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복고 B급 문화의 정점을 담다_황정민,김윤진 주연영화 국제시장

/레트로 복고 B급 문화의 정점을 담다/

황정민, 김윤진 주연 영화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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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Ode to My Fath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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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은 관객수 1400만 이상을 극장가로 끌어들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사실 엄청난 수작도 아니고 할리우드급 블럭버스터도 아니지만 부산의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요소는 어디에 있었을까? 응팔(응답하라 1988)이로 대변되는 추억 팔이 같은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사회, 경제, 문화 각 방면에 걸쳐서 추억을 더듬고 회상하며 지나간 옛 기억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재가공하여 판매하는 방식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몇 년간 이 추억 팔이는 우리나라 그 어떤 콘텐츠보다 소위 잘 먹히는 상품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B급 문화라고 하면 멸시와 조롱, 경멸의 대상이기도 했고 A급 문화의 사생아 같은 존재로 치부되기도 했었지만 현재의 B급 문화는 어떠한가? 소위 A급 문화가 일반적인 대중들의 공감과 호응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평론가와 전문가 등 소위 소수의견으로 성립되고 대중이 그들이 정립해놓은 길을 무작정 따라가는 스펙트럼이라고 볼 때 드라마 응팔이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영화 국제시장 같은 시대를 선도하는 B급 문화는 대중들의 호응도에 힘입어 A급 문화처럼 충분히 시대를 분석하고 앞서 나가지 않음에도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문화의 정점을 찍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A급 문화는 시대를 앞서가고 현실을 통찰하며 열정적이고 비대중적이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여러 현상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대중에게는 인식의 확산이라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피로도가 높기도 합니다. 사실 응팔이나 국제시장과도 같은 추억을 파는 B급 문화들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청년실업과 제한적인 경제성장, 노령화가 깊어지는 암흑 같은 한국경제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문화 자체가 미래지향적인 콘텐츠를 양산하지 못하고 과거의 유령만 잡고서 씨름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시작은 흥남 부두에서 시작된다. 덕수의 아버지가 가족들을 데리고 철수하려는 미군배에 올라타려는 장면

미군에게 초콜릿을 얻어먹는 어린 시절의 덕수

영화 국제시장은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부터 현시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주된 스토리는 아버지를 잃고 가장이 된 어린 덕수(황정민 분)가 한국사의 중앙을 관통하며 겪는 갖은 고초가 주된 골격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 중 흥남부두에서 어린 여동생 막순(최스텔라 김 분)을 찾기 위해 배에서 내린 아버지 대신 가족과 함께 국제시장의 고모를 찾아가게 됩니다.

국제시장.Ode to My Father, 2014

◐국제시장의 볼거리 파독 광부 해외 송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참변인 6.25전쟁 통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세상살이는 만만치 않았는데 일제시대에 수탈된 한반도의 부족한 자원은 전쟁을 겪으며 고갈되어 한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에티오피아 수준으로 떨어졌고 사람들은 일거리를 찾거나 놀 수밖에 없을 때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의 해외 송출이 일어나게 됩니다. 한강의 기적보다 훨씬 이전에 세계 2차 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만든 독일은 급성장하는 경제발전 속도만큼 인력이 부족해졌고 한국은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는 동시에 외화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에 파독 광부는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파독 인부 500명을 모집하는데 4만 6천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했던 파독 광부들은 3년 계약에 매월 600마르크(160달러)라는 높은 수입이 보장되었으나 그들 모두가 광부 경험이 있던 이들이 아니었기에 부상과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합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덕수가 파독 광부가 되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파독 광부로 갖은 고생을 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담기고는 합니다.

파독 광부 테스트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덕수의 분투기

인생 막장이라는 광부는 죽음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터널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직업이다

국제시장.Ode to My Father, 2014

◑덕수와 영자의 연애 전성시대

만리타향 독일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만난 덕수와 영자, 둘의 데이트는 말 하나 통하지 않는 독일에서조차 달달하고 달콤한데 덕수는 죽을 만큼 힘든 막장의 삶 광부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영자 앞에서 호기를 부리기도 하고 영자는 영자대로 덩치 큰 독일인들의 대소변을 닦으며 힘에 부치는 생활을 덕수의 위안과 사랑으로 채워나갑니다.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는 독일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라는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사랑을 싹 띄운다

영화 국제시장에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소품, 유행 등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본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백년해로, 덕수와 영자의 결혼식 장면

파독 광부로 집을 장만할 만큼 많은 돈을 벌어온 덕수지만 이내 한계가 다가옵니다.고모의 가게를 물려받을 수도 있었지만 고모부가 가게를 처분하고 막내 끝순(김슬기 분)의 결혼자금을 위해서 다시 전쟁터인 베트남 기술 근무자로 길을 나서게 되는 덕수, 그 시절 우리네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의 삶을 저당 잡힌 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눈시울 적시기 충분했습니다. 영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 한번 즈음 살아보라고 말해도 덕수의 마음은 이미 베트남으로 날아가고 있었기에 소용없는 짓이 되고 맙니다.

국제시장.Ode to My Father, 2014

부산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순결한 간호사에서 억척 아지매로 변신한 영자(김윤진)

말다툼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거수경계를 해야 했던 60~70년대 당시의 시대가 이젠 우스 쾅스럽기까지 하다

아버지 유진규(정진영).여동생 윤막순(최스텔라김)을 찾는 이산가족 방송을 하는 덕수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흥남철수부터 부산 국제시장의 난장 같은 모습, 파독 광부와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 찾기까지 현대 한국사를 질풍처럼 가로지르는 삶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그리고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예전보다 더 퍽퍽한 삶을 살아가며 그래도 예전이 좋았다는 어른들의 자위를 안주 삼아 현 세태를 난도질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성공 뒤에는 현재의 우리가 얼마나 비틀거리는 삶들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힘겨움을 대신할 술과 안주 역할을 하는 셈인 것입니다. B급 문화가 우리를 자위하는 동안 우리가 새삼 보아야 할 것은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와 그 시절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에 대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청사진이며 다양한 대안 들일 것입니다. 잠깐 과거를 추억할 수는 있어도 그 과거에 매여 살면 앞으로 나아가는데 어떤 희망이 있을 것인가, B급 문화가 광범위한 사랑을 받을수록 그만큼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