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조희팔과 엘시티 이영복을 모티브 하다/
이병헌,강동원 주연 영화 마스터
이병헌,강동원 그리고 김우빈이 뭉친 영화 마스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 세태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어 일격을 가합니다. 원 네트워크의 진 회장(이병헌 분)과 진 회장의 최측근 박장군(김우빈 분)과 김엄마(진경 분)는 원 네트워크의 중추적인 인물들입니다. 원 네트워크는 페이스북과도 같은 소셜 네트워크 멀티미디어를 형성, 회원들이 일정 금액을 투자,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급성장하여 수만에 달하는 회원들의 투자금을 사기 쳐 부를 축적합니다.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박장군과 김엄마는 진 회장과 합심하여 수조 원에 달하는 회원들의 투자금을 빼돌리는데 영화 마스터 초반부 원 네트워크의 부의 축적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의 돈 4조 원을 가로챈 국내 최대 규모의 유사 수신 사기 사건의 주인공 조희팔 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조희팔은 회원이 가입하면 그 돈을 융통해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자금을 세탁하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검찰이 기소하기 직전인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 중국에서 가명을 쓰고 조선족으로 신분을 완전히 위조한 뒤 옌타이 인근에 숨어 살다가 2011년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는 중국 공안이 발급한 사망 확인서와 유족이 찍은 장례식 동영상과 함께 국내로 유골이 화장되어 이송된 점을 들어 경찰은 조희팔의 사망을 공식 인정하고 발표했지만 한국 수사기관과 피해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조희팔이 위장 사망했다는 설이 꾸준히 돌만큼 조희팔의 죽음에는 석연찮은 구석들과 의문점들이 너무나 많다고 합니다.
원 네트워크 사기의 핵심은 바로 부의 분배라는,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해서 벌어집니다. 기업이 핵심적인 요직의 인물들이 아닌 일반적인 개미 투자자에게도 동등하고 공평한 부의 분배를 약속하고 일정 기간 수익을 배분하면서 안정적이고 믿을 만한 회사라는 인식이라는 미끼를 던져주자 빚을 내면서 투자하거나 사돈의 팔촌까지 끌어들이며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게 됩니다. 조희팔 역시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신뢰를 쌓은 뒤 더 이상 사기행각을 벌일 수 없게 되자 중국으로 도피하는데 이때 피해액만 경찰 추산 4조 원에 피해자만 5만 명 이상이었으며 30여 명의 피해자는 자살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가 추정한 피해액은 경찰 추산의 두 배인 8조 원에 이르며 조희팔은 2조 원 이상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쉽게 돈을 벌고 쉽다는 유혹에는 한 번쯤은 빠져들게 되지만 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금액의 배당금이나 수익금이 복리 방식으로 지급된다는 유혹이 바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들에게 매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기 피해자들은 보통 많이 배우거나 못 배우거나를 따지지 않으며 다양한 연령층에 분포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희팔 사기 사건보다 더 거대한 규모의 사기 사건을 들자면 1993년에서 MMM이란 회사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하여 여러 도시들에 사무실이 생겨났으며 자사의 주식에 투자하면 매달 2배에 달하는 엄청난 이윤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하자 러시아인들은 힘들게 벌어 온 자신의 재산을 주저 없이 투자하게 됩니다. 자본주의에서라면 주식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1990년대 초에 체제가 전환된 러시아 국민들에게 자본주의는 하나의 환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에다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MMM 이란 회사가 무슨 수로 그렇게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습니다. MMM은 광고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그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였으며, 이렇게 모은 돈으로 다시 TV에 계속 광고를 내고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더 이상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이 유입되지 못하자 1994년 여름 MMM의 마브러디 사장은 그동안 축적된 투자금을 가지고 해외로 도주를 하였으며 MMM 투자신탁 회사는 하루아침에 도산을 하게 됩니다. 피라미드 조직이 와해되자 그 실제적인 피해의 규모는 엄청난 것이었는데, 그 집계 방식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의 숫자가 최소 5천만 명 이상으로 추정이 되었으며 자살 피해자 역시 5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피라미드 조직 셀렌가(Selenga) 신탁과 호퍼(Hoper) 신탁 사건에서는 각각 250만 명과 150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되었고 1990년대 초 러시아의 전 국민이 피라미드 사기에 날린 돈이 러시아 1년 치 국가예산과 일치할 정도라고 합니다.
단순히 사기당한 피해자를 모자라고 돈 욕심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하기에는 주식이나 피라미드 네트워크 등은 보편적으로 보이면서 현실에 대입이 가능한 말이 되는 시나리오와 투자방식, 수익배분을 설계한다는 것입니다. 사기꾼이란, 돈이 되지 않는 사기행각을 벌이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를 통해 돈이 되는 사기라는 것이 확신이 들면 실행에 옮기며 속이려 작정한 사기꾼에게 포섭당한 순간 어쩌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투자자들에게 유가증권을 지급하거나 비트코인 등 실체가 있는 것이나 경계가 모호한 것을 실체가 있는 것으로 둔갑시켜 지급하기도 합니다. 투자라는 것은 결국 확률 게임일 뿐입니다. 미래에 벌어질 불확실한 사건에 돈을 걸고 그에 따른 배당을 받는 것으로 러시아 MMM 회사가 금융 피라미드를 계획하지 않고 투자받은 돈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냈더라도 피해자가 발생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고수익을 얻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기라는 덫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샛길로 빠졌는데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마스터를 풀어본다면 지능범 죄 수사 팀장 김재명(강동원 분)은 원 네트워크의 진 회장을 반년 간 추적해오다 박장군을 포섭, 진 회장의 로비 장부를 넘길 것을 제안합니다.
지능범죄 수사팀장 김재명의 수사가 압박해 들어오자 진 회장은 정관계의 로비를 통해 수사를 방해하다 여의치 않자 김엄마와 함께 자신을 위장 죽음으로 꾸밉니다. 진 회장이 정방위적으로 정관계에 로비를 펼치는 모습은 엘시티 비리 사건의 모습을 상당 부분 투영하고 있습니다. 엘시티의 700억 비자금 조성과 각종 특혜 의혹은 사실 박근혜. 최순실 국정 논단의 여파만 아니라면 쉽게 잊혀선 안될 이슈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마스터의 엔딩에서 의미심장한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액션·범죄 영화이다 보니 각종 사건, 사고와 함께 현 시국을 반영하는 일련의 일들을 모티브로 영화에 적극 반영되었는데 감시자들의 조의석 감독의 연출로 무리 없는 진행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병헌이나 강동원 등은 비슷한 류의 영화에 식상할 정도로 캐스팅된 관계로 참신한 맛보다는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연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주. 조연의 디테일한 연기보다는 삼인방(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에 기댄 연기로 인해 연기가 루즈해지면 자칫 영화 자체가 지루해지는 감도 없지는 않지만 킬링타임으로도 볼만하며 현 시국을 생각하면 영화 속의 일들이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드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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