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는 보니와 클라이드의 미친 사랑의 질주와 종말/
사랑에 미친 연인들
대공황 시대가 만들어낸 청춘의 덫 |
미국 대공황의 절망과 상실감, 그것을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속한 경제 성장이 후 IMF 사태를 맞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가졌던 가치관의 혼란과 경제적 파탄을 겪었기에 분명 우리에게는 시대적, 공간적으로 전혀 다른 곳의 이야기지만 많은 부분이 공감 가는 내용이 보니와 클라이드를 다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일 것이다.이들은 분명 범죄자로서 최후를 맞이했지만 우리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 지강헌처럼 마냥 극악한 범죄자로만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1920년대의 미국은 1차 대전의 영향으로 엄청난 경제적 부를 이룬다. 하지만 채 10년도 안된 1929년 미국 경제에는 대공황이 찾아오고 수없이 많은 청년들이 실업자로 양산되면서 가난한 이들은 가난이라는 수레바퀴 속에서 더욱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1929년의 미국 경제 모습이나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나 별반 다르지 않게 빈익빈, 부익부가 한층 심화되어 가난한 이들에게는 그 어떤 상황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옥 같은 날들이었던 것이다.무엇을 하던 전혀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경제적 빈곤 속에 내몰린 미국의 젊음은 바로 현재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나 예나 자동차와 은행은 가난한 이들은 넘볼 수 없는 부의 상징이다. 하물며 1920년대의 젊은 청춘에게는 더더욱 넘볼 수 없는 부의 상징이었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사회에서 젊은 청춘들은 갈 곳 없이 방황하며 꿈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목적지조차 모른 채 헤매고 있었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그런 청춘들에게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은행을 털고 자동차를 강탈하며 미친 듯이 달려 나갔던 것이다. 보니와 클라이드의 범법 행위가 마냥 비난받지 않고 끝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영화로 다시 사람들에게 회자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대도 조세형의 진실이 어디 있든 간에 서민들은 고관대작의 집만 터는 그를 20세기 홍길동으로 여겼던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암울한 대공황을 벗어나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70년대 중반까지 미국 할리우드에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라는 새로운 사조가 발생한다.
아메리칸 뉴 시네마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기존의 정통적이고 보수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의 사상과 행동을 중심으로 재조명하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사회적인 근본적 의미를 터치하는 류의 작품들을 말하는데 영화 이지 라이더, 보니와 클라이드, 미드나잇 카우보이, 졸업, 와일드 번치, 작은 거인 등의 영화들이 이런 류에 속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아메리칸 뉴 시네마 경향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영화 보니와 클라이드 이기도 하다.
1967년에 아서 펜 감독에 의해 재창조된 보니와 클라이드는 헐리웃의 워렌 비티, 페이 더너웨이 등이 출연한 영화로 보니와 클라이드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다. 여느 젊은 청춘처럼 자동차를 훔치기 위해 어느 집 앞을 어슬렁 거리던 클라이드는 그 집 딸 보니를 만나게 되고 클라이드는 첫눈에 보니에게 반하고 만다. 카페 종업원이었던 보니 역시 건달 클라이드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게 되고 결국 둘은 함께 도둑질을 하게 된다. 수배되어 도피하던 중에 자동차를 잘 고치는 청년 모스를 만나 합류시키고 클라이드의 형 벅과 형수 블랜치 역시 함께 강도행각에 나서는데..
보니와 클라이드의 1920년대 미국..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보니와 클라이드는 영화로도 워낙 유명해 그 내용을 말해봤자 입 아프고 그 아프고 힘든 시절에 모두 보니와 클라이드와 같지는 않았다 말한다면 머릿속이 지끈거린다.다만 사람이 악해지는 데에는 분명 환경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클라이드가 포드 자동차 헨리 포드에게 보낸 쪽지를 보면 여느 이십 대 청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나의 사업이 불법이라 해도 당신이 너무 멋진 자동차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당신네들은 절대로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사업을 할 때마다 포드를 꾸준히 애용할 것이며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클라이드 바로우
또한 그의 여자친구 보니 역시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하는 듯한 詩를 한 신문사에 보내었는데
언젠가 그들은 함께 쓰러지겠지. 사람들은 그들을 묻을 것이다.
나란히 몇 안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슬픔, 법을 지키는 자들에게 그것은 안도의 기쁨
그러나 그것은 그냥 보니와 클라이드의 죽음일 뿐,
/보니 파커
자신이 좋아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헨리 포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클라이드와 자신들의 최후를 예감하며 시를 보낸 보니의 글들은 그들이 천성적으로 괴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클라이드에게 첫눈에 반하였다고는 해도 왜 보니는 클라이드와 강도짓을 함께 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둘이 천성적으로 범죄인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그러기에는 둘은 질풍노도, 불같은 이십 대를 보내고 있었고 미국의 시대는 모두가 힘든 경제 대공황 상황이었다. 보니 역시 클라이드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내일에 대한 불안함을 순간적인 감정의 희열로써 풀어버리고 떨쳐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총부리에 꼼짝 못 하는 사람들, 평생을 벌어도 탈 수 없을 고급 자동차들을 간단하게 획득하는 방법이야말로 사회가 준 것 없이 구속하기만 하는 억압과 관습에서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말한다면 너무 심한 억측일까? 둘은 결국 사살당하고 만다. 그때 둘의 나이 겨우 24살, 23살이었다. 이들은 경찰에 쫓기면서 부상을 당한 상태였지만 텍사스 주 보안관 4명과 루이지애나 보안관 2명은 매복해있다 둘의 차량을 향해 총기난사를 하고 만다. 언론과 경찰에 의해 흉악한 범죄인으로 매도되었지만 이 둘은 어쩌면 단순한 철부지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철없는 범죄라고 규정하기에 둘의 범죄는 점차 대담해지고 잔혹해지는 했다. 처음 저지른 조그마한 범죄가 점차 커지면서 되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채로 죽음의 공포 속에 떨어야 했던 청춘, 그리고 삶의 덫, 결국 보니와 클라이드 두 연인은 청춘의 찬란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참회의 기도를 드릴 틈도 없이 사살되었고 경찰들은 멋진 공적을 치하받기 위해 둘의 시신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그렇게 잊혀가던 둘의 죽음은 1967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다시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부활한다. 불같은 청춘에게 되돌아 갈 길을 마련해 주지 않은 것, 내일조차 없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들이 만든 세상이고 우리가 사죄해야 할 몫인 것이기도 하지만 내일조차 바라지 않고 미친 듯이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희망에 대한 부재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남녀가 사랑에 미쳐버린, 미친 결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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