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마부키 사토시 주연 일본 스릴러 영화 우행록:어리석은 자의 기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가족 살인사건-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누쿠이 도쿠로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하는 한 일본 스릴러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행동의 기록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우행록은 도쿄의 고급 주택가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 일명 타코우가 일가족 살해 사건을 한 기자가 파헤치는 르포 형식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 남편, 미인이며 곱게 자란 아내, 그리고 귀엽기만 한두 자녀. 그림에 그린 듯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일가족이 식칼로 난자당한 채 발견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립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이웃 아주머니, 부인과 요리를 배우던 수강생, 대학 동창, 회사 동료 등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에 다가선다는 스토리인데 영화 우행록은 크던 작던 죄를 저지르고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것 역시 결국 철저하게 주관적이며 상대적 개념이라는 데서 질시와 다툼은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음을 은연중 보여줍니다. 영화 우행록은 행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비열하고 저열한 수단을 이용하면서까지 상대방의 희망을 파괴하고 영혼을 훼손시키는 등의 행위들이 범죄라는 인식 없이 일상처럼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행록은 참혹한 일가족 살해 사건의 내막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가장 참혹한 살인의 죄악의 피해자와 드러나지 않은 가해자 사이의 직, 간접적인 범죄의 연쇄 고리가 드러나는 스릴러 형식의 영화이며 각 캐릭터 간의 탁월한 심리묘사를 비롯하여 미츠코 역의 미츠시마 히카리의 연기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차갑고 날카로운 연출 등이 매력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일본 스릴러 영화 우행록은 이츠 올인 더 핑거스, 점 등을 연출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 작품으로 츠마부키 사토시,미츠시마 히토리,코이데 케이스케,우스다 아사미,이치카와 유이,나카무라 토모야 등이 출연하며 영화 오프닝 영상은 다나카 타케시 기자(츠마부키 사토시 분)가 타코우가 일가족 살해 사건을 일 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획기사를 내기 위해 취재를 하며 시작됩니다. 영화 초반 버스 의자에 멀뚱히 앉아 있던 타케시가 면박을 주며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노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넘어지고 다리를 저는 등의 시늉으로 노인에게 무안을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조차 우리는 크고 작은 충돌로 인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무수한 상처를 주거나 입히고 살아간다는 것을 감독은 영화 초반 타케시의 버스 장면으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 우행록은 각 캐릭터들에 대해 알아야 좀 더 영화를 보는 시점이 명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뷰를 진행하다 보면 영화의 스포일러가 다수 노출될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타코우 일가족 살해사건의 희생자
나츠하라 유키에,미모의 외부생이자 그룹의 여왕
마츠모토 와카나가 분한 나츠하라 유키에는 명문 분오 대학 외부생 출신이지만 당당히 내부생 그룹 여왕으로 등극하며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크게 시선을 잡아끌지 않는 듯한 외모이기도 하지만 단아한 외모와 뛰어난 매너,능란한 처세술을 바탕으로 외부생,내부생을 통틀어 군계일학처럼 빛나지만 야누스적인 속성을 가졌던 나츠하라 유키에는 원하는 것은 가져야 직성이 풀리고 자신의 경쟁자는 은밀하게 파괴하고 망가뜨리는 이중적인 성격의 인물이기도 합니다.나츠하라 유키에는 졸업 이후 토지개발 회사에 다니는 유능한 인재 타코우 히로키와 결혼, 딸 한 명을 낳고 단란하게 살아가며 모두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일순간에 타코우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참극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그녀는 비록 참극의 피해자가 되기는 하지만 그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 이루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양심이나 죄책감도 없이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코 동정이 가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내부생과 외부생:내부생은 분오 대학을 비롯하여 명문 사립 중 고등학교들을 거쳐 대학까지 진학한 학생들의 통칭이며 외부생은 시험을 쳐서 들어온 학생들을 일컸습니다. 로옐 코스를 밟으며 학생 때부터 하이 소사이어티를 형성, 군림하다가 사회에 나가서도 상류 지배계급이 되는 소위 금수저이며 일반 외부생들하고는 상종하지 않는 부류이기도 합니다.
타코우 일가족 살해사건의 희생자
타코우 히로키,이기심과 야욕의 화신이자 몰살된 가족의 가장
자신의 목적(영화 우행록에서는 주로 취업)을 위해서는 수단(집안 좋은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다닌다)을 가리지 않고 여러 여자들에게 상처를 줬던 타코우 히로키(코이데 케이스케 분), 핸섬하면서 명문대 출신이던 그는 거침없이 집안 좋거나 자신이 목적한 회사 사장들 딸을 만나고 이용당했다 여겨 따지는 여자들에게는 너무나 뻔뻔스럽게 자신만의 소신을 피력하기도 합니다.(근데 은근 설득 당한다는) 그렇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힘으로 일류 개발 회사에 취업하고 모두가 사랑하고 우러러보던 그룹의 여왕 나츠하라 유키와 결혼하여 가장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삽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구어놓은 타코우 히로키의 삶은 아내를 따라온 살인마의 칼이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순간 일장춘몽, 허무하게 사라져 갑니다.
미야무라 준코
나츠하라 유키에의 빰을 때린 카페 여사장
자기 색깔없는 분오스러운 애들한테는 외모라든가 인기라든가
겉으로 드러나는 게 매우 중요하죠. 집안 같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영화 우행록 중에서
취재 나온 다나카 타케시에게 본오 출신 카페 여사장 미야무라 준코는 자신은 전혀 분오스럽지 않다며 분오대 출신 여자들을 속물로 매도합니다. 특히 자신의 전 남자 친구인 오가타 타카유키를 나츠하라에게 빼앗긴 이후 그녀는 나츠하라의 뺨을 때리고 맞는 사건 이후 지독하리만치 악감정을 품고 있지만 자신이 전혀 분오스럽지 않거나 나츠하라에게 악감정이 없다는 말은 전 남자 친구 오가타의 증언을 토대로 한다면 전혀 설득력 없는 거짓말이기도 합니다.
준코가 나츠하라를 싫어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엄청 질투했고 경쟁했어요. 특히 준코는 허영심이 많았어요
영화 우행록 중에서
다나카 미츠코
불행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던 안타까운 몸부림의 참혹한 결말
영화 우행록의 스토리 진행의 하나는 다나카 타케시 기자가 타코우 일가 살해사건을 일 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또 다른 하나는 타케시의 여동생 다나카 미츠코의 독백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친아버지의 상습적인 성폭행과 임신 그리고 엄마의 무책임한 방조는 어린 다나카 미츠코의 영혼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맙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미츠코는 명문 분오대학에 입학,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인생역전을 노리며 마지막 희망을 품습니다. 그런 미츠코에게 외부생이면서도 내부생들 틈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나츠하라는 미츠코에게 행복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브릿지처럼 비춥니다.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넘보는 미츠코를 용인할 나츠하라가 아니었기에 나츠하라가 이끄는 은밀하고도 저주스러운 나락의 수렁으로 나츠하라는 빠져들고 맙니다.
엄마에게 그동안 아빠가 한 짓을 울면서 말했지만 엄마는..
꼬리 친 내 잘못이라며 날 팼어요
그리고 엄마는 집을 나가 새 남자를 찾아갔죠
/영화 우행록 중에서
미야무라가 타케시 기자에게 나츠하라와 어울리다 무리한 승급을 노리다 인생 조진 속물 여학생이 기억난다며 다나카 미츠코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미츠코였다면 분명 나츠하라를 죽이려 했을 거예요"라는 단정 짓는듯한 말과 함께 미야무라의 입에서 다나카 미츠코란 이름 석자가 나오면서 영화 우행록의 반전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미츠코가 꿈꾸던 행복은 악몽이 되어 돌아왔으며 그녀 미츠코가 온 세상에서 오직 오빠 타케시만이 자신을 위해주는 진정한 존재이며 행복을 주는 존재라고 믿게 된 것은 오빠 타케시가 여동생 미츠코의 간절한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던 탓인지, 아니면 저주받은 핏줄의 DNA 탓이었던지 미츠코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버렸으며 모든 어리석은 행동의 기록이라는 설명이 붙은 영화 우행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죄의 연쇄를 세밀하고 밀도 있는 연출로 그려내며 시종일관 묵직하고 어두운 톤의 연출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나카 미츠코의 불행은 미인이었단 거예요.
미츠코를 내부생 전원에게 넘긴 건 나츠하라였으니까
/영화 우행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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