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마추어들이 바둑에 목숨을 걸다/
조동인, 김뢰하 주연 바둑영화 스톤
한창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알파고 AlphaGo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인생에 비유되기도 하는 바둑은 그 수가 오묘하여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들을 많이 했으며 뚜껑을 열기도 전에 이세돌 9단의 신승을 낙관하기도 하지만 정작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열리며 이변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수준의 바둑이라 여겼던 알파고는 신의 경지에 오른 듯 이세돌 9단을 3판 내리 이기며 바둑 관계자뿐 아니라 이 대국을 보던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는데 알파고는 약 5개월 전인 2015년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 후이 FanHui2단을 상대로 공식 대국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그 기력이 미천하다 여겨졌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간과한 것은 끊임없이 발전해온 인공지능의 속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면 100년을 공부해도 모자란 기보를 알파고는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습할 수 있었으며 그 복잡성에서 바둑과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는 체스의 경우에는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에게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이미 정복당한 후였었지만 바둑은 그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영역이 넓어 인공지능의 힘으로는 넘보지 못할 영역이라고 단언했지만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인공지능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공상과학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의 희망인 존 코너에 비유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공지능 스카이넷의 시초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기도 한데 그만큼 인공지능이 가진 무한한 능력과 영화로 비롯된 그릇된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오늘 드디어 알파고에게 1승을 빼앗은 이세돌 9단의 78수는 신의 한 수라며 많은 이들이 이세돌 9단의 분투를 극찬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바둑이 가진 오묘함 일지도 모릅니다. 이세돌 9단은 조훈현과 이창호를 뒤를 이은 우리나라의 천재기사였으며 10여 년을 정상에 군림한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중국의 천재기사 커제 9단과 천적 관계를 이루며 전성기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10년이란 시간 동안 이세돌 기사의 기풍이 그만큼 노출되며 내로라하는 프로기사들이 공략법을 찾아 공격하는 양산일 테니 예전만큼 승리하기란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바둑으로 커제 9단에게 진다 해도,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진다고 해도 이세돌 9단은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으며 전진하고 전진하며 싸워나갑니다. 바둑으로 예전만큼의 승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정신, 그것이 인생인 것입니다.
영화 스톤은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정우성 주연의 영화 신의 한 수 역시 바둑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 스톤은 좀 더 바둑에 근접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신의 한 수가 정우성이라는 걸출한 스타급 흥행배우를 앞세워 바둑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루며 350만이라는 관객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바둑의 깊은 이면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내기 바둑과 복수, 액션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영화 스톤 역시 내기 바둑과 조폭이 등장하지만 신의 한 수와는 다르게 하나의 양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천재 아마추어 기사 민수(조동인 분)와 조폭 남해(김뢰하 분)의 인생을 하나의 대국처럼, 영화 자체를 바둑의 대국처럼 멋지게 담은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로카르노 영화제 등 국내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던 영화 스톤은 조세래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와 하얀 전쟁의 각본을 썼으며 스톤의 연출이 첫 작품이자 유작이 된 감독입니다. 영화 제작 말미에 암 투병을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민수 역을 맡은 조동인은 조세래 감독의 차남으로 실제로도 바둑 아마추어 3급의 실력자라고 합니다. 바둑이라는 이색적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장르이다 보니 원래는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투자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명도는 낮아도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로 영화 스톤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양성의다양 측면에서 스톤이나 신의 한 수와도 같은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가 좀 더 흥행성에서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보지만 순전히 개인적 바람일 뿐이고 스톤이 신의 한 수보다는 좀 더 바둑을 성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쩔 수 없이 스톤 자체도 바둑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인배우 조동인의 발견과 더불어 중견 연기자 김뢰하의 연기 변신까지는 아니라 해도 새로운 이미지 창출과 함께 바둑을 인생에 비교하듯 인생을 그리는 데 있어 시작의 어그러짐과 그 어그러짐을 고치려는 자세, 프로와 아마추어의 정신자세부터 바둑을 복기하듯이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선 등이 조폭 이야기가 아닌 온전한 바둑의 세계를 담으려 한 시도는 매우 시선에 와 닿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식의 전환이나 발상의 전환이 그리 힘든 걸까? 왜 바둑을 이야기하면서 조폭이라던지 내기꾼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것일까? 의아심이 자꾸 드는 것은 바둑은 분명 게임이며 바둑을 두는 기사들은 아마추어이건 프로이건 한 명의 게임 플레이어이니만큼 게임 자체를 통한 긴장감과 스토리 구성을 고민 좀 해봤으면 좋을듯싶었는데 그것은 흥행이라는 성적에 압박받는 감독이나 연출자들이 흥행의 요소들을 억지로 영화 스토리에 끼워맞춰려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분명한 건 영화 스톤은 시작은 미약했어도 끝은 창대했다는 것입니다. 바둑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미처 건드리지 못하고 힘겨워한 소재를 이만큼 이끌어 낸 것도 성공적이며 진취적인 한걸음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영화 스톤은 바둑과 인생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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