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모르는, 불편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십 대 가출 청소년의 충격적인 현실/
김가희, 강민아 주연 영화 박화영
영화 박화영은 십 대 가출 청소년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전하려 노력한 독립영화입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에 화려한 면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기에 십 대 가출 청소년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십 대 가출 청소년의 90%는 무책임한 부모들의 영향으로 생겨납니다. 영화 속 주인공 일명 엄마라고 불리는 박화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화영의 엄마는 그녀를 버린 채 살아가는 무책임한 부모이며 그런 엄마로 인해 화영은 삐뚤어지기 시작하지만 부모의 모습을 닮듯이 판콜에스를 들이키고 소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던 엄마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합니다. 감기약을 먹고 술을 마시면 간이 감기약에 의해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하고 환각 증세가 강화된다고 하는데 박화영 역시 죽도록 싫어하는 엄마의 행위를 따라 하면서 내면 깊숙이 사랑을 그리워하고 갈구하는 여리디 여린 18세 소녀의 모습이 내비치기도 합니다. 영화 LA 아리랑(1995),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1995),똥개(2003),주몽(2006),똥파리(2008),지랄(2011),캐릭터(2011),암살(2015),밀정(2016)등에서 주, 조연을 맡고 집(2013)의 연출을 맡았던 이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박화영 역에 김가희,은미정 역에 강민아,영재 역에 이재균,세진 역에 이유미,상식 역에 김도완,윤경 역에 하윤경,은정 역에 방은정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박화영 시놉시스는 박화영의 집에 모인 모두는 매일 라면을 먹고, 매번 담배를 피우고 동갑인 화영을 엄마라고 부릅니다. 화영에게는 단짝인 무명 연예인 친구 미정이 있는데 미정은 또래들의 우두머리 남자친구 영재를 등에 업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군림합니다. 화영과 미정 둘의 사이가 마땅치 않은 영재를 화영을 괴롭히고 이용하는데 그러던 중 화영의 집으로 들어온 또 한 명의 가출 소녀 세진이 영진과 심상치 않은 관계가 되어 버리고 미 정보다 이 사실을 먼저 알게 된 화영이 세진을 두고 볼 수 없어 사고를 저지르며 화영과 미정의 앞날은 극한으로 치닫게 됩니다.
박화영은 미정을 비롯하여 동년배 가출 소녀들에게 엄마라고 불립니다. 친구인 미정처럼 외모가 빼어나지도 않았던 화영은 자신의 생존법이자 자신을 버린 엄마와는 반대로 행동하며 그것이 진정한 부모이고 자식을 위해 모든 걸 감싸주는 것이 엄마라고 생각하며 딸이라고 생각하는 미정을 대신해 무릎을 꿇고 연예인 동료들을 때려주기도 하며 끝내는 미정 대신 성폭행을 당한 채 살인죄를 뒤집어쓴 채 감옥에 가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박화영이 엄마에 대한 가치관이 극단적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박화영이 가진 부모에 대한 가치관이 비정상적으로 무조건적인 희생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오버라고 생각하기에는 박화영이 가진 환경(자신의 희생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그들 곁에 머물 수 있었기 때문에)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 박화영은 십 대 가출 청소년들의 생활상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에 도리어 불편하고 인상이 찌푸려질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십 대 가출 청소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 속에 그대로 투영하며 측은지심과 경멸의 시선이 공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모습은 박화영이 자칭, 타칭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며 친구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는 부분에서 극에 달합니다. 하지만 박화영을 엄마라고 부르는 가출 소녀들에게 박화영은 단지 호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일 뿐입니다. 그것은 친구인 미정조차 마찬가지일 뿐입니다. 사실 십 대 가출 청소년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둥지를 떠나 살아가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십 대 소녀들은 또래의 일진 남자들 등에 업혀서 살아가고 십 대 남자들은 더 강한 일진들의 보호 속에 그들이 시키는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기도 합니다. 영화 박화영 속에서는 청소년 보호법을 악용하여 단체로 술집에 들어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고 협박, 합의를 미끼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며 성매매하려는 아저씨를 발가벗겨 동영상을 촬영하고 현금과 카드를 갈취하는 등 십 대 가출 청소년들은 부모라는 보호(애초에 그런 부모들의 보호가 있었나 싶지만)를 벗어나 또 다른 보호 속에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자신들의 삶을 갊아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화영은 끊임없는 결핍을 통해 친구들 곁에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머물고 싶어 한, 겉으로는 강한 척 침을 뱉고 담배를 피우며 큰소리로 악다구니를 펼치지만 결국에는 깊고 슬픈 외로움에 몸서리친 18살 가출 소녀일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박화영은 친구들에게는 엄마라고 불리며 완전 호구 짓만을 거듭하지만 어른들에게는 누구보다 강하게 소리 지르고 욕하며 인간 흉기처럼 위협을 하기까지 하지만 가출한 소녀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삥 뜯은 돈으로 친구들을 위해 라면과 담배, 소주 등을 사주고 비싼 운동화를 사라며 지폐를 주는 등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아무도 그것은 어른들이 사는 세상을 벗어나 아이들만의 세상에서조차 버림받지 않기 위한 박화영만의 생존 방식이었으며 그 속에서 사람 냄새를 그리워한 몸부림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영화 박화영의 십 대 가출 청소년들의 세계는 바로 우리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이자 은유적이고 우회적인 세계의 직설적이며 날 것 그대로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갖은 나쁜 짓을 일삼는 모습이 불편하다고 해도 결국 아이들이 선을 넘고 도를 넘는 모든 행위들은 바로 어른들이 보여주고 가르쳐준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그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거칠고 직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십 대 가출 청소년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 어른들이 싸지른 똥 덩어리처럼 우리의 몸에서 나온 것이지만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영화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은 여러 영화에서 단역 및 조연들을 거쳐 내공을 다진 뒤 영화 박화영을 연출하기에 이릅니다. 영화 자체가 저예산 독립영화이기에 영화의 연출 자체도 날것처럼 거칠지만 무명의 시간을 오래 보낸 단역 배우의 설움을 알고 있는 감독이 가장 현실에 근접한 십 대 가출 청소년들의 실태에 대한 메시지와 무책임하면서 탐욕에 찌든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가득 담았기에 노출 수위도 세고 폭력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기에 몰입감을 깊이 안겨주었으며 그러한 배우들과 감독의 열정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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