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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세계를 달리는 21세기 노아의 방주 영화 설국열차_봉준호,크리스 에반스,송강호가 그려내는 기차칸의 계급투쟁

by 마음heart 2020.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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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세계를 달리는 21세기 노아의 방주 영화 설국열차/

봉준호,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가 그려내는 기차 칸의 계급투쟁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영차 드라마판을 보면서 다시 영화 설국열차 다시 보기를 해봅니다. 장 마르크 로셰트, 자크 로브의 동명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 LeT ransperceneige가 원작이며 계급이 나뉘어 있는 열차라는 설정만을 모티브로 따오고 정육 냉동 칸, 수영장, 치과, 사우나 칸 등 다양한 콘셉트의 객실이 있는 열차를 세트로 제작해 촬영하였으며 제작비는 총 450억 원이 투입, 시나리오와 등장인물들을 새롭게 배치하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기도 했던 설국열차는 다양한 패러디 물들을 양산하기도 했으며  제3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제50회 대종상 미술상, 청룡영화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 160개국에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설국 열차를 보다 보면 태초에 인류가 신에게 이르기 위해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올리고 신과 인간의 수직적인 관계를 수평적인 관계로 재조정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실패하였습니다. 영화 설국열차는 달리는 바벨탑이며 노아의 방주이자 인류 역사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할리우드로 날아간 한국의 감독들 중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제작비가 가장 컸던 작품으로 한국인 배우 송강호(남궁민수 역)와 고아성(요나 역)만 빼고 보면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커티스 역), 에드 해리스(윌포드 역), 메이슨 역의 틸다 스윈튼 그리고 2017년 1월 27일 췌장암으로 사망한 존 허트(길리엄 역)까지 모두 할리우드 배우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영화 설국열차 시놉시스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17년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절대 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하지만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빙하기로 뒤덮인 지구를 달리는 21세기 노아의 방주 설국열차

지구 온난화 문제와 기상이변이 심각해지자 각국 정부는 기후 조절 물질을 살포하지만 이 물질로 인해 도리어 지구에 제 2의 빙하기가 도래하고 도저히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1년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설국열차는 빙하기가 도래하자마자 17년째 달리고 있는 설국열차의 총 60칸에는 각 개인이 지불한 금액에 따라 객실이 나눠져 있는데 앞쪽으로 갈수록 상류층이, 뒤쪽으로 갈수록 하층민들이 탑승해 있었는데 특히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오랫동안 폭동을 준비해 엔진을 장악하면서 꼬리 칸에 탄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꼬리 칸 사람들과 함께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상류층이 탄 앞 칸 장악을 시도합니다. 결코 평등하지 않은 열차 안의 사람들과 설국열차의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나아가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인류가 오천 년간 그래 왔듯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진에는 늘 시련과 좌절, 투쟁의 역사가 열차 안에서도 데자뷔처럼 펼쳐집니다.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은 설국열차 내부의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꼬리칸과 머리칸의 중재자이지만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인물이라 할 순 없다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가혹한 폭력은 통치와 통제를 위한 가장 간략하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이용된다
부익부 빈익빈의 세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설국열차 내부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와 남궁민수(송강호 분)가 속한 꼬리칸은 설국열차 내부에서 가장 최하층민 칸으로 열차 칸은 계급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빈곤하며 그 어떤 문명의 혜택도 받지 못한 꼬리칸의 사람들은 빈곤의 시대이자 야만의 시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비교 대상이 없으면 발전이 없고 전진이 없지만 이들에게는 앞 칸 상류층의 삶을 알기에 대립과 전쟁을 통해 쟁취하는 인류의 투쟁 역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런 커티스의 반란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며 연례행사처럼 자주 있던 일로 열차의 최고 권력자는 열차 내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제와 규칙이라는 시스템이 절실했으며 무력조차 열차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하게 사용됩니다. 가장 좋은 예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분인데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7인의 반란에 대한 세뇌와 찬양은 윌포드의 독재를 유지시켜주는 주요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반스가 분한 커티스는 설국열차 내부의 불평등한 세상을 뒤엎으려는 인물이다.
자유가 억압받는 통제된 세상에서조차 추종자는 늘 있어왔다. 이들은 순응하며 현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빙하기로 뒤덮인 세상을 달리는 설국열차가 이 세상을 축소판으로 내달릴 때 그 세상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 세상에 순응하고 복종하고 유지하려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고 탈출하며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늘 생겨났습니다. 아내를 잃고서도 결국 바이올린 하나를 쥐여주자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순응하는 자가 있는 반면에 유지하려는 이들은 현체제 자체의 모순점을 알지만 바꿀 의지가 없거나 권력이라는 힘에 취해버린 이들입니다.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와 길리엄(존 허트) 분은 꼬리칸과 앞칸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설국열차 안에서의 삶을 유지하는데 급급합니다. 길리엄은 과거에는 설국열차의 부조리함을 타파할 훌륭한 지도자였는지는 모르지만 윌포드에게 설득당하면서 현체제에 순응합니다. 소위 민주주의 투사라든지,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에서 권력의 힘에 야합하고 시스템에 순응하는 캐릭터들은 인류 역사 이래로 수없이 많았습니다. 길리엄은 커티스의 반란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작을 펼치지만 의외로 첫날 반란이 성공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심경의 변화를 보이며 커티스를 도와줍니다.

설국열차 안 꼬리칸 사람들에게 배급되던 단백질 블록-인류에게 의식주의 근본적인 해결이 없다면 혁명은 필요악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자리잡기까지가 힘들뿐 한번 자리잡으면 웬만한 투쟁으로는 시스템 자체는 무너지지 않는다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열차의 구조를 꿰고 있는 보안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 분)와 열차 안에서 태어나 열차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요나(고아성 분)는 산업폐기물인 크로놀을 모으는 약물중독자로만 보이지만 실상은 커티스의 혁명 이상의 것을 꿈꾸던 인물입니다. 커티스가 열차 내부의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면 남궁민수는 크로놀을 모아 폭탄으로 사용, 열차 밖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남궁민수는 커티스를 도와 열차 꼬리칸에서 앞칸으로 전진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커티스가 앞으로 나가갈수록 혁명의 정체성에 회의를 느낄 때 영감을 불러일으켜줍니다. 남궁민수의 직업인 보안 설계자라는 설정 역시 열차 안에만 국한된 세상이 아닌 그 너머의 세상도 볼 수 있는 자를 상징한다 여겨집니다. 크로놀이 마약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폭탄이 되기도 하듯이 남궁민수는 단순한 약물 중독자일 수도 있지만 꼬리칸과 앞 칸의 지루한 싸움(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이데올르기와 체제를 붕괴시키고 지키는 피 튀기는 전쟁일지라도) 자체를 벗어나거나 종지부를 끊을 수 있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의 탈출과 요나로 대변되는 기성세대를 대체하는 미래세대가 남궁민수와 요나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영화 설국열차의 커티스와 남궁민수의 투쟁은  전 세계 민주주의의 투쟁과 존재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공산주의의 핵심은 공평한 분배에 있습니다. 세상의 90% 이상이 평범하고 가지지 못한 이들인 반면에 나머지는 부를 대물림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공평한 재분배라는 이상을 가졌던 공산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배제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사람은 같은 일을 해도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느끼는데 일을 덜 한 사람과의 공평한 분배는 불만과 괴리감으로 직결됩니다. 자유 민주주의는 일한 만큼 가져가고 벌 수 있다는 자유 경쟁주의를 표방하지만 만약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똑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많이 가져가고 누구는 적게 가져가야 한다면, 공산주의와 마찬가지로 억눌린 감정은 결국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윌포드가 있는 열차의 머리칸 엔진실에 도착한 커티스, 설국열차의 핵심이자 권력의 중심부에 다다르자 커티스는 진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존경하던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도자였던 길리엄(존 허트 분) 역시 윌포드와 내통하던 파트너였으며 자신의 혁명조차 열차의 적정 인구의 균형을 맞추려고 무력 충돌을 조장한 윌포드의 빅 픽쳐의 일부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길리엄과 윌포드는 종교와 정치의 암묵적 유착관계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열차의 균형(열차 내 식량문제와 인구문제 등)을 유지하기 위해 길리엄과 윌포드는 예카테리나 다리에서 혁명을 마무리하자는데 합의한 상태였지만 꼬리칸에서 불(이 불은 결국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전해준 불처럼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약을 상징한다)로 반격하는 변수가 생기고 엔진실까지 차지하려는 커티스의 강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으면서 길리엄은 합의를 지키지 않은 대가로 살해당합니다. 열차의 엔진은 권력이자 구질서 및 구체제를 상징하며 그 엔진을 움직이는 것은 몇몇 엘리트 집단 뿐입니다. 꼬리 칸 사람들이 모두 죽어도 엔진이 움직이는 데는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엘리트 의식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엔진은 꼬마 티미를 부품으로 사용해야 할 만큼 망가질 데로 망가진 상태였기에 커티스와 남궁민수는 구질서에 편입되는 선택되신 크로놀에 불을 붙여 열차 문을 날려버립니다. 끊임없이 지구를 돌기만 하던 설국열차에 분열과 함께 균열이 일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내딛는 열차 폭발의 순간 커티스는 남궁민수와 함께 요나와 티미를 끌어안아 보호한 뒤 산화합니다. 열차 앞 칸으로 나아가고 전진하던 인간 본능의 투쟁심이 인간 본성의 또 다른 가능성인 희생정신인 이타성을 보여줍니다. 폭발의 충격으로 산사태가 일어나 열차가 산산이 조각나고, 남궁민수의 딸 요나와 티미가 끝까지 살아남아 언덕 저편 너머 북극곰을 발견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설국열차 내부라는 기존의 구시대에서 요나와 티미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세대에게로 바통이 넘겨지며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되풀이되던 계급투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인 것입니다. 아주 잠깐 동안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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