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의 7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단죄의 칼날,
청산되지 않은 친일부역자에 대해 고함/
조진웅 주연 영화 대장 김창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뛰어넘어 BTS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 킹덤, 나의 아저씨 등의 K 드라마를 비롯하여 아시아를 넘어 세계라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다양하게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대세가 되리라는 것을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싶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문화 강국을 예상하고 예언한 인물이 이미 70년 전에 우리나라에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리뷰하는 영화 대장 김창수의 주인공 백범 김구 선생입니다.자서전 백범 일지에서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백범 김구 선생의 70년전 예언과도 같은 소망은 1998년 IMF라는 대한민국 수립 이후 최대의 국치를 겪으면서도 문화강국을 꿈꾼 김대중 정부의 주도하에(물론 일본문화를 개방하면 한국 문화가 사장된다는 우려도 많았지만 결국 기우였다) 22년 만에 세계가 우리나라의 문화를 한류라는 드센 바람으로 받아들여 사랑하고 열광하게 됩니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 강국을 소망했던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에게는 상해임시정부 주석이자 독립운동가로 영화 대장 김창수는 백범 김구의 20대 시절 치아포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된 실화 영화입니다. 치아포 사건은 동학 소접주로 동학농민운동을 지휘하다가 일본군에게 쫓겨 1895년 만주로 피신한 후 이듬해 귀국하여 안악으로 돌아가던 길에 치하포(鴟河浦)에 머무르다가 일본인 스치다 [土田讓亮]가 조선인으로 변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를 죽이고 그의 시체를 강에 버린 사건을 일컫습니다. 백범 김구(개명 전 김창수)는 고향으로 돌아가 머무르고 있다가 해주 감영으로 체포되었으며 그 후 인천으로 압송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고종의 특사로 감형되었습니다. 복역 중 1898년 탈옥하여 공주 마곡사(麻谷寺)의 승려가 되었다가 이듬해 환속(還俗), 1903년 기독교에 입교하기도 합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백범 김구가 되기 전 혈기왕성했지만 너무나 뜨거웠던 21살 대한 남아 김창수가 명성황후 시해범으로 의심되던 일인을 쳐 죽이고 갖은 고초 속에서 각성하는 성장통을 보여주는데 대장 김창수 역의 조진웅의 진중한 연기와 마상구(정만식 분), 고진사(정진영 분)와 악역의 포스를 제대로 보여준 감옥 소장 강혁식의 송승헌 등의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일본인 스치다 살인사건의 다양한 해석
영화 대장 김창수는 치하포에서 일본인 스치다를 살해하고 잡혀 들어가 감옥에서 갖은 고초 등을 다루고 있지만 이 사건의 역사적 배경은 1895년 10월 일본군과 낭인들에 의해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乙未事變)이 일어나고 뒤이어 친일 갑오 개화파 정권에 의해 단발령이 선포되자 그에 저항하는 의병이 전국적으로 일어납니다. 1896년 2월 11일에는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이 이어졌는데 김구(金九)는 전 동학 농민군 지도자 김형진(金亨振) 등 동지와 더불어 청국으로 가 중국 북동부 지역의 반일 인사들과 연합 작전을 준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발걸음을 되돌리게 되었고 1896년 3월 8일 평남 용강군에서 배를 타고 인접한 황해도 안악군(安岳郡) 치하포(鵄河浦)로 가서 이화보(李化甫)가 운용하는 여점(旅店)에 머물게 되었는데 마침 같은 여점에 있던 일본인 스치다 조스케를 다음 날인 3월 9일 새벽 3시경에 살해하였는데, 이것이 치하포 사건입니다. 무역상인 또는 약장사로도 언급되는 스치다를 조선인으로 위장한 일본 육군 중위로 판단한 김구는 그를 타살했다는 포고문과 함께 자신의 거주지와 성명을 써 놓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장 김창수는 바로 이 치하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치하포 사건이 일어난 3월 9일 당일, 스치다를 수행했던 조선인 통역 임학길이 평양으로 도피, 그곳에 있던 일본 경성 영사관 경부(警部)히라하라 아쓰무(平原篤武)에게 신고하였으며 이에 히라하라는 3월 15일 치하포 사건 현장에 도착하여 지방관에게 범인의 체포를 의뢰하였고, 일본 영사관도 외부(外部)에 신속한 범인 체포를 촉구하여 안악군 보고를 토대로 해주부는 범인이 김창수(金昌洙 : 김구의 아명) 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소극적인 조선 정부의 입장에 따라 김구의 체포는 몇 달 동안 지연되었는데 이에 일본 영사관은 6월 5일부터 27일 사이에 3명의 순사를 평양 지역에 파견하여 사건 조사를 실시하여 김구는 6월 말 해주부에서 체포되어 곧바로 심문을 개시합니다. 그런데 일본영사관은 인천항 재판소에 치하포 사건은 외국인의 생명과 관계되는 사건이므로 외국인 관련 재판을 담당하는 인천감리서에서 심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조회하였고, 그 결과 해주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김구는 인천감리서로 압송되어 이곳에서 8월 31일, 9월 5일, 9월 10일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인이 배석하는 합동 신문을 받게 됩니다. 3차례의 진술[공초(供招)]에서 김구는 스치다 살해 동기와 살해 방법을 밝혔는데, 동기는 ‘국모의 원수에 대한 복수’를 하고 나라의 수치를 조금이나마 씻고자 하는 것이며, 방법은 발로 차 마당에 쓰러뜨리니 그가 칼을 뽑기에 돌로 쳐 넘어뜨리고 칼을 빼앗아 죽였다고 진술합니다.
일본 영사 대리 하기와라 슈이치(萩原守一)는 9월 12일 대명률의 인명모살인죄로 김구를 참형으로 처단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법부에서는 형을 연기하라는 전보를 인천 감리에 보냈으며 그로부터 한 달 이상 지난 10월 23일 법부는 김구에 대한 교형을 국왕에게 건의하였으나 국왕이 이를 재가하지 않아 김구는 미결수로 옥중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수감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1898년 3월 19일 탈옥을 감행하여 성공하였고, 아버지가 대신해서 수감되었다가 그로부터 1년 후인 이듬해 3월 석방되었습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백범 김구가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열정으로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하기 이전의 동학혁명 접주로서의 좌절과 국모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의 잔혹한 칼날에 살해되는 국가적 재난 사건의 조그마한 민족적 울분의 행동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백범 김구의 치하포 스치다 살인사건이 명성황후 살인사건의 낭인들과는 상관없는 일본인 민간인을 혈기왕성한 20대 김창수가 오판하여 죽였다고도 하지만 을미사변과 갑오개혁, 단발령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격화되는 조선인의 반일감정과 투쟁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또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라는 명분을 내건 김구의 의거에 대해 조선 정부 및 고종황제의 소극적 처벌 의지는 침략자 일본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10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백범 김구의 스치다 살해 사건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하여도 살해당한 일인 스치다가 평범한 민간인이라는 일본 측 주장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옮기는 행동은 단순 무식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국제적 정세나 조선을 합병하려던 일본 측의 조선을 방문하던 일본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첩자나 그에 준하는 일인들이었을 것이며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그런 일인들을 보고도 모른척했을 상황에서 젊은 김창수의 의기는 대한 남아의 최소한의 기개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를 행하면 철저히 불이익을 받는 현재의 우리 삶 속에서 김창수를 비롯한 수많은 애국지사의 행동이 비록 현재의 시선으로는 경박하거나 앞뒤 가리지 않는 무모함으로 비칠지라도 당시 조선사회는 대장 김창수와도 같은 젊은 의기들이 모여 오늘의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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