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 블루스

잰 걸음을 걸으며 긴 머리를 나부끼는 그 여인의 목덜미에선 벗꽃 향내가

숫컷의 잠들어버린 밤을 일깨우지

발목 부으도록 무대위에서 댄스 삼매경에 빠진 여인네의 곳곳에서 벗꽃향이

칼날같은 신경을 몸살 앎게하는 그리움으로 스며오지

그토록 미친 밤은 아니었는데 낮에 느낀 낯선 여인의 향기에 취해

그날의 밤은 광란을 달리는,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질주의 밤이 되어갔지

슬며시 손을 내밀면

살포시 맞잡은 손마디 너머로 전해져오는 무언의 속삭임,

여인의 그리운 향기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갖고 가져야할 것들

그럼에도 그 손길에 이끌려 벗꽃 만개한 가로수 길을 따라

 

.

.

.

.

.

 

 

 

 

딴따라라라 ~~

즐거운 춤을 추지

말도 필요 없이 글도 필요 없이

눈빛과 눈빛으로

맞잡은 손길과 손길의 떨림으로

지구의 처음에서 끝까지 하나의 몸짓으로

춤을 추지

 

 

 

 

 

 

 

 

 

 

 

 

 

 

 

 

 

 

 

 

 

 

 

 

 

첫사랑을

닮아 버린 가녀린 목선과 우아한 자태에

눈을 떼지 못한채,

기억의 단면들은 연신 첫사랑과 그녀의 향기를 비교하곤하지

어쩌면...

잘못 기억된 관념에서 나온 그리움의 굴절이

그녀에게 이끌렸다해도

지금, 그녀의 향기는 온 몸을 마비시키네

 

 

 

 

아내의 비밀(詩속의詩)

 

 

 

아내의 갸날픈 손가락은

낯선 남성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며 밤 거리를 배회한다.

천사의 모습은 간 곳 없이

아내는 악녀의 손길로 남편의 잠든 목줄기를 조른다

천번 만번 희열의 칼질은 긴 밤을 이어지고

발가 벗은 심장에서 벗꽃 향기가 그득하다.

아내의 외도는 남편의 밤을 죽이고 형체를 사그라 들이는 재앙

남편의 무관심은 아내의 일탈을 꿈꾸는 자양분,

그녀는 오늘도 뭇 사내의 첫사랑이 되어 밤 하늘의 벗꽃이 된다.

 

아내의 발걸음을 뒤따르는 건 늦은 밤 둥근 보름달과 까만 고양이의 눈길뿐,

습한 지하실 흙더미속의 남편만이 아는 절대적인 아내의 비밀은

오늘도 침묵 속에 누워 있다.

.
.
.




아내는 오늘도 낡은 화장대에 앉아 붉은 립스틱을 바르며 외출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