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실종사건과 10.26 대통령 암살사건에 관한 영화적 시선과 실제사건과의 차이점
이병헌,이성민,곽도원 주연 실화영화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1월 개봉한 실화 영화로,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김충식 작가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의 실체와 10.26 대통령 암살사건에 대해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1990년 8월부터 매주 금요일에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2년 2개월간 연재되었다.책으로도 발간되었으며, 당시 약 50만 부 이상이 판매됐을 정도의 베스트셀러였는데 2012년에 책의 개정증보판이 나왔으며, 현재도 구입할 수 있다. 신문에 연재된 원본은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로 볼 수 있다)을 기반으로, 1970년대 말 미국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부터 중앙정보부장의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40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새롭게 각색한 첩보물입니다.역사적 사실을 각색하여 창작이 주가 되어있는 팩션(Fact+Fiction) 영화이므로, 장르 특성상 극중 사건의 진행과 캐릭터들의 행적 등이 실제 역사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영화 파괴된 사나이(2010),간첩(2012),내부자들(2015),마약왕(2018),하얼빈(2022)등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마약왕을 잇는욕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주연배우들로는 김규평 역에 이병헌,박통 역에 이성민,박용각 역에 곽도원,곽상천 역에 이희준,데보라 심 역에 김소진 등이 출연합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놉시스는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러닝타임 114분에 관객 475만명을 동원하였으며 수상내역 역시 화려한데 2020년 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영평10선),14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남우주연상),29회 부일영화상(남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25회 춘사국제영화제(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56회 백상예술대상(영화 예술상, 영화 남자최우수연기상),2021년 41회 청룡영화상(최우수 작품상),2022년 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올해의 남자배우상)등을 수상합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일반적인 국산 느와르 영화나 역사 영화와 다르게 흐름을 끊어먹을 정도로 과한 개그를 배제하고, 과장스럽지가 않고 절제된 배우들의 연기, 클로즈업을 적절히 활용한 카메라 워크, 불안한 느낌을 주는 음향을 통해 차갑고 서늘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 방식 역시 상당히 호평받았습니다.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마지막 박통 암살 장면에서 쌓이고 쌓인 분노를 이병헌이 폭발시킴으로써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연출 방식이 마치 영화 조커를 연상시켰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클라이맥스 장면인 암살 이후에도 먹통이 된 총을 교체하는 장면부터 뒷처리를 끝내는 장면을 전부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해 배우의 시점을 따라감으로써 생생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거사가 끝날 때까지 "과연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하는 긴장감을 조성하였는데 역사가 스포일러 해주는 영화임에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이 많습니다.특히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은 호평이 가득한데 이병헌의 연기는 고뇌하는 김규평의 감정 하나하나를 세심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기를 보여주어 이병헌 연기력의 최정점을 찍었다는 평입니다.역사극이기 때문에 사전 배경 지식을 알고 있어야 영화 이해에 무리가 없는데 군부 쿠데타에서 시작되어 최측근의 변절로 군부 독재가 마감되는 긴 배경을 큰 사전설명 없이 넘어가는 편이지만 적어도 5.16 군사쿠테타,3선 개헌,10월 유신,코리아게이트,프레이저 보고서,김형욱 실종 사건,김영삼 제명사건,부마민주항쟁,10.26사건 등에 대한 사전 지식 정도는 알고 있어야 극중 정치적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경우 고증 오류에 대한 의혹을 피하기 위해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픽션을 가감했다는 자막을 추가했는데 사실 고증 오류보다는 의도적으로 역사와 떨어뜨려놓기 위한 작업으로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있는 역사를 그대로 영화화하기에는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동일한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 개봉 당시에도 군사정권 관련자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나 소송을 진행한 사례가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일부러 실제 사건과 다른것 처럼 보이도록 각색하는 작업을 했는데 외국에서는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정권의 내부 이야기를 그대로 실명까지 쓰면서 비판적으로 다룬 바이스나 W 같은 영화들도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기는 합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 속 등장인물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은 각각 김규평=김재규,박통=박정희,곽상천=차지철,박용각=김형욱,전두혁=전두환,김계훈=김계원,장승호=정승화,데보라 심=수지 박 톰슨 등으로 변경했습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 속 박용각의 미국 청문회의 경우 영화에서는 박용각 전 중앙정보부장이 미국 하원의 청문회에 나가서 한국의 대통령과 정권의 실상에 대해 증언을 한 때가 '암살 사건 40일 전'이라고 소개되지만 실제 역사에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코리아게이트 관련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에 나선 것은 1977년으로 대통령 암살사건 2년 전입니다.우민호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실제 2년이라는 시간을 영화의 제한된 시간 안에 담기엔 연출상 문제도 있고 원작의 분량 또한 방대하기 때문에 핵심 사건에 포커스를 두고 40일이라는 시간에 맞췄다고 말했으며 김형욱 실종사건은 1979년 10월 7일이므로 10.26 사건 직전에 발생한 것은 맞습니다.또한 영화 속 박용각의 회고록 유출의 경우 영화에서 박용각이 회고록 원고 원본을 김규평에게 건네 준 후 일본에서 회고록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박용각 본인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영문을 알 수 없어서 황당해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김형욱은 정반대로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일본 출판사로부터 미리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나서 회고록 내용을 요약하여 몰래 출간을 했습니다.이 사실을 알게 된 박정희는 펄펄 뛰며 분노했고, 김형욱은 파리로 갔다가 의문사를 당했으며 결국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는데 박정희 시대 한국 정치계의 고위 인사들을 오랫동안 취재했던 문명자 기자에 의하면, 당시 김형욱은 이른바 회고록 출판 문제로 박 정권과 막판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박정희 측에서는 김형욱에게 "회고록을 출판하지 않는 대가로 5백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의했고 실제로 김형욱한테 1백만~1백 5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명자 기자가 김형욱의 미국 뉴저지 저택을 직접 가보니, 화장실 손잡이는 18금으로 되어 있었고 쓰레기통은 은제품이고 수도꼭지도 금제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형욱은 자기 집을 호화롭게 꾸며놓고 2천만 달러를 쌓아놓고 살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회고록 출판을 하지 않는 대가로 받을 돈 5백만 달러를 더 탐내다 최후를 맞은 것이며 당시 김형욱이 구술한 내용을 갖고 회고록을 대필한 인물이 후일 동교동계를 거쳐 친박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김경재로 민주화 운동 중 미국에 망명했고, 덕분에 김형욱과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속에서 김규평과 박용각은 사적으로 매우 친한 친구의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실제 김재규와 김형욱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며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에다 김형욱은 1925년생, 김재규는 1926년생으로 나이가 엇비슷하다는 점 등 약간의 접점은 있었지만, 작중 모습은 실제보다 픽션에 가까운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영화상에서는 박통의 지시를 받은 김규평이 부하들을 지시하여 박용각을 살해하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 김형욱 실종사건은 누가 지시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는 여전히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는 2005년 국정원의 조사로 김재규의 지시 하에 외국인 용병들로 꾸려진 암살단에 의해 권총사살당했다고 결론이 내려졌지만 김형욱의 유족들은 말도 안 된다며 부정하였고 부실조사 논란을 낳았습니다. 김형욱의 최후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설 있는데, 본 영화에서는 전직 중정요원이 시사저널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증언한 양계장 암살설을 일정부분 따랐는데 남산의 부장들 원작을 집필한 김충식 전 기자도 이 설을 긍정하며 "정부의 입장으로 그걸 발표할 경우에 프랑스와의 외교 관계에서 일종의 부채를 공식화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냥 사체를 낙엽에 파묻고 말았다라고 처리를 발표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영화는 그 증언의 내용을 완전히 따르지는 않고, 김규평의 지시로 현지 외국인 용병들과 암살조를 조직하여 박용각을 총으로 쏴서 죽인 뒤 그 시신을 믹서에 넣고 갈아버리는 방식으로 절충해 묘사했습니다. 물론 양계장 암살설도 증거가 부족하여 여전히 진위여부는 알 수 없기는 합니다.
2024.01.15 - [- ☆ 詩폐라뮤지엄/- 미스테리 뮤지엄(국내)] - 파리에서 영원히 사라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실종사건_닭모이가 된 권력 2인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통은 김규평을 다른 부하들 이용하듯이 이용하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실제 역사에서 박정희와 김재규는 서로 동향 출신에 군에서의 인연이 깊다보니 사적으로 굉장히 친밀해서 사석에서 김재규를 이름으로 부르고 말을 놓을 정도였으며 영화처럼 곽상천(차지펄)과 동급으로 여겨질 관계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런 친분은 재판 당시 김재규의 범행이 사적인 원한이 아니었음을 보충하는 요소기도 했는데 차지철의 무례함, 박정희에 대한 충성 경쟁 등 여러가지 요인들과 이설들을 제한된 상영시간의 영화에서 압축해 놓기 위해서 픽션을 첨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에서도 초반에는 박통이 곽상천보다는 김규평을 총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궁정동 안가에서 단 둘이 술을 마시며 그 시절이 좋았다며 일본어로 말하는 장면을 통해 보여주며 박통과 김규평의 사이가 틀어지는 건 회고록이 유출되는 시점부터입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김규평이 박용각과 함께 5.16 군사정변에 가담했었다고 나오는데 박용각의 모티브가 된 김형욱은 육군 중령으로 군사정변에 가담한 반면 김규평의 모티브가 된 김재규는 5.16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김재규는 국방부 총무과장으로 재직하던 중 쿠데타 세력에 체포되었었는데 박정희가 동향 후배라는 이유로 석방시킨 뒤 호남비료 사장에 임명하고 이후 보안사령관, 3군단장 등 군부 요직으로 중용하였지만 소위 혁명 주체는 아니었습니다.그럼에도 영화에서는 5.16 혁명 주체 중 하나였던 김규평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랄히 비판하고 급기야는 "이러려고 혁명했습니까? 혁명의 배신자를 처단하겠습니다!"라고 암살의 주요 동기로 묘사함으로써, 마치 김재규가 5.16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10.26 사건 현장에 있던 인물 중 군사정변에 가담한 사람은 곽상천의 모티브가 된 차지철이며. 오히려 김재규는 당시 '반혁명 세력'으로 몰려서 수감당했다가 박정희가 보증해 줘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박정희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등 직간접적으로 정권에 협력해주었고, 군에서 중장으로 예편한 뒤 유신정우회 국회의원 9개월, 중앙정보부 차장 9개월 등 한직을 떠돌다 1974년 건설부 장관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박정희의 최측근으로 올라섰습니다. 또한 김규평이 "그 때 각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죠. '김 대령, 어떻게 할까?'라고"라고 말하며 5.16 당시 김재규가 대령이었다고 묘사했는데, 실제로는 5.16 당시 김재규는 준장(국방부 총무과장)이었습니다.영화속에서 중앙정보부가 고문수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남산의 고문실은 폐쇄되고 강압수사가 금지중인 상태였지만 남산 외에도 고문실은 도처에 존재했으며 교수, 학생 등 신분이 명확한 자들에 대한 정치적 강압수사만 중단하였을 뿐 간첩수사에 의한 고문은 여전히 하던 대로 하고 있었고 당시 중앙정보부의 수사중 가혹행위가 있었음이 인정된 사건으로 1977년 재일교포 간첩조작 의혹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규평이 곽상천과 언쟁하며 "요즘 중정은 그런거 안해"라고 하며 강압수사를 비판하는 장면, 그러면서도 고문을 암시하는 취조장면 둘 다 실제와 어느 정도 부합하는 장면입니다.실제 강압수사 금지 조치는 김재규가 중정부장 취임사에서 언급했고 박흥주가 증언합니다. 1978년 교육지표사건에 연루되어 중앙정보부로 연행되었던 송기숙 전남대 교수는 "당시에는 정보부에 붙들려가면 초주검이 되어 나온다고 여기던 때였다. 죽을 고문을 당할 각오를 했는데 수사관이 상부 지시라며 의외로 부드럽게 조서를 받더니 그냥 풀어줬다. 한동안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듬해 10.26이 나자 아하 싶었다."라고 그 당시 상황을 회고했습니다.이는 중정과는 별개로 김재규 본인 역시 정보부장 취임 이전부터 고문수사나 정치공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기도 한데 보안사령관을 지내던 시절부터 수경사령관 윤필용 등을 도청하여 발각되거나 고문수사를 자행했던 사실이 있었고 정보부장 시절에도 김종필 등을 도청하거나 야당인사들을 감찰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또한 그 악명높은 보안사 서빙고 분실을 만들어 보안사가 중정/안기부와 경찰 이상으로 막나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행적 때문에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도 김재규를 기회주의자, 이중인격자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마지막으로 일반인에도 잘 알려진 영화 속 대사 중 하나인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는 김재규가 10·26 사건 당시 박정희에게 했다고 자신의 변호인에게 전한 말로, 동아일보의 비공개 수사 기록을 통해 공개된 말이지만 현장에 있었던 김계원과 심수봉은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는데 10.26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심수봉은 자신의 를회고록 '사랑밖에 난몰라 '를 출간하면서,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나 "버러지 같은 놈" 같은 김재규가 했다고 알려진 발언들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총 쏘는데 급했지 여유를 부리면서 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발언은 그간 10.26을 다룬 픽션들에서도 여러 가지로 바리에이션되어 쓰였으며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암살 당시가 아니라 부마항쟁에 대해 의논하던 중에 이 말이 나오는 것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 이후의 내용은 합수부 결과인 다수설과 동일하게 흘러갑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영화 그때 그사람들과 함께 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탐구할 수 있는 좋은 역사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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