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한국 토템 신앙과의 접목이 만든 공포 스릴러 영화/
류승룡, 천우희 주연 영화 손님
독일 하멜른의 민담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한국으로 넘어와 우리의 전통적인 토템 신앙과 만나 독특한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영화 손님은 서양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 여겨지는 피리를 불어 아이들을 홀리고 사라져 간 이유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 우룡(류승룡)과 아들 영남(구승현), 우룡은 전쟁통에 다리에 장애를 입었지만 오직 몸이 안 좋은 아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서울로 가던 길에 산골 어느 마을에 도착하기에 이릅니다. 그곳에서 마을 촌장(이성민)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머무르게 되는 우룡은 무당 미숙(천우희)과 애틋한 정도 쌓으며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으며 점차 마을의 일원으로 동화되어 가던 도중 마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도에도 없는 마을의 촌장은 전쟁이 몇 해 전에 끝났다는 사실을 우룡한테 듣게 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하게 하고 우룡을 다시 내쫓으려고 합니다. 이에 우룡은 마을에 쥐 떼가 들끊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재주를 이용하여 마을에 출몰하는 쥐떼들을 없애주겠다 큰소리치고 촌장은 그렇게만 해준다면 영남의 폐병을 고칠 목돈을 약속합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건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를 간직하고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마을의 촌장이 가지고 있던 비밀은 촌장 개인의 치부라기보다는 마을 전체와 공유하는 전체적인 치부였으며 그 치부로 인해 촌장은 그 마을 내에서 전제 군주주의와도 같은 독선과 독재의 상징으로 자리 잡습니다. 영화 손님에서 보여주는 촌장과 마을의 모습은 일견 우리 사회와 상당 부분 유사하고 닮아있습니다. 외부에서 온 손님을 터부시하고 그 손님이 가진 탁월한 능력을 이용하여 내부의 적들을 소탕하고 소각하려는 술수까지 우리 현대사를 빼다 박았습니다.
마을 촌장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무녀가 되는 미숙은 사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과부댁이었지만 마을 내에서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촌장의 희생양격으로 억지로 무녀가 되는 여인입니다. 우룡과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했지만 촌장의 후환을 두려워한 나머지 쉽사리 용기를 낼 수가 없었으며 우룡이 쥐 떼들을 없애주고 약속한 목돈을 요구하자 원래부터 약속한 사례금을 줄 마음이 없었던 촌장은 우룡을 모함하고 마을에서 쫓아내 버립니다. 여기까지는 독일 하멜른 민담인 피리 부는 사나이와 흡사합니다. 영화 손님은 창의적인 뒤틀기라기보다는 내용의 확장성과 세밀함에 좀 더 주안점을 둔 영화이다 보니 피리 부는 사나이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위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보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호러의 느낌이 나진 않지만 라스트에서는 호러 느낌이 물씬 풍기고는 하는데 무일푼으로 쫓겨난 우룡과 그의 아들 영남은 몰매를 맞아 가누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다시 갈 길을 가야 했지만 후환을 두려워한 촌장의 계략에 의해 영남이 독이 든 주먹밥을 먹고 죽고 맙니다. 아들을 잃고 비통해 빠진 우룡은 결국 자신이 없앤 쥐 떼들을 소환하여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남은 아이들마저 이끌고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영화 손님은 원작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한국적인 토템 신앙과 1950년대의 한국적인 상황을 잘 조합하여 스토리는 제법 탄탄하게 엮어놓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이며 마을의 비밀을 지키려는 촌장과 마을 사람들의 집단 이기심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슴 한편이 아려오게 하는 자화상과도 같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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