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젠킨스와 갤 가돗이 그려낸 DC코믹스 구원의 여신 원더우먼 1984/
다시 봐도 좋은 원더우먼의 기원과 완벽한 여성 히어로에 대한 탐구생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은 DC가 야심 차게 내놓은 히어로들의 올림픽이자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에 대항하는 DC코믹스의 배수의 진과도 같았지만 혹평과 만족스럽지 못한 흥행성적으로 마감합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유독 빛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갤 가돗이 연기한 원더우먼이었습니다. 만화가들에 의해 탄생된 여타의 히어로들과는 달리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이며 거짓말탐지기를 발명한 윌리엄 몰튼 마스턴 박사에 의해 1941년 탄생한 원더우먼은 슈퍼맨이나 배트맨 등과는 차별화되는 최초의 여성 히어로라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린다 해리슨의 1967년 TV 드라마 이후 캐시 리 크로스비의 1974년도 원더우먼과 우리에게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이 1976년 TV 드라마로 나온 이후 영화 속에서 단독 주연은 갤 가돗의 원더우먼이 처음입니다. 제발 갤 가돗의 원더 우먼이 DC코믹스의 구원의 여신이 되어 원더우먼을 시리즈로 계속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영화 원더우먼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영화 원더우먼은 몬스터와 드라마 시리즈 안투라지 시즌 1을 연출한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다이애나이자 원더우먼 역에는 이스라엘의 여전사 갤 가돗이 맡았고 스티브 트레버 역에는 크리스 파인,안티오페 장군 역에는 로빈 라이트, 페트릭 경 역에는 데이비드 듈리스, 히폴리타 여왕에는 코니 닐슨 등이 출연합니다.
◐ 아마존 왕국 테미스키라의 공주 다이애나&원더우먼
원더우먼의 세계관은 DC코믹스에서도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데 영화화된 갤 가돗의 원더우먼의 원작은 리런치한 뉴 52! 원더우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원더우먼의 탄생은 여러 형식으로 복합되어 있는데 테미스키라의 여왕 히폴리타와 제우스 신과의 밀회로 다이애나가 태어났다는 탄생 버전과 불임인 히폴리타가 아기를 너무 가지고 싶어 흙으로 사람 형상을 빚은 후 간절하게 제우스에게 기도하여 생명을 불어넣게 되어 다이애나를 가졌다는 버전 등이 있는데 무엇이든 간에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영화상에서는 아마존 왕국 테미스키라에 불시착한 영국 조종사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 분)가 아버지를 묻는 장면에서 히폴리타 여왕이 다이애나가 어렸을 때 들려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즉, 흙으로 빚어 탄생한 신 같은 존재인 원더우먼, 원래 신과 인간 사이의 혼혈아는 데미갓으로 불리는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헤라클레스 역시 데미갓입니다. 다이애나는 헤라클레스 이상의 힘과 능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는 강력한 여성 히어로이기 때문에 영화 원더우먼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슈퍼맨 이상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히폴리타 여왕은 어렵게 얻은 다이애나를 애지중지 키우며 전쟁에 필요한 각종 무기술이나 전투술을 가르치기를 꺼려하지만 히폴리타 여왕의 동생이자 아마존 왕국 최고의 여전사 안티오페는 다이애나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각종 훈련을 시키던 도중 다이애나는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특별한 힘을 각성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영국 조종사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 분)를 잡으러 온 독일군들과 아마존 여전사들과의 전투가 시작되는데 이 전투에서 다이애나를 구하기 위해 아마존 최강의 여전사 안티오페는 다이애나 대신 총알을 맞고 숨지게 됩니다. 슈퍼맨 이상 가는 능력의 소유자인 원더우먼이 건틀렛으로 굳이 총알을 막을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알을 튕겨내는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와 더불어 빠르게 타인을 지켜내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존 왕국에 침입한 독일군의 등장으로 세계가 전쟁이라는 참화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된 다이애나는 신들이 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갑니다.슈퍼맨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로써 태양계인 지구에서 자라나며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고 배트맨이 어릴 적 부모의 살해 이후 트라우마로 자신의 부와 과학을 이용하여 슈퍼히어로로써 능력을 발휘한다면 원더우먼은 여성이 성 소수자로 대접받던 1940년대 탄생하면서 21세기의 현재까지도 극히 드문 여성 히어로로서의 위치를 차지하는데 그 탄생조차 여타의 히어로들과는 달리 신화적 상상과 현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 순수한 소녀 다이애나에서 강인한 여성 원더우먼으로 깨어나다
미지의 섬 아마존 왕국 테미스키라에서 세상 속으로 나온 원더우먼, 여성들만성들만 존재하던 아마존 왕국에서 세계로 나온 다이애나는 세계 1차 대전의 실상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즈음에서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의 섬세한 연출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순진무구한 다이애나는 자신이 세계로 나와 자신들의 사명인 인류평화와 악을 죽이면 세상은 바로 평화가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그녀에게 인류라는 개념도, 인간의 선과 악은 오로지 악의 화신 아레스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아레스만 죽이면 된다고 믿습니다. 트레버 대위와 만난 세상은 좀 더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처음 브래지어를 하고 월경을 하듯이 소녀에서 여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다이애나는 전쟁으로 당연히 구해야 할 생명들을 외면하는, 물론 불가능한 이유들 때문이지만 다이애나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원시사회에서 문명사회를 처음 맞이하는 에피소드는 그다지 신선한 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비록 다이애나가 여성들만의 왕국에서 지냈지만 교육을 받고 살아온 지성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명과 비문명의 충돌이라는 호기심 어린 재미는 영화 원더우먼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습니다.
사실 영화 원더우먼이 흥행에 성공할까?라는 물음은 DC 코믹스의 히어로물들의 고질적인 참담한 성적표를 종식시켜줄까?라는 물음과도 이어집니다. 영화 원더우먼 자체가 여성 감독이 바라보는 섬세한 세계관과 느낌들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액션 자체도 창의적이지 못하고 감탄을 지어내는 장면도 그다지 없다는 데 있지만 슈퍼맨에 버금가는 능력자의 소유자 원더우먼이 연약한 인간들을 상대로 과하다 싶을 만큼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감도 없지 않아 있고 원더우먼에 대적하는 확실한 빌런의 등장이 아쉽기도 합니다.완전무결하게 약점이 없는 원더우먼이기 때문에 저스티스 리그에서 슈퍼맨의 부재를 어쩌면 완벽하게 메꾸어줄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서 영화 원더우먼에서 그 능력의 많은 부분을 노출시켰다는 것은 이후 원더우먼 제작에 딜레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하지만 이후 제작된 원더우먼 속편 원더우먼 1984에서 원더우먼의 능력은 성장하는 것임을 새삼 보여주기도 합니다.
원더우먼의 각성이라고 할 수 있는 위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 원더우먼의 수많은 장면 중 가장 뭉클하게 느껴졌던 장면으로전쟁으로 사람들은 죽어가고 폭탄이 쏟아지는 전장 사이를 분연히 들고 일어서는 원더우먼의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원더우먼이 타인들이 이래도 안된다, 저래서 힘들다고 설득하는, 어쩌면 수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사회에 나와 기성세대에게 설득 당하고 세뇌당하면서 기성세대화 되지만 거부감을 가지고 가면 안 된다는 길로 걸어가며 수십 개의 기관총 세례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입니다. 길이 아닌 곳을 가는 청춘 역시 원더우먼처럼 수많은 멸시와 돌팔매를 당하며 쓰러지고 주저앉고 다시 기성세대의 유혹에 손을 잡기도 하지만 길이 아닌 길을 이겨내면 반대하던 이들조차 그 길을 따라오게 됩니다. 원더우먼이 그냥 가자는 트레버 대위와 대원들의 말을 거부하고 길을 만들자 결국 원더우먼의 뒤를 따라오듯이 말입니다.
영화 원더우먼에서 원더우먼이 전쟁을 종식시키려고 죽이려는 대상은 바로 아레스라고 믿는 마루 박사/닥터 포이즌과 대니 휴스턴이 맡은 에리히 루덴도르프 Erich Friedrich Wilhelm Ludendorff 장군입니다. 독일군 장군은 실존했던 인물로 영화 속에서는 생화학무기를 살포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는 인물로 나옵니다. 트레버 대위는 독일군이 생화학 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인물이며 원더우먼은 에리히 루덴도르프가 전쟁의 신 아레스라고 믿고 그를 죽이면 전쟁도 끝난다고 믿습니다. 영화 배대슈에서 보여준 강력한 원더우먼의 모습은 결국 잠깐 등장하며 나타난 착시효과였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장편 영화를 이끌어가기에는 원더우먼 혹은 갤 가돗의 능력이나 연기, 스토리 구성이 빈약해 보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워낙 DC의 히어로물 영화 자체가 다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영화 원더우먼 역시 전작의 분위기를 계승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조금은 개선되었다고 할까요, 갤 가돗의 미모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은 밝고 고뇌가 사라진 히어로물을 만난 기분이 조금 듭니다. 그런 점에서는 마블 히어로물의 영향을 좀 받은 면도 있어 보입니다. DC는 이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다크 나이트의 영향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으며 그 선두주자에 갤 가돗의 원더우먼이 선두주자인 것은 분명합니다.
난 오늘을 지킬테니
당신은 세상을 지켜요..
/영화 원더우먼 속 스티브 트레버가 이별을 앞두며 나눈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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