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와 호러 속에 녹여진 다양한 복선에 대한 해석/
할리우드판 곡성 미스터리 공포영화 유전
한 여름 공포영화로 추천하는 유전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기괴한 죽음과 그 죽음의 최종적인 결말이 충격을 안겨주는 영화입니다.나홍진 감독의 공포영화 곡성과 비교되는 이유는 바로 악마가 등장하기 때문인데 기괴함은 곡성보다 유전이 오컬트와 호러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공포감은 더욱 극대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 유전은 더 위치나 잇 컴스 앳 나이트 같은 양질의 호러 영화를 제작한 A24의 신작으로 시사회에서 받은 높은 평가는 물론 예고편에서 보여준 기괴하고 무서운 분위기로 적잖은 주목을 받았으며 러닝타임도 근래의 호러 영화답지 않게 2시간가량으로 긴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유전 리뷰상 해석 및 스포일러가 다수 유출될 수 있으니 영화 유전의 공포감을 온전히 즐기실 분들은 넘어가 주셔도 좋겠습니다. 베이시컬리를 연출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인 공포영화 유전은 토니 콜렛이 애니 그레이엄 역으로, 밀리 샤피로가 찰리 그레이엄 역,가브리엘 번이 스티브 그레이엄 역, 알렉스 울프가 피터 그레이엄 역,앤 도드가 조안 역으로 출연합니다. 공포영화 유전 시놉시스는 애니는 일주일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끼는데 어느날 애니가 엄마와 닮았다며 접근한 수상한 이웃 조안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고, 자신이 엄마와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애니의 엄마로부터 시작돼 아들 피터와 딸 찰리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가 정체를 드러내는데…
공포영화 유전은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과 죽음을 다루는데 애니 그레이엄(토니 콜렛 분)은 미니어처 조형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중년의 여성으로 어린 시절 오빠와 아버지가 죽고 최근 사이가 좋지 않던 어머니 엘렌의 죽음까지 겪으면서 쌓인 정신적인 피로감으로 인해 히스테릭한 면모를 영화 내내 보여줍니다. 엘렌의 죽음 이후 집에서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자 이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터 그레이엄(알렉스 울프 분)은 애니 그레이엄의 장남으로 고교생이지만 친구들과 대마초를 흡입하고 어머니 애니와 말다툼을 하며 특이한 동생 찰리를 귀찮아하는 등 다소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이지만 여동생 찰리의 죽음 이후 급격한 정신적 혼란을 겪습니다. 스티브 그레이엄(가브리엘 번 분)은 애니 그레이엄의 남편이자 정신과 의사이며 신경질적인 아내 애니와는 대조적으로 침착하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갈등이 있는 애니와 피터의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노력하고 애니의 히스테리에 대한 정신 치료를 권유하는 등 가정의 평화를 지키려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찰리 그레이엄(밀리 샤피로 분)은 애니 그레이엄의 딸로서 자폐의 일종을 앓는 듯 엘렌의 장례식이나 수업 중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의 낙서를 하거나 혀로 반복하여 똑 소리를 내는 등의 불안 증세를 보여주는데 또한 생쥐나 새의 시체에서 가위로 목을 잘라내 수집하는 등의 기이한 행동을 보여줍니다.(자폐 증상이라고 착각하기 좋은 찰리의 행동에서 복선이 깔려있는데 찰리의 행동 자체가 이미 악마가 찰리의 내면 속에 들어섰다는 암시이기도 하다)이 외에도 조앤(앤 도드 분)의 경우 애니가 다니던 서포트 그룹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여성으로 자신 역시 애니처럼 가족을 잃은 경험을 했다며 애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의 안정을 돕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느 영매에게 가르침 받았다는 죽은 자의 혼을 불러내 대화하는 의식을 애니에게 가르쳐주면서 애니의 주위에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일조하는 인물입니다.
영화 유전 속에는 파이몬이라는 악마가 등장하는데 애니의 엄마 앨런은 오래전부터 파이몬이라는 악마를 숭배했다고 여겨지는 징후들이 영화 곳곳에 나타납니다. 영화 유전 속 악마 파이몬 혹은 페이몬은 솔로몬의 72 악마 중 9위에 해당하는 악마로 한국 영화 검은 사제들에 등장하는 마르바스가 5위 정도이니 그보다 조금 단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불을 관장하는 악마이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실제로도 여자의 모습을 한 남자의 형상을 한다고 전승되며 영화 유전 속 마술서에는 가족 중 가장 어리고 약한 남자의 몸을 빌려 현생 한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결국 죽은 찰리를 피터의 몸에 깃들게 하여 파이몬을 부르는 결말은 파이몬의 모습과 그를 부르는 의식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파이몬을 상징하는 미장센들이 영화 유전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앨런의 장례식 이후 피터와 함께 파티장으로 간 찰리, 사실 찰리는 파티장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애니는 억지를 써가며 찰리를 구슬려 피터와 같이 파티에 갔지만 피터는 같은 반 여학생과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등 찰리에게 한눈을 팔린 사이 찰리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땅콩이 들어간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목이 심하게 붓는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자 피터는 찰리를 차에 태워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찰리는 부은 목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어 창문을 열고 머리를 바깥으로 내밀던 중 도로 위에 놓인 사슴의 시체를 피하려다 차를 급커브 하게 되고, 머리를 내놓은 찰리는 전봇대에 목에 부딪혀 잘리는 끔찍한 죽음을 맞습니다. 딸 찰리의 죽음으로 오열하는 애니의 모습은 어머니 앨런의 죽음에 초연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애니의 오빠가 16살에 발작 때문에 어머니의 방에서 보란 듯이 자살했다고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데 그 이유가 정신병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애니의 오빠가 자살하기 전에 어머니가 자신의 몸 안에 다른 사람을 집어넣으려 한다는 소리를 했다고 하는데 애니는 그것을 정신병 때문에 하는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애니의 어머니 앨런은 과거에도 자신의 아들을 제물로 삼아 의식을 시도했지만 아들의 자살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자 딸의 가족에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던 것이며 그 시작이 바로 찰리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즉, 애니는 딸 찰리의 죽음에 혈육으로써의 깊은 슬픔도 분명 지니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집 안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와도 같은 유전의 내력이 시작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오열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유전은 함축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데 유전의 사전적 의미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자식에게 전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이몬이라는 악마는 목을 자르는 의식을 통해 사람의 몸으로 빙의하는데 모든 사람의 몸에 그냥 머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매의 몸에만 악마 파이몬이 머물 수 있기 때문에 남편들은 의식의 제물로 죽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애니의 오빠와 애니의 자식인 찰리, 피터 모두 영매 체질이지만 오직 남편만 영매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찰리를 부르는 강령식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피터는 공기의 변화를 느끼고 두려워하게 되는 것입니다.공포 영화 유전은 사실 스토리 전달에 있어 은유와 복선들이 너무 많이 깔려 있어서 불친절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영화 유전이 친절한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은유들과 복선들을 해석하고 소름 돋는 장면들을 느끼다 보면 영화 유전의 매력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유전을 할리우드판 혹은 미국판 곡성이라 하는 데에는 은유와 복선이 어지럽게 깔려있기도 하지만 영화 곡성이 아시아적 문화가 깔려있듯이 영화 유전은 북미권의 문화가 많이 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영화 유전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공포에 100% 몰입하지는 못할 수 있어도 곱씹어 보게 되는 영화이며 근래 본 공포영화 중 보기 드문 수작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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