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지구상에 연인 둘만 남으면 벌어지는 일들/
마이카 먼로,맷 오리어리 주연 아이슬란드 영화 보케
미국과 아이슬란드 합작영화 보케는 지구 상에 종말이 오고 아이슬란드로 여행 온 연인 단둘만이 남아 생존을 모색하는 영화이지만 영화는 단순히 생존투쟁에 집중하지 않고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에 대한 성찰을 감정선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루고 있습니다. 종말이라고 하기에는 종말의 징후나 뉴스를 통한 단서가 전무하고 연인 둘만 제외하고는 건물 등은 파괴되지 않은 채 인간만 사라진, 마치 세기말 휴거처럼 사람만 증발해버린 영화 보케의 설정은 종말이 주요한 스토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라진 후 남겨진 연인의 감정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종말이라는 단어에 비해서는 영화는 지루한 전개와 특별난 사건, 사고 없이 흘러가며 아이슬란드 관광 CF처럼 아이슬란드의 곳곳을 카메라로 보여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배경을 주인공 남녀를 따라 보는 맛은 있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영화 보케가 장편영화 첫 연출인 제프리 오스바인과 앤드류 설리반 감독의 공동연출작이며 마이카 먼로(제나이 역)와 맷 오리어리(라인리 역)가 출연합니다.영화 보케의 시놉시스는 아이슬란드로 여행 온 한 쌍의 연인 제나이와 라인리는 여행을 다니며 사랑을 확인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도시에 모든 사람이 사라지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모두가 사라진 세상에 오로지 너와 나, 단둘이 남은 상황, 하지만 사랑스러운 연인 제나이와 라인리는 즐겁게 지 내려고 애쓰지만..
보케 Bokeh:흐려지다(blur)라는 뜻의 일본에서 파생된 사진 용어로, 의도적으로 배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아웃포커스를 의미합니다. 영화 보케는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경관의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연인 사이인 제나이와 라인리는 두 개의 렌즈가 달린 롤라이 플렉스 카메라를 꺼내 들고 낯선 여행지를 담고 이야기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만끽한 연인들은 아이슬란드의 한 성당을 찾아 신부에게서 아이슬란드에 어떻게 사람들이 살게 되었는지 이주민의 역사를 듣게 됩니다.노리웨이 왕 하랄 호르파게르의 폭정을 피해 온 사람들과 위대한 여행 가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위대한 여행가는 바로 노르웨이 작가 잉바르 암비에르센으로 그는 자신의 작품 엘링, 천국을 바라보다에서 자폐증으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던 엘링이라는 청년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연인에게 아이슬란드는 현실에서의 도피처 내지는 고립이 될 수도 있는 곳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멸망 혹은 종말의 징조는 영화 보케에서도 희미하지만 보입니다. 여주인공 제나이가 창가에서 우연찮게 강렬한 빛의 섬광을 보게 되지만 여주인공 제나이는 크게 신경 쓰지도 않고 섬광 역시 제나이에게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그렇게 무심코 보낸 종말의 징후는 연인에게 단절과 고립이라는 선물을 안겨줍니다. 사실 우리에게 고립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경함은 문명의 혜택을 받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일 것입니다. 문명과의 완벽한 단절 및 고립은 사실 요원하기 때문인데 우리가 사회와의 단절과 인간관계의 고립이라 여겨지는 것들도 사실은 문명 안에서의 고립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존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인이 모든 사람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극도의 고립감을 체험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던 이유는 인류 문명(건물이라든지, 백화점의 옷들과 먹거리 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전기 역시 자가발전식으로 돌아갔기 때문)이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로입니다. 여행 온 연인에게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인류의 종말 혹은 증발 사건은 가족뿐 아니라 친구 등 모두에게 연락이 되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진정한 고립은 바로 아이슬란드라는 섬이 주는 지형적인 특성이 더해집니다. 여주인공 제나이가 가족을 그리워하며 바다를 바라볼 때 제나이가 있는 아이슬란드는 보케로 처리되며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더해주는데 그만큼 영화 보케는 남녀 주인공의 고립감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합니다. 섬은 바다라는 물리적인 경계가 거대하게 가로막고 있으며 연인들은 끊임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도 없는 아이슬란드라는 섬에서 둘의 고립감과 정신 상태는 서서히 파괴되어 갑니다. 특히 여주인공 제나이의 정신 상태는 극도의 분열 상태를 겪게 됩니다.
반대로 남주인공 라인리는 제나이와는 반대 성향으로 낙천적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순응하려고 합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남녀의 차이는 이렇게 갈리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간신히 지탱하던 중 자신들뿐 아니라 사라지지 않은 아이슬란드 노인을 연인은 만나게 되지만 얼마 안 가 노인은 죽고 맙니다.제나이가 자신들뿐 아니라 살아있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노인이 사라지고 컴퓨터에서 친구의 메일을 뒤늦게 확인한 제나이는 절망감에 결국 자살을 택하며 모두가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 역시 사라지길 희망합니다. 라인리는 제나이의 자살을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함께 자살하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한 후 제나이가 없는 세상 속에서 제나이가 마음속 깊이 느꼈을 슬픔과 절망의 얼굴을 한채 차를 타고 떠나갑니다. 영화 보케는 종말의 순간 남겨진 연인들의 선명하지는 않지만 슬픔과 절망, 분노와 절규 등 다양한 표정의 얼굴을 가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혼자야.
각자 자신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우리 각자 바다 위에 홀로 있을 뿐이야
'- ☆ 詩폐라뮤지엄 > 詩폐라뮤지엄-영화 인사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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