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된 무적의 사나이 최배달, 일본 열도를 접수하다/
양동근, 히라야마 아야 주연 액션 영화 바람의 파이터
양동근, 히라야마 아야 주연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일본에 풀 콘텐츠 가라테 극진가라테를 창시한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며 세계 최강의 사나이를 꿈꾸었던 한국인 최영의의 실존적인 삶을 그린 영화이기도 합니다. 2004년 첫 개봉 당시 기대감으로 본 영화이지만 현시점에서 다시 보기 해보니 무척 아쉬움도 큰 영화가 바람의 파이터입니다. 일본명 오야마 마쓰다쯔(대산배달)로 유명한 최영의는 오로지 주먹 하나를 단련하여 전 세계 160개국 2.000만 명의 문하생을 거느리는 세계적인 극진가라테의 총재로 일본 속 한국인으로 우뚝 서게 되는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1970년대 영화배우이자 무술가였던 이소룡 이전에 한국인 최배달은 낡고 형식에 얽매여있던 전통무술에서 탈피하여 실전 무술이자 풀컨텍 가라테의 지평을 열기도 합니다. 최배달 자신이 일본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한 덕에 최배달을 알리는 만화 및 영화는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가십성 글들이 거의 전부이며 최배달 사후에나 최배달 아들들에 의해 최배달을 바라보는 책들이 출판되었을 뿐 영화 바람의 파이터가 나올 당시에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동명의 인기 만화 방학기 화백의 바람의 파이터를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 고우영 화백의 대야망이라는 만화책도 있었습니다. 영화 아이리스-극장판(2010),쉐어 더 비전(2011),스피드(2012),도시정벌(2013),월계자(2016) 등을 연출한 양윤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바람의 파이터는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던 비(정지훈)가 최배달 역할에 낙점되었다 중도 이탈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양동근이 최종적으로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 역으로 나서며 최배달의 연인 요우코 역에 히라야마 아야, 일본인 무도가 가토 역에 가토 마사야,춘배 역에 정태우,범수 역에 정두홍,료마 역에 박성민 등이 출연했으며 이외에도 전, 현직 극진가라테 문하생들이 바람의 파이터에 찬조 출연하며 실전 무술의 정수를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 시놉시스는 1935년 전북 김제. 마을 유지의 아들이었던 소년 최배달은 머슴 범수를 통해 택견을 배우며 강한 파이터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독립운동에 연류된 범수가 자취를 감추고 스승을 잃은 배달은 비행사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항공학교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상상을 넘어선 차별뿐인데. 죠센징이라는 차별에 대한 분노로 교관을 때려눕히는 배달. 그러나 맨 손의 그에게 사무라이의 후예인 가토 대위가 살기 어린 진검을 겨누고 배달은 칼날에 등을 보인 채 도주하고 만다. 최배달은 항공학교에서 사귄 친구 춘배, 어린 시절 자신에게 처음으로 택견을 가르쳐줬던 머슴 범수와 함께 조선인 학교 건립의 꿈을 키워간다. 그러나 야쿠자들의 칼날에 그동안 모은 배급표와 돈들을 빼앗기고 대항하던 범수 역시 목숨을 잃는다. 복수를 위해 나서보지만 약함만을 뼈저리게 느낄 뿐. 강해져야 한다! 힘없는 정의도 무능이요 정의 없는 힘도 무능임을 깨달은 그는 입산 수련을 결심한다. 범수가 늘 품고 있던 책,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들고 산으로 들어가는 최배달. 문명과 담을 쌓은 혹독한 수련! 처절하리만큼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 모든 고통을 견뎌내며 그는 시대를 향한 도전을 준비하게 되는데. 살을 에이는 추위를 얇은 도복 하나만으로 버텨내는 인고의 날들. 맨발로 자갈길을 달리고 야생열매로 연명하며 폭포를 몸으로 받아내는 살인적 훈련이 이어진다. 마침내 손가락 하나로 팔 굽혀 펴기 천 회를 마치고 자연석을 격파하게 된 최배달. 하산한 배달은 일본 최고의 가라데 도장인 니조 도장을 격파하며 일본 무도계에 도전장을 던진다. 일본 최강의 도장들을 차례차례 격파하는 최배달. 언론은 그의 행적을 대서특필하고 한편으로는 그를 겨냥한 음모가 시작된다. 닌자의 습격으로 치명적 부상을 입은 최배달. 그러나 자객은 친구 춘배의 목숨을 담보로 그를 끌어낸다. 세상이 모두 잠든 칠흑 같은 어둠, 난자당한 옆구리를 움켜쥐고 피의 걸음을 떼어놓는 파이터 최배달.
전북 김제 출생으로 1923년생이었던 최영의는 무술의 최초 접근에 대한 회상으로 마을 유지였던 부모님의 일을 도와주던 사람들 중 범수라는 인물을 언급합니다. 작고 왜소했지만 강력한 무술을 통해 자신보다 힘이 세고 덩치 큰 일꾼을 제압하던 모습에 무술에 대한 동경과 강한 인물에 대한 열망으로 무술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 속 범수는 독립운동에 연루된 특별한 인물이지만 실제 최배달의 기억 속 범수는 무술에 일가견이 있었던 무명소졸이었을 뿐입니다. 실제로 최배달은 일본에 살면서 강함을 추구하며 살아간 무도가였지만 조국에 대한 자긍심만은 버리려 하지 않은 의지의 한국인이었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최배달이 강해지려 마음먹는 계기는 비행사가 되려고 항공학교에 입학하지만 조센징이라는 차별로 인해 교관을 때려눕히자 보복으로 가토 대위가 진검을 겨눈 채 최배달을 위협하자 최배달은 등을 보인 채 도주하게 됩니다. 이후 친구 춘배(정태우 분)와 머슴 범수(정두홍 분)와 함께 조선인 학교 건립을 꿈꾸며 모은 배급표와 돈을 야쿠자들에게 빼앗기고 범수마저 목숨을 잃게 되면서 최배달은 복수를 꿈꾸게 됩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실존 인물에 대한 극화라는 부담감은 전혀 없었던지 영화적 재미에 치중하며 시나리오 자체를 많이 바꾸고 변형합니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최배달의 외모는 세월에 바랜 순백색 도복을 걸친 채 다듬어지지 않은 더벅머리를 한 채로 도장 깨기를 하는 야수와도 같은 최배달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최배달의 실제 야인 생활과 입산수도 당시에도(물론 어느 정도는 산속 생활이기에 문명의 혜택을 받지는 못하였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깔끔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우영 화백의 대야망과 방학기 화백의 바람의 파이터에서의 최배달은 무술 하나에 일생을 건 구도자의 모습으로 최배달을 그리고 미화하고 있지만 최배달 역시 사회적 구성원이고 일상을 밥을 먹고 공기를 맡고 살아가는 사회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소룡이 입산수도하여 절권도를 창시한 것은 아니듯이, 최배달의 입산수도는 무술 수련의 목적도 분명 있었지만 최배달이 당시 처한 개인적 환경에 의한 도피로, 최배달 본인이 직접 말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영화 바람의 파이터 속 최배달은 극강의 무도 연구와 미야모토 무사시를 옆구리에 끼고 문명과 담을 쌓은 혹독한 수련 및 처절하리만큼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구도자의 모습만 집중합니다. 자연석 격파 및 손가락 하나로 팔 굽혀 펴기를 하고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 등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비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배달의 초인적이고 신비로운 입산수도 훈련 방식은 여러 무술 수련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산속에 틀어박혀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꿈을 꾸게 하기도 합니다.
최배달은 신장 175cm에 75~80kg의 체격으로 당시 50년대 일본 사회 속에서는 건장한 체형이었습니다. 스모를 하다 프로레슬링으로 전향한 역도산과의 팔씨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할 만큼 강한 힘과 특히 악력이 몬스터급이었다고 전해질만큼 파워 넘치는 무술인이었습니다. 또한 입산수도나 자연석 격파와도 같은 정보 탓에 최배달이 단순히 극한에 이르는 훈련만을 선봉 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도할 수 있습니다. 최배달은 이소룡처럼 웨이트 트레이닝 선봉자였으며 그런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일격필살, 파워 가라테가 극진 가라테의 요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었던 최배달은 카라테 도장인 니조 도장부터 일본의 카라테 도장 순례를 하며 도장 격파를 한 최배달은 이후 끊임없는 일본인 무술가 등의 도전을 받게 되고 귀찮아진 최배달은 결국에는 아예 도전을 하지 못할 정도의 강함을 증명하려고 총 47차례 맨손으로 황소와 대결해 소뿔을 꺾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일본 전국의 무술인들에게 최배달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킵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무사시노 대회전 장면입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압도적인 강함을 가진 최배달과 가토의 수하들과의 격돌이며 진부하고 고루한 액션 신들로 가득 찬 것이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대미를 장식합니다만 실제 무사시노 대회전은 Hit & Run의 전형이었으며 다수를 상대하는 소수의 전술의 모범이기도 합니다. 극진 가라테에는 전설적인 대련 방식이 있는데 바로 100인 조수입니다. 100인 조수에 도전하는 한 명의 무도가가 쉬는 시간 없이 100명의 상대와 대련하는 것으로, 일대 다수가 아닌 일대 일의 대련이지만 대기하는 상대자가 100명이 채워져야지 끝나는 그야말로 지옥의 대련 방식입니다. 극진 가라테에서도 이 100인 조수를 완성한 이는 극소수이며 당연히 최배달이 처음 완성하고 극진 카라테 정식 매뉴얼에 포함시킵니다.
최배달이라는 인물을 스크린에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실화에 바탕을 두며 사실적인 접근을 하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액션 자체에 역동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했지만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액션 자체도 밋밋하거나 기존에 답습하던 액션의 연장선상에 그대로 얹혀가기 때문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루스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최배달의 극진 가라테는 이소룡의 액션처럼 빠르고, 다양한 기술의 콤비네이션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을만한 기술적인 다양성이 많이 필요 없는 무술입니다. 1940~50년대 단지 형과 끊어뜨리는 대련에 집중했던 당시 전통 가라테에 얼굴을 제외한 몸통 및 온몸을 직접 타격하는 풀컨텍 대련을 도입하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전 무술의 양상을 변화시킨 인물이 최배달이며 본인 스스로가 일격필살의 화두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천하며 평생을 보내왔던 무술인이었기 때문에 그 점에 집중을 했으면 어떠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최배달의 무술 극진가라테는 그 원류만 가라테에 있을 뿐 이소룡과 마찬가지로 복싱과 유도 레슬링. 무예타이 등 다양한 동, 서양의 장점을 흡수시킨 무술이며 실전 무술 철학의 산물입니다. 극진가라테를 수련하면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보(만화 대야망이나 바람의 파이터 등)에 의지해 최배달의 극진가라테가 태권도와 비슷한 무술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사실 주먹 공격을 앞세운 실전 무술에 더욱 가까운 게 극진 카라 테이 기도 합니다. 또한 이소룡만큼 무술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부족하지만 당시 시대에 있어 도장 깨기나 세계 무도 순례 및 황소와의 대결 및 병목 깨기와도 같은 퍼포먼스로 동양의 무술에 무지했던 서양인들에게 동양 무술의 접근을 허용했던 인물입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배달이 이룩한 업적의 겉모양만을 급하게 모양새만 시늉한 영화이기 때문이며 시대와 인종 간에 대한 통찰 역시 부족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단지 조센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되고 그것으로 퉁치려 하며 근현대사에 있어 이토록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 또 있을까 싶은 최배달의 최전성기를 다루지만 영화는 최배달의 일생도, 액션도 역동성을 잃은 채 지리멸렬한 액션과 스토리만을 보여줍니다. 사실 바람의 파이터는 최배달의 실화라는 글자만 삭제한다면 그냥 싸움꾼 액션 영화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한 시대를 무술이라는 화두에 온 생을 걸고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한국인의 의지로 전 세계 2.000만 명의 수련생이 몸담은 극진회관을 이룩한 불세출의 무도가를 다루기에는, 시대적 상황의 인간 최배달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으며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도 통용되었던 최배달의 무술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채 3류 액션 영화로만 그려졌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대한민국 최초로 최배달을 그린 영화로 기억될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이후 최배달을 다룬 바람의 파이터 2편이 나올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기에 더욱 아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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