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랑, 관음증과 로맨스 사이의 이중주/
마야 도리 주연 벨기에 영화 나의 엔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벨기에 영화 나의 엔젤,영화 자체의 주제는 투명인간과의 사랑이라는 할리우드에서 흔히 보아오던 소재이지만 연출은 전혀 할리우드 방식과는 다른 궤적을 보여줍니다. 아메르(2009), 미스터 노바디(2009)를 연출한 해리 클레븐의 작품으로 등장인물 역시 투명인간을 평생 사랑하는 마들렌 3명(마들렌의 아이 역 한나 부드로, 십 대 마들렌 역의 마야 도리, 성인 마들렌 역의 플뢰르 제프리어)이 전부입니다. 물론 마들렌의 상대역인 투명인간 나의 천사를 낳아준 부모인 루이스(엘레나 로웬슨 분)와 아버지인 프랑소와 빈센텔리 등이 잠깐 등장하지만 영화 나의 엔젤의 핵심은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마들렌의 손짓과 표정, 감정 등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벨기에 영화 나의 엔젤은 부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정식 개봉한 영화로 사라지는 마술을 하는 마술사와 사랑에 빠진 루이스가 어느 날 버림을 받고 혼자서 투명인간 아기를 낳아 기르게 됩니다. 아기는 이름 대신 나의 천사라 불리며 자라고 잘 자라나던 아기 나의 천사는 어머니 루이스가 우울과 실의의 나날에 빠지며 나의 천사를 보살피는데 소홀해질 때 보이지 않는 아기 앞에 앞을 못 보는 소녀 마들렌이 나타나게 됩니다.
◐현재의 자화상 같은 투명인간 아기 나의 천사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하는 투명인간은 사고나 과학적 실험의 우연적 부산물로 보이지 않게 되고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나열하거나 보이지 않는 능력을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특별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벨기에 영화 나의 엔젤은 태생 자체가 보이지 않는 존재로 태어나면서 아예 존재 자체가 아기를 낳고 기른 어머니 루이스만이 인지하는 존재입니다. 투명인간이라는 소재가 주는 판타지적인 요소만을 지우고 본다면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러브스토리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의 천사는 루이스가 보이지 않는 아기 나의 천사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키워내는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아기 나의 천사가 어떻게 평생을 먹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친절하게 설명조차 하지 않으며 철저히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며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음증과 로맨스, 아름다움과 변태의 절묘한 조화
영화 나의 엔젤은 보이지 않는 소년 나의 엔젤의 내레이션과 마들렌의 1인칭 시점 혹은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실감과 비현실감이 적절하게 뒤섞여있습니다. 투명인간 나의 엔젤의 존재는 마들렌의 체중을 받아 구겨지는 침대 시트나 마들렌의 살결을 매만지는 엔젤의 손을 따라 압력을 받는 피부, 빗속에서 물방울을 반사하는 소년의 신체, 커튼 사이로 드러난 인체의 실루엣을 통해 묘사되며 이런 묘사들은 자칫 관음증의 시선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관음증이나 변태적인 시선으로 치부하기에는 마들렌의 유년기부터 청소년기, 성인이 된 모습 등을 연기한 한나 부드로, 마야 도리, 플레르 제프리어의 연기가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을 두고 섬세한 감정과 팬터마임이 곁들여진 모노드라마로 섬세하게 표현됩니다. 단순히 플라토닉 한 아이의 사랑에 머물지 않고 성인이 되어 육체적으로 서로를 갈구하는 에로스적인 사랑의 모습과 함께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을 소년의 존재를 느끼는 소녀의 코와 귀, 손을 클로즈업하고 시각이 제한된 소녀가 미각, 후각, 촉각, 청각을 이용해 느낀 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소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나의 엔젤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 사물을 보지 못하는 소녀와 존재 자체가 지워진 소년의 사랑은 우리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나 되새김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나의 엔젤은 오로지 현실 속 보이는 것들(사랑하는 사람의 재산과 스펙, 집안 등)에 대한 집착에서 보이지 않는 것(그 사람의 배경이나 물질보다 사람 자체에 대한)을 사랑하는 진실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의 엔젤이 마들렌을 만나면서 살아 있고 존재의 이유를 알게 해 줬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가 서로의 결핍 속에서 진실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넌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게 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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