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레저와는 또 다른 다크 히어로, 소외된 90%를 위한 역병 같은 폭력의 미학/
호아킨 피닉스 주연영화 조커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는 히어로 무비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할 수밖에 없던 악당 조커를 어느 순간부터 가장 평범하지 않은 빌런을 맨 상위 쪽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 가장 큰 공로자는 슈퍼히어로의 샌드백에 지나지 않던 악당이자 빌런을 다크 히어로급으로 격상시킨,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선보인 히스 레저의 조커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다크나이트에서 선보인 히스 레저의 조커가 일으킨 신드롬과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으로 2009년 2월 23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 사후 1년 만에 오스카의 영예를 손에 쥐게 됐는데 당시 할리우드의 쟁쟁한 명배우들인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조쉬 브롤린, 마이클 섀넌에 대한 소개에 이어 마지막으로 소개되었고, 배우 앨런 아킨이 당연하다는 듯이 곧바로 히스 레저의 수상을 발표했는데 이는 영화 네트워크에서 최초로 사후 수상을 받은 배우 피터 핀치에 이어 2번째 사후 수상이기도 했습니다.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에서 단독적인 캐릭터로 성장한 조커를 말함에 있어 히스 레저를 빼놓을 수 없지만 이젠 히스 레저의 그림자를 지우고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이야기할 때이기도 합니다. 영화 헤이티드: GG 앨린 & 더 머더 정키즈 (1993),프랫 하우스 (1998),올드스쿨 (2003),스타스키와 허치 (2004),더 모어 씽즈 체인지(2008),행오버 (2009),워 독스 (2016) 등을 연출한 토드 필립스 감독 작품으로 주연배우들로는 아서 플렉/조커 역에 호아킨 피닉스, 머레이 프랭클린 역에 로버트 드 니로, 페니 플렉 역에 프란시스 콘로이,토머스 웨인 역에 브래트 컬렌,소피 두몬드 역에 재지 비츠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조커 시놉시스는 고담 시의 광대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는 남자지만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맨 정신으로는 그가 설자리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영화 조커는 분명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듯한 연기 하나만으로도 분명 관람할 가치가 충분한 영화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조커는 제작비 5,500만 달러 투자 대비, 북미 박스오피스 208,909,478만 달러, 월드 박스오피스 601,809,478만 달러의 흥행 대박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4,158,658명의 관객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조커는 DC 코믹스의 캐릭터 조커를 기반으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이며 DC 필름스에서 제작하지만 DC 확장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는 완전히 독립적인 영화이자 DC 코믹스 최초로 제작한 단독 빌런 영화입니다. 1980년대의 고담을 배경으로 조커의 기원에 대해 다루는 최초의 영화로 히어로 영화로서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코믹스 캐릭터 영화 최초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연기가 압권인 영화 조커는 아서 플렉이 점점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되어가고 세상에 분노하며 폭력적으로 미쳐가는 과정은 1976년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했던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 비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호아킨 피닉스가 분한 아서 플렉은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이들의 분노를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했는데 마치 그 자신이 사회의 이방인인 것처럼 호아킨 피닉스가 아서 플렉이고 아서 플렉이 호아킨 피닉스인 것처럼 아파하고 분노하며 나아갑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폭력에 관한 그릇된 인식의 전환이 아닐까 싶을 만큼 조커는 폭력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영화 사이코(1960)의 노먼 베이츠처럼 아서 플렉 역시 기괴하고 미성숙한 인간이며 영화는 머레이(로버트 드 니로 분)의 입을 통해 아서의 폭력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세상(좀 더 정확하게는 세상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아서의 폭력에 열광하고 공감하며 아서 플렉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면죄부를 주며 갇혀있던 아서에게 해방감을 안겨줍니다. 고담의 시민이 아닌 우리들에게도 아서가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에서의 폭력성은 분명 체끼 걸린 듯 불편하면서도 아서가 당하는 모습의 일부분이 또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연민과 통쾌한 해방감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영화 조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가 슈퍼히어로 배트맨이 아니라 세상을 파탄시킬 조커로 열광을 이끌어낸 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와 토드 팔립스의 이런 연출은 또 다른 희생자 머레이의 죽음에 침묵하면서 결과적으로 조커의 행위에 정당성 아닌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영화 조커 속에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속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정신병을 얻고, 실업자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는데 사실 모던 타임스가 보여주는 시대와 조커의 1980년대 그리고 21세기 2019년의 시대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외형적인 모습만 달라졌을 뿐, 조커의 살인은 조커를 죽이는 것이 아닌, 고담 시를 살인과 방화라는 역병이 창궐하는 계기를 만들어 버립니다. 병든 세계는 병든 조커를 낳고 병든 조커는 다시 세상을 병들게 하며 악순환을 거듭합니다.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언 아서는 우발적인 살인으로 관심을 받는다고 여길 만큼 병든 자였으며 아서는 아주 작은 자극으로도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서뿐 아니라 세상에서 소외된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였으며 결코 아서가 의도적으로 세상을 선동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아서의 살인행위는 종국에는 고담시를 뒤흔드는 파멸을 불러일으킵니다. 세상에 분노하고 있지만 폭발하지 못하던 제2, 제3의 아서들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까발리는 아서처럼 세상을 향해 폭력의 날 선 칼을 빼어 들고 파괴를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영화 조커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생각과 감성을 일으키는 영화였는데 아서의 폭력성이 발현되는 계기는, 피에로 분장을 하고 십 대들에게 처맞고 권총 한 자루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지하철에서 자신을 모욕하던 증권사 직원 세명을 죽였지만 자신이 아버지라 믿었던 토머스 웨인의 편견에서부터 아서가 우상같이 좋아하던 머레이가 자신을 모욕하고 이용할때 아서를 조커로 변화시키는 과정 자체가 이 사회가 지닌 병폐의 모든 순간을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커의 폭력이 정당한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유영철이나 강호순의 무자비한 폭력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배트맨이나 여타 다른 슈퍼 히어로의 폭력에는 열광하지만 조커의 폭력에는 진저리를 치는 이유는 그나마 배트맨의 폭력에는 정의라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만 조커의 폭력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 그 이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조커는 망상의 산물이지만 그 망상이 소외된 자들로부터 토해낸 토산물처럼 아서의 현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고 조커의 폭력은 또한 우리 현실의 이야기가 되는 순환 과정을 거치기에 아서의 고통과 조커의 폭력을 외면할 수 없고 아서의 기묘하고 망상에 가까운 이야기에 연민과 공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결국 세상 모든 폭력의 근원은 바로 우리이고 조커 역시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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