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폭발사고라는 대재앙과 국가붕괴의 현실적인 상황/
김남길 주연 가족감동재난 영화 판도라
영화 판도라는 2016년 개봉한 재난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벌어진 일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체르노빌 원자력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가상으로 우리나라 현실 속에 대비시킨 작품입니다. 영화 판도라는 현재 우리 사회를 점령한 각종 키워드가 삽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인데 세월호부터 비선 실세 최순실,박근혜,안전불감증 그리고 원전 사고 등이 영화 한 편에 고스란히 녹아나 있습니다. 미래는 알 수 없다지만 단란한 가족사진은 얼마 후에 비극 속에 놓이고 맙니다. 영화 판도라는 원자력 사고로 인해 붕괴되는 대한민국을 그린 영화로 고질병 같은 안전불감증과 필요악일 수밖에 없는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조그만 마을은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영화 판도라는 원자력 폭발사고로 인해 국가 시스템이 얼마나 허무하고 힘없이 붕괴되는지를 리얼한 영상미와 곁들여 보여주며 이래도 안전불감증을 고치지 않을래?라고 다그치는듯 합니다.재난 영화 터널의 경우 터널은 한 사람의 사투를 리얼하게 그린 영화인 반면 영화 판도라는 4년간의 기획으로 탄생한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원전 재난 블록버스터이며 연가시의 박정우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특히 CG 작업이 한국 영화 사상 역대급으로 전체 2.419컷 중 1.322컷이 CG 작업일 정도로 현실에서는 그릴 수 없는 원전 폭발의 사실감을 매끄럽게 표현해냈다 여겨질 만큼 완성도 높은 영화 판도라의 장면 하나하나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원전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 판도라는 배우들의 면면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직원이지만 원자력 직원 일을 마땅치 않게 여기던 재혁(김남길 분)은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열혈 청년으로 나오며 그 외에도 정진영과 김대명이 폭발하여 위기에 빠진 가족과 대한민국을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원자력 복구작업에 나서는 발전소 사람들로 나옵니다. 거창하게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지키고 지켜야 할 것들은 가장 평범하면서 당연한 것들, 바로 옆집의 이웃이나 늘 치고받고 싸우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이었습니다. 김영애를 비롯하여 문정희와 김주현 등은 무작정 보호받는 답답한 약자가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으로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는 슬기와 용기를 지닌 채 나옵니다.
영화 판도라에서 가장 답답하고 분노가 들게 만드는 건 현실과 크게 차이가 없는 정치권의 컨트럴 타워입니다. 무능하면서 수습 방안이라던지 대책은 잔혹하고 무책임하며 서로 분열하기까지 하면서 국민을 더욱 위기에 빠트리는 우를 범합니다. 원칙주의자이지만 자괴감에 빠져 늦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에는 김명민이, 대통령을 국정 농단하는 총리에는 이경영이 분하여 기존 정치권의 구태의연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영화에 투영하여 사실감 있게 그려내기도 합니다.
영화 판도라는 재난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원전 사고라는 희소성 있는 있는 소재와 더불어 참혹한 재난현장을 사실감 있게 재현하여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평범한 시골마을 월촌리의 발전소 직원인 재혁(김남길 분)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석 여사(김영애 분)와 남편을 잃은 형수 정혜(문정희 분)와 조카, 여자 친구 연주(김주현 분)와 소박하지만 아웅다웅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반도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고, 노후됐지만 제대로 정비된 적 없던 원자력발전소는 폭발하기에 이릅니다. 정부는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감추려고만 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일대 혼란을 겪으며 방사능에 유출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피난하기에 바쁩니다.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 아수라장 속에서 원자력발전소장 평섭(정진영 분)과 재혁, 길섭(김대명 분)을 비롯한 발전소 직원들은 2차 폭발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영화 판도라에서는 원전 사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무능하고 안일한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현 세태를 해부하고 있습니다.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겪어보지 못하는 사고를 영화를 통해 여러 상황들을 가상으로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인데 영화 판도라의 경우 극단적으로 국가 시스템의 붕괴를 전면에 내세우고 평범하기만 한 소시민이 가족애를 앞세워 붕괴 직전의 국가를 구한다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허황되거나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지만 현 시국에서 이런 스토리조차 먹먹하게 다가오는 것은 현재의 국가 시스템이라면 비슷한 상황 내지는 더 처참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화 판도라는 신파에 가까울 만큼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탈만 뒤집어썼을 뿐 상영 내내 관객의 눈물주머니를 비틀어 짜며 눈물바다를 연출해 냅니다. 원전 사고라는 재난에 대한 경각심도,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조차도, 가족애를 앞세운 소시민의 영웅적 행위 앞에 모두 가려지며 잊힙니다. 그것이 눈물을 훔치며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판도라가 불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한 청년은 결국 원자력 사고가 나면서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죽어가는 스토리는 결국 개인의 희생만이 시스템의 붕괴나 재난을 구한다는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에 오버랩되어 가슴속에 깊은 공명을 전해줍니다. 개인의 희생으로 나라를 구하거나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영화적 판타지일 뿐이지만 그 판타지가 현실에서 수천 번도 더 벌어지며 이 나라가 존속해왔기 때문입니다. 개인, 한 명 한 명이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하나, 둘 밝히며 아사 직전의 민주주의를 기사회생한 것 역시 소시민들이 바로 세우고 싶어 한 깨끗하고 바른 우리나라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열망의 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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