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소녀의 상처와 속죄라는 단단한 성에 모호한 발자국을 찍다/
진영, 지우 주연 독립영화 눈발
고성 固城. 단단한 성이라 그 무엇도 들어올 수 없는 곳, 예로부터 눈이 내리지 않는 곳이라 불리던 곳에서 소년은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 눈발은 일 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는 고성에 한 소년이 오고 그곳에서 살인자의 딸이자 한 소녀를 만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 징후 (2012),버블아트 (2013) 등을 연출한 조재민 감독 작품으로 주연배우들로는 민식 역에 진영,예주 역에 지우,정나온,장희령,김성범,장명갑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눈발 시놉시스는 어느 겨울날, 고등학생인 민식은 부모님을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고성으로 내려옵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고장인 낯선 고성에서 민식은 마음이 얼어붙은 소녀 예주를 만나게 되는데 살인자의 딸이라는 비난 속에 왕따가 된 소녀와 그 소녀의 마음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이방인 소년은 서로를 향한 연민으로 마음을 녹여가지만 세상은 두 아이들에게 쉽게 머물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데..
영화 눈발에는 어른과 아이들 두 세계가 공존해나가고 있습니다. 주인공 민식은 눈이 오지 않는 마을 고성으로 부모님을 따라 내려오는데 아버지가 일련의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래서 내려오면서 같이 오게 됩니다. 민식이 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눈이 내리지 않는 낯선 고성에 온 민식은 마음이 얼어붙은 소녀 예주, 살인자의 딸을 만나게 됩니다.살인자의 딸이라는 비난 속에 왕따가 된 소녀 예주와 그렇게 닫힌 소녀의 마음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이방인 소년 민식, 소년과 소녀는 연민의 마음으로 서로를 녹이지만 소년과 소녀는 세상과 어른들에 의해 또다시 상처를 받습니다. 민식에게 어렵게 마음을 열었던 예주는 염소를 찾아 어둠 속으로 뛰어가는데 세상 그 어디에도 도움 하나 요청할 곳도 없다고 생각한 소녀의 막막한 절망감이 소녀를 끝 간 데 없는 어둠 속으로 떠밀기 때문입니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멸시와 모욕 속에서도 끝내 학교를 떠나지 않는 예주와 영화 눈발 속의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합니다. 목사이자 민식의 아버지는 교회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 애쓰지만 살인자의 딸 예주가 교회에 오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으며 음악 선생의 경우 자신을 때리고 학대하는 친구들 앞에서 실기시험이라며 노래를 부르게 하는데 예주는 이미 학교에서 살인자의 딸이라며 갖은 멸시와 왕따를 당하던 상황인데 음악 선생은 예주가 노래를 부르지 않자 다그치고 그런 예주가 뛰쳐나가자 음악 선생은 비웃음과 비난으로 아이들과 함께 조롱을 보냅니다. 우리나라에서 선생이 지닌 현재의 모습이라는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살인자의 딸이란 조롱을 안겨준 예주의 아빠, 자신의 딸 예주를 위해서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데 적어도 이사라도 가야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다. 억울하다는 공허한 외침만 반복할 뿐 딸을 위해서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방관적인 자세 역시 또 다른 폭력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예주를 강간했단 염소 주인, 살인자의 딸 예주를 자신의 욕구 만족으로 풀어버린 나쁜 어른, 힘없고 가녀린 청소년을 향한 성범죄는 영화 속에서 식상한 소재로 보였지만 분명한 건 그것은 분명 가장 현실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영화 눈발은 소년과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 같지만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고 치유받지 못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고성에 언젠가 눈이 오듯이 아이들도 언젠가 그 추운 겨울 같은 마음이 녹아날 날이 있을까 싶을 만큼 우울함만을 가득 담은 영화 눈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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