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꿈꾸던 남녀가 만난 비雨의 로망과 단가_신카이 마코토의 일본 로맨스 애니메이션영화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의 일본 로맨스 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

영원을 꿈꾸던 남녀가 만난 비雨의 로망과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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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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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은 비의 계절에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비가 주는 청량함보다는 굽굽함이 더 짙은 이 영화는 그런 흐릿한 비 오는 날 특정한 공간에서 감성적인 언어와 세밀하고 섬세한 감각을 앞세워 문득 고교시절의 로망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자와 여교사라는, 얼핏 나이 차이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접근하기 힘든 윤리적 벽이 가로놓여져 있는 신분의 차이,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소년 다카오(목소리 이리노 미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선생 유키노(목소리 하나자와 카나)의 하얀 발은 패티쉬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만 불결하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도리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영화 전반을 채색하며 그리운 시간대로 오롯이 시간여행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감정의 섬세함만큼이나 언어의 정원은 디테일한 장면들이 시선에 들어오는데 전철이 움직이는 장면이라던지 비가 내리고 그 빗방울이 튀는 장면이나 칠판에 분필가루가 흘러내리는 장면 등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언어의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도구 중 하나는 바로 단가 만엽집萬葉集입니다. 다카오와 유키노의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고 서로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만엽집은 타카오와 유키노의 첫 만남에서부터 첫 만남 후 수업 장면의 칠판과 두 번째 만남 이후 유키노의 책장, 유키노의 사직 후 이루어진 재회에서 나타나는데 점차적으로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강화시키는 도구로 쓰입니다.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만엽집이 소통의 도구이자 언어의 힘으로 중요하게 등장하지만 언어의 정원에서 중요한 소재의 하나는 바로 비일 것입니다. 작품 전반에 비는 소나기, 폭우, 가을장마의 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내리며 이 빗방울이 내포하는 의미 또한 다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7월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는 다카오와 유키노, 장마로 시작되는 계절에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던 둘은 8월의 무더위로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지만 가을장마가 오면서 다시 교감을 이루는 등 비는 다카오와 유키노의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타카오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선물로 부친과 형이 준비한 아름다운 숙녀화에 매료됩니다. 어린 시절의 타카오에게 어머니의 구두는 탁월한 미적 감각의 산물이자 어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이후 자신의 미성숙함을 자각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상의 세계에 다다르기 위해 타카오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입니다. 타카오는 소년이라는 미성숙한 상태였지만 하나의 계기, 바로 유키노의 구두를 만들며 점차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의 은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마가 끝나기 전 유키노는 타카오에게 그에게 자신의 발을 허락하지만 타카오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한 유키노는 고향 시코쿠로 내려가 구두 없이 걷는 법을 익히겠노라고 선언합니다. 타카오가만든 그녀의 구두가 있음에도 타카오의 구두를 부정하며 감정의 모순을 보여주고 맙니다.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유키노의 구두에 대한 모순된 태도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발현이자 타카오에 대한 심적 갈등의 표현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비로 인해 만난 두 사람은 만엽집으로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구두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서서히 깨닫습니다. 유키노는 비록 어른이지만 학교에서의 모함과 고립감으로 인해 세상 속에서 홀로 외딴섬에 떨어진 존재였으며 다카오는 구두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미성숙하고 혼자였던 세상에서 걸어 나오는 중 유키노와의 만남과 교감을 통해서 유키노를 구원하기에 이릅니다.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 , 2013

언어의 정원뿐 아니라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의 세계를 보면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는 간격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서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데 기존의 작품에서 주는 거리라는 것은 불변의 요소가 다분하지만 언어의 정원에서는 그 거리의 간격이 타카오와 유키노로 인해 좁혀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계절을 반영하듯이 언어의 정원이 주는 전반적인 색감은 초록색이었는데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여물지 않았던 다카오와 유키노의 정신 상태를 은연중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색감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빛나게 해주기도 했다고 생각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