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코넬리, 벤 킹슬리 주연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
집착이 낳은 아메리칸 드림의 파국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은 한사람의 희망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절망과 악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은 인간들이 가진 집착이 얼마나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쉽게 허물어지고 안갯속처럼 모호한 것인지 너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작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안드레 뒤 버스의 아들인 안드레 듀버스 3세의 두번째 소설 모래와 안개의 집(House of Sand and Fog)으로 1999년 출간되자마자 평론가들은 물론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켰던 작품으로 비록 소설 자체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 역시 꾸미지 않은 현실성과 비극적인 요소들이 잘 맞물려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냈다고 생각 듭니다. 인 블룸을 연출한 바딤 페렐만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모래와 안개의 집은 하나의 집을 둘러싼 인간들의 집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정반대로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하기 때문에 결말이 비극적으로 흐르리라고는 미처 예상 못할 만큼 한 채의 집을 둘러싼 결말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바딤 페렐만은 최민식 주연의 한국 영화 파이란 리메이크를 한다고 알려져 기대했었는데 제작이 계속 지연되더니 최근 소식을 보면 블루 카프리스(Blue Caprice)를 연출한 알렉산드르 무어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각색에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호세 리베라가 맡는다고 합니다. 사실 상실. 죽음. 기억. 슬픔 등이 키워드를 영화 전반에 이식하는 바딤 페렐만 감독의 파이란도 참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좀 아쉽기는 합니다.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 시놉시스는 캘리포니아의 한 바닷가의 전망 좋은 집에 사는 캐시(제니퍼 코넬리 분)는 아버지가 밤낮없이 30년간 일해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에서 내쫓기게 됩니다. 캐시의 집에 법원 직원과 경찰이 들이닥쳐 세금 체납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며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졸지에 거리로 내쫓긴 캐시는 변호사를 찾아 집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미 집은 이란 출신의 이민자 베라니(벤 킹슬리 분)에게 팔린 후였고 베라니는 아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경매로 4만 5천 달러에 산 집을 수리하여 시세인 17만 달러에 내놓았고 캐시는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서 절망 속에 빠져듭니다.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에서는 캐시와 베라니의 관점으로 하나의 집을 갖고 벌이는 치열한 다툼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집을 되찾으려는 캐시에게 베라니는 날강도에 지나지 않았고 딸을 시집보내며 있는 돈을 다 쓴 베라니는 아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시세차익을 노리며 경매 집을 전 재산을 걸어 샀기 때문에 그 역시 한치도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캐시와 베라니 둘 모두 엄밀히 바라보자면 가해자이기보다는 피해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집을 잃은 쪽이나 집을 산 쪽 모두 승자도 아니고 패자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치 우리의 삶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은가라고 되묻고 있는 듯 적나라하게 현실 속 삶을 투영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선과 악이란 개념도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표출되는 것으로 캐시에게 베라니는 헐값에 산 집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되팔려는 악덕업자일 뿐이고 베라니에게 캐시는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산 집에서 차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빼앗아가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분쟁은 상대와 당사자가 있어야 성립됩니다. 집을 매개체로 베라니와 캐시가 분쟁하게 되는 데는 지방정부의 잘못된 세금 부과와 이혼의 충격으로 날아온 고지서 한 장 뜯어보지 않고 방치한 캐시의 무관심이 상호작용하여 낳은 비극입니다. 변호사를 찾아가 뒤늦게 해결해보려 하지만 캐시의 집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그런 위태한 마음에 보안관 레스터(론 엘다드)가 개입하며 일은 점점 복잡해져만 갑니다. 집을 되찾는 문제로 가까워진 캐시와 레스터는 실패한 결혼생활을 접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가 믿는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편법적인 방법들을 동원하다 도리어 일을 그르치기만 합니다.
경매로 나온 캐시의 집을 헐값에 사들인 베라니는 4배에 달하는 이득을 취하려고 캐시의 사정을 알면서도 모른 척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집이 재산으로 대우받고 부의 대표적인 증식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더욱 베라니를 비난하기 힘들 것입니다. 1970년대 말 이란 혁명에 쫓겨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망명 온 전직 대령인 베라니는 이란에서의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건설현장에서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고달픈 삶인 데다 과중한 집세에 치이던 중 주택 경매 광고에 나온 캐시의 집을 헐값에 사들여 인생의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캐시와 베라니가 상반된 입장에서 만나 분쟁의 극과 극을 달리며 비극을 향한 마지막 질주를 하게 됩니다. 물론 캐시와 베라니. 레스터까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던 결말의 기회는 있었지만 모두가 행복한 결말 대신 불행한 결말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합니다.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은 인간이 가진 집착의 끝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지만 벤 킹슬리와 제니퍼 코넬리 등 배우들의 열연이 빛을 발하며 더욱 시선을 놓지 못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때문에 모처럼의 휴일에 감상하기 좋은 영화로 추천할 수 있을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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