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 어귀에서 빨간 보자기를 망토 삼아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를 휘저으며
클립톤 행성의 초인간 슈퍼맨을 흉내내던 철수는
이제 전봇대에 붙어사는 전기공이 되어 아내와 두 아이를 이끄는 가장이 되어있지.
껌딱지를 거미줄 삼아 가시나들에게 휙휙 던져대며 스파이더맨을 흉내 내던 뚱보 근종이는
이제 산업현장에서 다친 두 다리를 얼싸안고 집안에만 눌러 붙어 사는 신세
어린 나이에도 참 늘씬 했던 원더우먼과 소머즈를 부러워 하며 흉내 내던 못난이 영미와 깍쟁이 혜숙인
이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동창회에서 남편을 안주삼아 뒷담화 떨어대는 펑퍼짐한 아줌마가 되어있고
언제나 바라만 보던 아이의 두 눈동자에 무쇠팔과 무쇠다리로 도시를 누비던
오스틴 대령은 낡은 TV속 영웅으로만 가슴 깊이 살아남아 아직도 꿈을 꾸게 하지.
육백만불의 사나이는 먼곳도 가까이 볼수 있는 첨단의 천리안을 갖고 있지만
이 두 눈은 나이들수록 가까운 곳의 인연조차 볼수 없는 봉사같은 어릿보기
무쇠 다리로 더 멀리, 더 높이, 더 빨리 달릴수 있던 그 다리만큼은 아니라해도
보고싶은 이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 갈수있는 지치지 않는 열정의 힘을 내게 줘
내 안 깊숙한 곳의 널 볼수 있고 너를 향해 달려갈수 있는 그런 의지의 용기를 내게 줘
강철을 구부리고 악당을 물리치며 자동차를 엎어버릴 그런 괴력이 내게는 없지만
너 하나를 지킬 수 있는 용기는 심장 한가운데서 무한이 솟구쳐
내 마음속의 영웅은 이제 어릴적 꿈속에 갇혀 낡은 화석이 되었어도
너 하나만을 신앙과도 같이 지키고 구해주고 싶어...!!
비록 의지를 불사르는 영혼이 육체에 꺽이어도 내 마음 속 hero들은
가슴 깊숙히 딱딱한 화석처럼 깊이 굳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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