서는 뉴욕 타임스, 버라이어티, 빌리지 보이스, 할리우드 리포터 등 영미권의 여러 매체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영화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면서 북미 일각에서는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감독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으며 로튼 로마토 신선도 95%, 평점은 8.3로, 84점을 받은 메타크리틱과 더불어 2016년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는데 로튼 토마토 신선도 보증 마크와 함께 2016년 영화 top 100 리스트에서 24위를 기록, 메타크리틱에서는 평론가들이 선정한 2016년 영화 순위 중 할리우드 or 비할리우드 영화들 사이에서 9위에 오르는 모습을 기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박찬욱식 로맨틱 코미디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원작과는 달리 영화 아기씨의 경우 김민희와 김태리라는 매력 넘치는 두 여주인공의 연기력과 매력이 영화 아가씨의 흥행요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의 경우 낭독극, 일본어, 동성애, 이중적인 성격 등을 아주 잘 소화해 냈으며 영화 아가씨 출연 당시 신인이었던 김태리 역시 만만치 않은 연기력으로 호평받으며 37회 청룡영화상에서 김민희는 여우주연상, 김태리는 신인여우상을 나란히 수상하기도 합니다. 영화 달은..해가 꾸는 꿈(1992),공동경비구역JSA(2000),복수는 나의것(2002),올드보이(2003),친절한 금자씨(2005),박쥐(2009),청출어람(2012),스토커(2013),리틀 드러머 걸:감독판(2018) 등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으로 주연배우들로는 히데코 역에 김민희,숙희 역에 김태리,백작 역에 하정우,코우즈키 역에 조진웅,사사키 부인 역에 김해숙,복순 역에 이용녀,끝단이 역에 곽은진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아가씨 시놉시스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김태리 분)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일본의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를 유혹하여 정신병원에 감금 시키고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분)의 제안을 받는다. 숙희가 하녀가 되어 귀족 아가씨 옆에서 시중들며 숙맥인 귀족 아가씨 히데코가 백작을 사랑할 수 있게 유도하면 되는 일, 하지만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 히데코를 보는 순간 하녀 숙희의 마음은 그녀에게 온통 빠져버리고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 히데코 역시 순박한 숙희에게 조금씩 의지하고 서로에게 기대기 시작하고 점점 서로에 대한 호감을 넘어 깊은 사이로 발전해나가면서 숙희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에 흔들이기 시작합니다. 영화 아가씨의 경우 일본색이 너무 강하게 반영되었는데 박찬욱 감독이 원작 핑거스미스의 배경이 되는 유럽 귀족 가문 내부의 치정극을 한국적인 상황에 대입하면서 가장 적당한 시대적 배경을 일제 강점기로 설정한 듯합니다. 영화 아가씨에서 그러한 시대적 설정으로 서양식과 한국식 건축물의 조합이라던지, 백작이라는 호칭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위화감을 상쇄시킵니다. 여기에 김민희가 분한 히데코의 이모부로 나오는 코우즈키(조진웅 분)의 경우 일본인이 되고싶어 한일합방에 협력한 추한 조선인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캐릭터인데 영화속에서 매우 추잡하게 묘사되어 역으로 제국주의 일본의 민낯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 아가씨는 가리려하고 체면과 격식을 차리는 모든 것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며 아이러니 가득한 세상에 대한 조롱을 심심찮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숙희가 순박한 얼굴로 귀족 아가씨 히데코를 곁에서 지키지만 그것은 거짓이고 위선이지만 숙희는 자신이 돈을 위해 히데코를 속이고 사기꾼 백작과 함께 아가씨를 속이는 일에 자책하며 점차적으로 사기꾼 백작이 아가씨 히데코를 유혹당하는 일을 방해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거짓에서 진실로 향해가는데 그 발단은 결국 히데코와 숙희 간의 미묘한 감정의 교류가 흐르면서부터라는 것입니다. 숙희는 사기꾼 백작이 아가씨 히데코를 속이는 것을 증오하며 아가씨 히데코를 연민하고 사랑하게 되는데 대사에서 그런 감정들이 녹아나 있습니다. "순진한 우리 아가씨, 너무 예쁜 내 아가씨, 사기꾼한테 속아넘어가다니 불쌍해, 천지 간에 아무도 없는 고아, 사랑 한번 제대로 못 받아본 불쌍한 아가씨"라는 대사와 함께 젖가슴으로 상징되는 모성애를 느끼며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를 점점 사랑하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하녀인 숙희(김태리 분)의 관점으로 바라본 시점이라면 이후에는 아가씨 히데코의 내레이션으로 이어지며 나름 반전을 이루게 됩니다. 영화 아가씨에서 두 여주인공의 적나라한 노출 및 동성애 베드신이 다수 등장하는데 이런 에로틱한 장면의 경우 영화 속에 증장하는 코이즈미와 백작 등 남자들이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설정인데 숙희가 확인한 백작은 작은 물건의 소유자이며 코우즈키는 전처와 현처(히데코의 이모) 사이에 자식이 없었는데 고자일 가능성이 커서 춘화에 빠진 중증 변태가 되었을거라는 것입니다.
영화 아가씨 자체가 김민희와 김태리로 대변되는 과감한 전라노출과 에로틱한 영상미가 압권인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속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춘화 역시 시선을 잡아끄는데 호쿠사이 作의 문어와 해녀가 등장하는데 이 춘화는 문어 촉수물이란 장르로 영화 속에서 수족관 안에서 철썩철썩 거리는 거대 문어를 목격한 어린 히데코가 충격을 받는 장면은 감독 자신도 충격을 받은 장면으로 영화 속의 어린 소녀 히데코가 거대 문어와의 행위를 알고 나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대형 문어의 경우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은 문어를 크게 합성한 것이며 영화 아가씨 속 음란 소설들은 양판소 수준의 저급한 야설이라는 설정으로 금병매,줄리엣: 악덕의 번영 등에서 일부 모티브만 차용한 제작진의 창작물들이기도 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미도라는 캐릭터를 너무 소모적으로 담았다는 반성 이후(박찬욱뿐 아니라 일부 남성들 및 감독들은 여전히 여성 및 여배우를 성적 도구로만 여겼으며 최근에 와서 여성 인권과 동등한 인권을 요구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는 개념과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 씨와 스토커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는 영화들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영화 아가씨는 그런 면에서 그 정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 아가씨는 시대적 복고의상과 색감이 주는 묘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다 3부로 구성된 영화 아가씨는 시점을 바꿔가며 반복된 플롯으로 긴장과 재미를 더해주는데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아가씨의 두 여주인공 김민희와 김태리가 주로 활동하는 공간은 일본의 건축양식과 서양 건축양식이 결합된 대저택으로 박찬우 감독은 현실세계에는 없는 곳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일본 미에 현 쿠와나 시에 위치한 롯카엔(六華苑, 육화원)이란 곳에 있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1911년에 착공하고 1913년에 준공되었으며 영화 아가씨의 저택과 정원 씬은 이곳에서 찍었지만 양관(서양식) 쪽이 맘에 안들어서 양관은 CG로 합성했고, 화관(일본식) 쪽만 실제 롯카엔을 담았다고 합니다.쿠와나시 육화원 롯카엔은 쿠와나 시에서 활동한 사업가인 모로토 세이로쿠의 사저였던 곳으로, 1990년에 건물을 쿠와나 시에 기증해서 현재에는 관광지로 개방하고 있는데 아가씨와 타마코가 산책 가는 길은 평창군에 위치한 국민의 숲, 1장 처음에 나오는바다 옆의 절벽길은 변산반도, 메타세쿼이아 길은안성시 풍산개 마을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영화 아가씨가 수위가 강한 퀴어 영화의 형식을 지니고 있지만 남녀가 연애 초창기 서로를 탐색하듯이 영화 아가씨 역시 여성 대 여성이지만 일반적인 연애의 진행과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남녀가 연애를 하는 데 있어 서로의 성향에 이끌리듯이 숙희의 경우 대저택에 들어오기 전 "젖이 나오면 아기들에게 다 먹여주고 싶다"는 말로 숙희가 모성애가 강한 캐릭터라는 것을 암시해주며 반대로 히데코는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아기 같은 존재로 보여줍니다. 둘은 남성들의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서로의 욕망을 감추고 살아왔지만 서로를 만나게 되면서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고 남성의 욕망으로부터 해방되게 됩니다. 김민희가 분한 히데코와 김태리의 숙희는 서로를 탐색하고 의심하는 의심의 관계를 지나 두 번째는 자신들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의 확신으로 완벽하게 서로가 일체화되는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즉, 영화 속 김민희와 김태리의 노출은 단순하게 보여주기 식 노출이 아닌, 히데코와 숙희의 관계를 나타내는 장치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코우즈키(조진웅 분)는 어린 시절부터 히데코를 기괴하고 변태스러운 훈육 아래 두고 꼭두각시처럼 조정해온 인물입니다. 하녀 숙희가 보아왔던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숙녀 히데코 역시 거짓이었고 위선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남성의 욕망 아래 자신의 욕망을 감추어 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에서 억압의 상징적인 캐릭터는 아가씨이며 뱀(뱀조차 가짜이다)이 지키고 있는 공간과 춘화와 야설을 낭독하는 공간은 거짓된 위선과 억압의 공간이기도 한 것입니다. 결국 하녀인 숙희가 그 거짓되고 위선 된 공간의 책들을 모조리 찢어버리고 물에 담가버리는 장면에서 아가씨 히데코와 숙희의 해방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거짓된 위선자로 다가와서 진실된 해방을 맞이해주게 되는 인물로 그려지는 하녀 숙희는 히데코에게는 구원자와도 같은 존재가 됩니다. 히데코의 시선으로 보는 관점에서 보자면 히데코 자신이 자신의 감추어진 정체를 말하기 이전에 숙희가 자신이 사기꾼 백작과 꾸미고 재산을 탐내 들어온 가짜라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히데코와 숙희의 육체적 탐미뿐 아니라 영혼과 믿음의 교류가 공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의 대표적인 명대사로 회자되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이 대사의 경우 숙희가 히데코의 이를 갈아주는 장면에서 히데코의 독백으로 먼저 나오는데 해석하기에 따라선 히데코가 숙희를 재물로 새로운 인생을 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코우즈키의 서재를 박살 내는 숙희를 보고 히데코가 전율하면서 독백으로 한번 더 반복하기 때문에 결국 이 장면과 대사에서 히데코와 숙희는 마음의 해방을 맞이하게 됩니다.
파격적인 노출의 영화 아가씨는 일제강점기를 기본 바탕으로 했지만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갈등이나 못 가진 자와 가진 자의 아픔 등은 전혀 그려지지 않습니다. 하녀 숙희가 아가씨가 사는 저택에 도착했을 때 사사키 부인(김혜숙 분)이 저택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이 저택은 서양식 저택과 일본식 주택이 함께 공존하는 저택으로 조선뿐 아니라 일본에도 없는 곳이라고, 영화 아가씨는 그런 기묘하고 세상에 없을법한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또한 있을법한 이야기로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습니다. 원작자 사라 워터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외설 문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학자이기도 했으며 원작 핑거 스미스는 가부장제의 위선과 폭력을 계층이 다른 두 여성의 사랑을 통해 그 시대의 위선을 폭로하고 조소하고 있습니다만 박찬욱 감독의 손에 재탄생한 영화 아가씨는 노출로 시선을 잡아끌며 관객들을 희롱하고 있는데 에로티시즘과 섹슈얼리티가 히데코와 숙희를 해방시켜주며 특히 숙희와 히데코가 마지막 장면에서 벌이는 정사신의 경우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던 두 여성이 억압과 학대를 상징하던 은방울을 쾌락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점은 모순되게도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가학적 쾌락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서 발현되면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추악할 수도 있다는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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