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장혁 주연 액션영화 한국판 테이큰 검객
광해군을 내쫒고 만든 인조의 세상
사극 액션영화 검객은 병자호란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바탕으로 한 검술액션 영화로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축출되면서 명과 청이라는 거대 공룡 틈 사이에서 균형감있는 외교 정책을 펼치던 광해군을 패륜아로 몰아 반정에 성공한 세력이 인조를 주축으로 명을 받들고 청을 배척하면서 결국 40여년전 임진왜란을 겪었던 조선을 다시 전쟁의 화마속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병자호란이라는 배경을 한 영화 남한산성이나 최강병기 활처럼 영화 검객 역시 청 나라의 횡포 속에 최강의 검술 실력을 가진 주인공이 딸을 구하기 위해 구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으며 조선판 테이큰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습니다.영화 최면(2021),더 킬러:죽어도 되는 아이(2022)등을 연출한 최재훈 감독 작품이며 주연배우들로는 태율 역에 장혁,어린 태율 역에 이민혁,태옥 역에 김현수,구루타이 역에 조 타슬림,승호 역에 정만식,화선 역에 이나경,광해 역에 장현성,서역 여인 역에 안젤리나 다닐로바 등이 출연합니다.영화 검객 시놉시스는 광해군 폐위 후, 스스로 자취를 감춘 조선 최고의 검객 ‘태율’(장혁). 한편, 조선을 사이에 둔 청과 명의 대립으로 혼란은 극에 달하고,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조 타슬림)는 무리한 요구를 해대며 조선을 핍박한다. 백성들의 고통이 날로 더해가던 중, ‘구루타이’의 수하들에 의해 태율의 딸이 공녀로 잡혀가고 만다. 세상을 등진 채 조용히 살고자 했던 조선 최고의 검객 ‘태율’은 딸을 구하기 위한 자비 없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는데...
장혁의 화려한 액션신이 눈에 들어오는 영화 검객은 러닝타임 100분을 쉴틈없는 검술의 화려함으로 빼곡하게 채워넣었습니다.수상 내역으로는 2021년 41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촬영상-동상).3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시마프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하지만 총 1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영화관에선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데는 실패합니다.영화 검객은 맨 온 파이어,테이큰,아저씨같은 영화에서 사용된 주인공이 납치된 아이/딸을 되찾으려 노력한다는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로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크게 새로운 부분은 없지만, 이와는 별개로 장혁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게 볼만한 액션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영화 초반에는 나름 사연을 가진 것 같은 캐릭터들이 영화 중반을 지나면서 단순한 성격을 가지게 되어버린다는 점과 이미 많은 영화에서 사용되어 약간 지겹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스토리적인 부분이 조금 아쉬운 편으로 이를 반영하듯 평론가들의 평은 낮지만 시원시원하면서 딸을 되찾기 위해 인정사정을 보지 않는 장혁의 액션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네티즌이나 관람객 평은 나쁘지 않습니다.
영화 검객에서 보여지는 검술 액션이 과거 일본에서 제작된 바람의 검심 실사 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빠른 움직임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검술 고증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보는 재미는 확실하게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특히 영화 검객의 배경이나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장혁이 과거 드라마 추노에서 이대길로 출연한 게 떠오른다는 의견도 간간히 보이는데 다만 이는 추노 이후 장혁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평가이기도 합니다.배우들은 나름 열연했으나 일부 배우들의 대사 톤이 지나치게 낮은 톤으로 일관되며 주요 대사랄게 딱히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닌 문제이며 검객의 전개는 빌런, 트롤러, 무능력한 조력자같은 명백히 역할이 구분된 배역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주인공인 장혁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적당한 무대를 매번 만드는 식으로 몇 차례 반복되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래서인지 확실히 장혁이 펼치는 액션은 볼만 하지만 그외에는 모두 에상 가능한 단순한 스토리 구성이라 흥미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영화 검객속에 인조는 등장하지 않지만 광해군을 인조반정으로 내쫒는 장면이나 어린 태율이 광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광해는 반정 세력에 의해 체포되고 태율은 광해의 친딸을 데리고 도망쳐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게 되는데 어린 태율과 승부를 겨루던 무사 승호(정만식 분)역시 광해를 모시다가 인조반정에 참여하여 광해를 몰아내고 인조를 왕으로 내세우지만 명 나라가 청 나라에 멸망해가던 시기이기 때문에 이 선택은 결국 조선을 청 나라의 아가리 속으로 내던지는 어리석은 선택이 되고 맙니다.승호 역시 처음에는 구루타이 일행과 대립관계를 보였지만, 친명배금 정책의 인조 정권에 백성들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식하고 구루타이의 편으로 돌아서는데 이후 태율과 맞서고, 서로 복부의 부상을 입지만 파고들기에 말려들어 패배하고 구루타이의 기습을 받아 살해당하고 맙니다.그렇다면 인조반정을 불러온 광해의 외교정책은 어떠했는가?정말 폭군이라 낙인 찍을만큼 잘못된 정치를 했던 것일까?승자였던 인조 측에서 기록되었기에 광해의 외교에 대한 평가는 박할 수 밖에 없지만 광해는 현대 시점으로 봐도 탁월한 외교 감각을 자랑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명나라와 후금 사이 탁월한 중립외교를 펼친 광해군과 현실 인식 제로였던 인조반정 세력
현재 우리나라는 미‧중‧일 등 강대국의 갈등 사이에서 휘청이고 있습니다.위정자의 그릇된 판단 하나가 불러올 나비효과는 상상 그 이상일 것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조선의 15대 임금(재위 1608~1623) 광해군이 펼친 중립외교는 현재에도 놀라울 따름입니다.광해군은 한편에서는 쫓겨난 폭군이라 하고, 다른 편에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립 외교를 펼친 현실적인 군주로 높이 평가받는데 조선시대까지는 연산군과 함께 폭군의 대명사로 꼽혔지만 1980년대 들면서 광해군이 보여준 서민정책과 외교정책은 개혁군주로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광해군은 영창대군(1606~1614)이 태어나기 전까지 적자가 없었던 선조는 궁여지책으로 광해군을 세자로 임명했는데 비록 차선이었지만 결과는 최선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진왜란 발생 후 도망갈 궁리만 하며 무능한 지도자의 끝을 보여준 선조와 달리 광해군은 분조(전시에 왕실을 나눠 나라를 운영하는 체제)활동을 펼치며 의병을 응원하고 장려하며 백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습니다. 조선이 당시 명줄이었던 호남을 지킬 수 있던 데는 이순신‧권율로 대표되는 관군과 김천일 등의 의병들이 양동작전을 펼치면서 가능했는데 이 조직의 꼭대기에 광해군이 있었습니다.이런 광해군의 활약에 명나라도 감탄했는데 명나라 황제는 조선에 칙서를 내려 “광해군에게 전라 경상도의 군사 총독을 맡겨라” “부왕의 실정을 만회해 종사를 보존토록 해라”고 했습니다.분투하는 광해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자인 영창대군이 태어나면서 광해군은 자칫 폐세자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갑작스레 선조가 승하하면서 광해군은 가까스로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전쟁터를 몸소 다니며 민중들의 참상을 몸소 체험한 그는 파격적인 친서민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성군의 자질을 보여줍니다.광해군의 대표적인 업적은 ‘조세혁명’이라 불리는 대동법의 시행인데 대동법은 지방 특산물을 세금으로 내던 공납제를 폐지하고 쌀로 통일해 바치게 한 납세제도를 말합니다. 당시 생산되지도 않는 특산품을 세금으로 내야 했던 서민들의 처지를 악용해 세금을 대신 내주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방납(防納)으로 인한 폐단이 심했는데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은 비중으로 내면서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심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대동제는 가지고 있는 토지에 비례해 쌀을 납부하면 돼 서민들의 경우 최대 80%까지 세금 부담이 줄었습니다.당시로는 엄청난 개혁이었는데 이는 양반사회에 충격과 반발을 일으켰고 전국적으로 시행되기까지는 100년의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양전사업과 호구조사도 빼놓을 수 없는데 임진왜란으로 농토의 3분의 1이 줄자 광해군은 폐허와 토지 개간으로 농토를 늘리는 양전사업을 크게 벌였으며 호구조사 역시 마찬가지인데 비정상적인 호구(戶口)를 악용해 농민을 노비화 하거나 사유화하는 양반의 횡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두 사업은 국가 수입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실행했지만 서민들에게도 유리한 정책이었습니다.역사학계에서 광해군을 평가할 때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대목은 중립외교인데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국가를 지켜냈기 때문입니다.광해군이 즉위할 당시 조선을 둘러싼 정세는 좋은 상태가 아니었는데 조선의 사대국인 명나라는 임진왜란 때 파병으로 재정이나 군사력부분에서 많은 손실을 보았는데 그 결과 사방에서 지방 세력이 일어나고 변방에서는 야인들이 난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건주위 여진을 중심으로 한 여진족의 동향은 종전과는 달랐습니다.서서히 명나라는 기울어져 갔으며, 반면 여진족은 점차 강성해지고 있었습니다.이렇게 복잡하게 전개되던 대외관계 속에서 광해군은 국방 경비를 정비하는 한편 무기 제조 등으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습니다.광해군은 멸망하는 명 나라 대신 급성장하는 금 나라 사이에서 고민하다 철저하게 실리를 선택하게 됩니다.1618년 명과 후금의 명청전쟁(1618~1662)이 반발하자 명나라에서는 조선에 파병을 요청했고 조선으로서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도와준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서둘러서 파병해야만 했고 대부분 조정 신료들은 명나라의 요청에 신속하게 응할 것을 요청했지만 광해군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시세를 관망했습니다. 끝내 파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파병 군사의 대장이었던 강홍립에게 비밀 교지를 내려 후금과 대적하지 말고 시세를 보아 판단하라 지시합니다. 심하 전투에서 대패하자 강홍립은 광해군의 밀지대로 오랑캐 진영과 협상을 하고 “후금과의 싸움은 조선의 뜻이 아니며 왕의 뜻을 받아 항복한다”고 말하며 곧바로 투항했습니다. 후금 역시 이에 화답해 조선의 사정을 이해한다고 밝히며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릅니다.이후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더욱 탄력을 받는데 후금과의 마찰은 인조반정 전까지 없었습니다. 후금 역시 조선을 상당히 후하게 대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광해군과 후금과의 밀월관계는 후금에게 병자호란을 일으키는 명분을 주기도 했는데 후금은 침략 이유로 ‘광해군의 원수’를 갚는다는 구실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양날의 검이었던 그의 중립외교는 결국 그가 인조반정으로 물러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으며 신하들은 그가 적자인 영창대군을 살해했다는 점과 어머니의 위치에 있던 인목대비를 폐위한 점, 그리고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저버렸다는 명분을 들어 그를 끌어내리고 인조를 추대했습니다.조선왕조실록엔 광해군이 형인 임해군이나 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이는데 매우 주저했다고 기록돼 있으며 끝까지 이를 윤허하지 않았던 것.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인 대북파 신료들의 계속된 요구도 묵살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임해군은 유배지에서 사사됐고 영창대군은 끓어오르는 방안에서 죽었으며 인목대비는 유폐되는 등 직간접적으로 광해군이 연관된 것입니다.
또한 광해군의 궁궐 재건 등 토목사업도 반발 불러일으켰으며 가족간 골육상쟁은 명분을 줬지만 대규모 궁궐 중건, 재건 사업은 현실적인 이유가 됐습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진 궁궐들을 재건했는데 창경궁을 비롯해 4개의 궁궐을 다시 지었지만 단기간 내에 너무 많은 토목공사를 진행하면서 부작용도 컸습니다. 궁궐공사는 국가적인 대사업인데 동시에 4개씩이나 진행해 부역에 동원함으로써 민심이 이탈한 것인데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여 국가 경제 활동성을 높였다는 것으로 건설사업에 필요한 물품들의 거래가 늘어나고 이를 통한 상공업이 흥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 당시 한양엔 전쟁으로 집을 잃은 백성들이 모여들었고 광해군이 공사를 통해 이들에게 먹거리를 보장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다만 국가재정의 10~15%에 달하는 돈을 퍼부은 점은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았습니다. 또 향후 이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벼슬을 파는 일이 벌어지고 공사대금을 빼돌리는 벼슬아치가 생기는 등 병폐도 심했습니다.광해군이 명군이었는지 아니면 폭군이었는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광해군이 페위되고 인조가 들어선 후 조선의 역사가 바꿨다는 것입니다. 광해군은 강화도로 유폐되었다가 제주도로 이배되어 생을 마감했고 대세를 못 읽고 광해와 반대 노선을 타 ‘친명배금’ 정책을 펼친 조선은 후금에 의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또 한 번 위기를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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