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이 그려낸 동성애와 스와핑으로 채색된 고려말의 성풍속도/
조인성.송지효의 파격노출 시대극 영화 쌍화점
유하 감독의 2008년도 작품 쌍화점, 조인성과 주진모의 동성애와 조인성, 송지효의 파격 노출 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쌍화점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나오기 전까지는 동성애를 다룬 작품으로는 한국 영화들 중 유일무이한 작품이자 고려시대를 다룬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0년 가까이 지속되던 고려 말의 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고증 자체는 뛰어나지 않아 전작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감독의 연출에 기댄 작품입니다. 노국공주와 공민왕의 러브 스토리로 유명한 공민왕과 친위부대 건룡위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며 치밀하고 촘촘한 이야기 진행되는 대신 영상미가 매우 빼어난 작품으로 노국공주 사후 사치와 퇴폐를 일삼는 공민왕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당시 고려 말의 분위기 자체는 도덕적인 윤리관이 조선처럼 깊숙이 자리 잡기 전이기 때문에 분명 지금과는 다른 윤리관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실제로 조선의 유교가 정립되면서 지금의 정조관이 자리잡기 전 한반도의 성 풍속도는 매우 개방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영화 쌍화점에서 선보인 주진모, 조인성의 동성애뿐 아니라 조인성, 송지효의 스와핑이나 근친혼 등이 매우 성행했다는 것입니다. 신라 시대 때에는 왕족이 근친혼을 주도했는데 진골과 성골로 대변되는 계급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이 유지되었으며 고려 시대 때에는 왕족과 귀족뿐 아니라 평민들도 근친상간과 근친혼의 풍습이 있었습니다. 고려를 세운 왕건의 경우 29명의 부인들과 25남 9녀를 두었는데 왕건의 딸들은 신라 경순왕에게 시집간 두 명의 공주를 제외하면 모두 오누이 간에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고려 시대 때에는 동부 이모 형제자매간의 혼인이 법적으로 허용되었는데 어머니가 다르면 아버지가 같은 남매간의 혼인이 가능했던 시대였습니다. 영화 쌍화점에서 공민왕(주진모 분)이 홍림(조인성 분)에게 왕비(송지효 분)와의 동침을 명령하지 망설이는 이유는 근친혼이 충격이어서가 아니라 왕의 아내와의 동침을 망설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곧 서로를 탐미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금세 서로의 욕망에 충실합니다. 이러한 사태가 만일 조선 중기에 행해진다면 홍림은 아마 명을 받들 수 없다며 자결했을 것입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근친혼이나 스와핑,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했거나 아예 없었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영화 쌍화점은 원의 간섭과 억압을 받던 고려 말의 폭풍 같은 시대적 상황을 공민왕 주진모와 왕의 호위무사 홍림 조인성 그리고 왕의 왕비 송지효와의 삼각관계를 담담하게 하지만 자극적인 노출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실제 고려 역사에서 공민왕을 시해하는 홍림은 영화 속에서 친위부대 건룡위의 수장 홍림으로 등장하는데 공민왕은 노국공주 사후 후사 문제를 빌미로 원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자 홍림에게 왕비와 동침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왕이 홍림과 왕비 모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왕의 명령이라면 목숨처럼 따르는 친위부대 수장 홍림은 왕후와의 대리 합궁이라는 비상식적인 명을 따르고 맙니다. 어쩔 수 없는 명령에 의한 합궁이었지만 홍림과 왕후는 이후 서로를 탐닉하고 왕은 그들을 훔쳐보기에 이릅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동성애가 성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금기시되고 죄악시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왕의 여자 왕비와 잠자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목숨이 열 개 붙어 있어도 모자랄 만큼 대역죄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영화 쌍화점에서는 왕으로 분한 주진모의 애절함보다는 왕의 호위무사 홍림으로 분한 조인성과 왕후 송지효의 격정적이고 금기시된 감정의 이입이 비록 전형적이고 통속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유하 감독의 재능이 변주를 더해 몰입감을 더해주기도 합니다. 영화 쌍화점 속 송지효와 조인성 혹은 조인성과 주진모의 정사신은 결코 로맨틱하거나 아름답지도 않으며 인간 내면의 원초적 본성인 에로스를 바탕으로 서로의 육체를 탐미하고 갈구하며 사랑이라는 은유 대신 욕정과 욕망이라는 맨 얼굴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 줍니다.
금지된 정사를 하는 당사자인 왕비 송지효와 홍림 조인성은 살과 살들의 접촉에도 억제되고 절제된 신음소리와 미처 느끼지 못한 쾌감 속에 사회적 윤리관에 마음의 고통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초적인 자극만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육체의 뜨거운 본능과 본능 속에 숨겨진 사랑과 상처의 비극을 표정만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둘의 표정이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둘은 처음부터 그리 크게 고심하지도 않고 서로를 탐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말입니다.
왕의 남자이면서 또한 왕비의 남자가 돼버린 홍림과 노국공주를 사랑한 이후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은 공민왕을 동성애자로 그리며 홍림과 왕비의 사랑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왕과 구중궁궐 속에 갇힌 채 왕의 사랑만을 바라보던 왕비가 홍림으로 인해 육체적 갈증에서 해방되던 합궁의 밤, 고려 말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고려 말 정치적 배경과 궁중 스캔들은 그저 왕과 홍림 그리고 왕비의 갈등의 무게를 적절하게 더해주는 장치로 사용될 뿐 영화 쌍화점은 격정적인 멜로 영화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마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처럼 시대에 갇힌 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미처 알지 못하다 자신의 본질을 깨우치며 파멸로 달려가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영화 쌍화점이기도 합니다. 절대적 권력의 중심 왕 주진모나 왕비라는 고귀한 신분이지만 남성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채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왕비 송지효의 틈에서 홍림 역의 조인성은 중성적인 매력으로 왕의 육체와 왕비의 정신까지 완벽하게 지배하지만 자신조차 파멸이라는 수렁 속으로 빠져버리는 한 남자의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사랑이 결코 영속성에 있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사랑의 미학을 이야기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사랑이 발생하는 뜨거운 순간의 열정과 육체적 관계가 지닌 순수함과 그 순간에 파생되는 지옥과도 같은 질투, 의심, 배신, 집착들에 대한 덧없음을 유하 감독은 영화 쌍화점에서 풀어내고 있고 그것이 우리 인생사이자 사랑의 정체이지 않냐고 설파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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