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의 노출과 김서형의 연기가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
인생의 끝자락에 찾아온 봄을 어루만지는 영화 봄
고 김주혁의 연인으로도 알려졌었던 여배우 이유영의 데뷔작 영화 봄,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인생의 마지막 끝자락에 찾아온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 봄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영화 봄에는 김서형이 출연합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김서형은 자신이 주연을 맡은 봉만대 감독의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서 신아 역을 맡아 과감한 노출은 물론이고 포르노 그래픽 색채가 강한 연기를 펼쳤으며 이후로도 개성 강한 역할을 주로 펼쳤는데 영화 악녀에서도 개성 강하고 강인한 권숙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서의 신아 역이 강렬하여 김서형이 주연을 맡은 영화 봄에 대해선 치정 멜로 영화나 비슷한 역할일 것이라 여겼지만 영화 봄을 다 보고 난 후 그런 편견 어린 시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김서형은 영화 봄에서 정숙하며 지고지순한 현모양처 권숙 역을 몸에 맞춘 듯 자연스럽게 펼쳐 보여줍니다. 영화 봄을 연출한 조근현 감독의 작품은 기껏해야 처녀작인 26년부터 2번째 작품인 오늘 소개하는 영화 봄, 번개맨과 오즈 온 더 문 그리고 김주혁의 유작이 되어버린 영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가 전부이지만 이전부터 미술감독으로 장화, 홍련부터 인어공주, 형사, 허브, 마이웨이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감각적인 미술 연출을 진행했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영화 봄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조각가이자 예술가 준구 역에 박용우, 그의 아내 정숙 역에 김서형, 살아가는 그 어떤 이유도 없이 살아가다 준구를 만나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우치는 민경 역에 이유영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봄은 제23회 애리조나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 영화상(Best Foreign Feature)수상 및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제14회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주연배우인 이유영과 김정원 촬영감독이 여우주연상(Best Acting Performance Female)과 촬영상(Best Cinematography)을 수상하며 2관왕, 제29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 월드 프리미어로 선정, 인터내셔널 컴피티션 부문에 초청되는 등 영화 봄은 국내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외국 등에서는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 봄으로 데뷔한 이유영은 국내 여배우로는 최초로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는 촬영감독으로 수상한 김정원과 함께 최초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영화 봄의 공간적 배경은 1960년대 말이며 이유영이 분한 민경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편이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전사하면서 기구한 운명을 사는 여인이기도 합니다. 민경은 남편 전사 소식을 전하러 온 남편 부대원 근수(주영호 분)에게 강제로 겁탈 당하고 근수는 민경의 집에 남편처럼 눌러앉아 버립니다. 홀로 아이 둘과 남편 같지 않은 남편까지 먹여 살리느라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억척같이 살아가던 민경은 단아하고 고운 여인 정숙(김서형 분)에게 누드모델이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하지만 한 달 생활비의 몇 배나 되는 모델비에 결국 정숙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민경이 누드모델이 되어야 하는 곳은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병을 얻어 삶의 의욕을 잃은 준구(박용우 분)의 작업실이었습니다. 삶의 의욕을 잃어가던 남편을 위해 이상적인 비율의 몸매를 지닌 민경을 누드모델로 데려온 아내 정숙의 선택은 옮은 것이어서 준구는 민경을 모델로 예전처럼 활기에 찬 작품 활동을 이어가게 되고 혈색도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영화 봄은 10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짧은 시 한 편을 읽어 내려가듯이 하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풍경을 배경으로 순식간에 여름의 풋풋함과 겨울의 황량함 그리고 봄날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영화 봄에서 박용우와 이유영 그리고 김서형은 홀로 외로이 떨어진 달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나무에서 함께 자란 잎사귀들처럼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상처받은 마음들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배우들 한 명, 한 명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영화 봄 속에 등장하는 사소한 모든 것이 인위적인 조명이 아닌 자연광을 통해 빛나며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대사 하나하나부터 연기자들의 동선까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로 부드러우면서 은밀하게 아름다운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봄은 언제인가요? 영화는 우리에게 자신의 봄은 언제였는가 되물음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봄을 이야기해보자면 누드모델까지 해가며 살아보려 애쓰는 민경은 우리 모두의 평범하면서 억척 맞고 고단한 인생을 대변하고 있다 여겨집니다. 자신이 지닌 진정한 가치도 모른 채 전사한 남편이 남긴 아이 둘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겁탈하고 안방을 차지한 도박에 미친 한량 남편, 그런 그녀가 조각가 준구의 누드모델을 하면서 마침내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비로소 가슴 깊이 느끼는 순간-시한부 인생 준구의 선택으로 그녀는 마침내 인생의 봄날을 맞이하며 더 이상 타인에게 좌지우지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 봄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박용우가 연기한 준구는 명망 높던 예술가이자 조각가였지만 삶을 갊아먹는 병으로 인해 남은 인생조차 자포자기한 남자입니다. 하지만 아내가 데리고 온 누드모델 민경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예술가로써 진행해온 예술적 가치들, 예를 들어 조각상에 얼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신체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려 했던 예술가적 고집 등이 민경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합니다. 문경은 준구에게 궁금한 듯 물어봅니다."얼굴을 보지 못하면 그 사람이 화가 났는지, 슬픈지 기쁜 건지를 알 수 없지 않나요?"준구는 그동안 예술가의 고집과 아집으로 인간의 몸만 조각해왔지만 민경의 말 한마디에 깨닫습니다. 아무리 걸출한 예술가라고 하더라도 신체만으로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준구는 삶의 흔적을 나타내는 얼굴의 아름다움을 민경으로 인해 깨닫고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봄날을 어루만지며 남편으로부터 학대받는 민경에게 자유를 안겨주고 떠납니다. 그리고 묵묵히 남편 준구를 내조하는 정숙은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신을 사랑한 남편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영화 속 세 명의 인물들은 각자 다른 의미로 찬란한 자신들만의 봄을 맞이했으며 영화 봄은 그렇게 고요한 듯 찬란하게 빛나는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예술이 지난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영화가 표현한 공간과 인간의 미학 그리고 연출력이 탁월했던 영화 봄은 이유영의 아름다운 누드 노출은 물론이고 김서형의 현모양처 연기가 색다르지만,가슴 깊이 오래도록 여운을 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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