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웹툰과 싱크로율 100% 현실 속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
박해일, 정재영, 유선 주연 영화 이끼
박해일, 정재영, 유선 주연에 윤태호 작가의 인기 연재 웹툰과 투캅스, 올가미, 신라의 달밤 그리고 최근에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연출한 충무로의 흥행 강자 강우석이 뭉쳐 만든 영화 이끼,영화 이끼를 다시 보다 보면 섬마을에서 일어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떠오르는 건 굳이 섬이 아니라고 해도 폐쇄 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과거의 죄를 묻어두고 은폐하며 바위틈에 기생하는 이끼와도 같은 인간들의 군상이며 마을 한 곳으로 축소하였지만 어쩌면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을 싱크로율 200%로 구현해낸듯싶습니다. 영화 이끼는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 분)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는 해국(박해일 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해국을 본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해국을 이유 없이 경계하지만 해국은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서울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겠노라 말하고 이장(정재영 분)은 해국의 정착을 허락하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감도는 것까지 숨길 순 없었습니다.
스릴러 형식을 가미한 영화 이끼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인물 몇몇이 존재합니다. 비밀이 가득한 마을의 절대 권력자 이장 천용덕(정재영 분)과 아픈 과거를 가진 이영지(유선 분) 그리고 유해국(박해일 분)과 그의 아버지 유목형(허준호 분)입니다. 일단 아버지 유목형의 부음을 알려주는 건 한 통의 전화입니다. 유목형 씨가 사망하셨습니다.. 오셔야겠지요?라는 수화기 너머 속 영지의 목소리는 아버지와 20년간 의절한 해국의 발걸음을 마을로 인도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영지는 유해국을 여러 면에서 도와줍니다.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전하며 마을로 이끈 전화도 영지였으며 하성규(김태한 분)에게 낫으로 죽을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해준 것도 영지, 천용덕과 만나기로 한 날에 박민욱 검사(유준상 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 역시 영지였습니다. 그런데 영지가 해국을 도와주는 상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국의 목숨이 진짜 위험한 순간에만 도움의 손길을 뻗칩니다. 영지는 사실 마을 이장 천용덕에게 노리개 수준으로 이용당하는 불쌍한 존재였으며 복수를 꿈꾸지만 영지 자신은 그것을 직접 실행하기에는 연약한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해국의 아버지 유목형이 영지에게는 자신을 구원해준 존재이기도 했지만 마을에서 유목형과 오랜 시간을 지내며 그의 진실을 보게 됩니다. 특히 천용덕이 유목형 앞에서 "영지야 나 좀 보자" 하고 말할 때 영지는 유목형에게 두려움과 애절함이 묻어있는 눈빛을 보내지만 유목형은 못 본 채 하고 맙니다. 영화 이끼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유해국이 아버지 유목형의 죽음의 진실을 쫓고 범인을 찾아나가는 형식이지만 유목형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가?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고 모호합니다. 자연사일 수도 있으며 천용덕이나 영지에게 살해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영지가 영화 이끼 속 마을의 미스터리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면 그 모든 사건의 시작은 이장 천용덕과 유목형입니다. 유목형은 본래 천사였으나 사탄이 되어버린 인물로, 천용덕은 유목형의 본성을 이끌어내는 뱀처럼 사악함으로 서로에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입니다. 마을 전체 사람들은 과거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며 살기보다는 암묵적인 묵인 속에 나름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인데 그 과정에서 이장 천용덕은 마을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기 싫은, 애써 해국이 들추고 파헤친 삼덕 기도원 사람들의 살해 사건입니다. 사실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은 건 천용덕입니다. 그의 귀와 가방에 피가 묻은 것을 본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인데 공교롭게도 그 목격자가 바로 영지입니다. 하지만 삼덕 기도원 사람들은 독극물에 의한 살인이기 때문에 이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 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천용덕이 기도원 사람들을 발견하고 원장에게 뛰어가 누가 그랬는지 물으며 귀를 갖다 대자 원장은 유.. 목.. 형..이라고 어렴풋이 말하기 때문에 기도원 사람들을 죽인 건 유목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유목형은 기도원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유목형이 복수할 정황적 증거는 충분합니다.
작은 마을 이장 천용덕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외지인 해국을 통해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을 다룬 이끼는 그러나 마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작은 마을의 이장이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상징되는 언덕 위의 집과 그 권력을 바탕으로 이끼처럼 커대란 바위틈사이사이에 기생하는 이끼 같은 존재의 마을 사람들, 학연이나 혈연, 지연 등으로 얽히고얽히고설킨현시대를 통찰하는 현대의 우리 사회를 투영하고 있는 영화 이끼, 바위에 딱 달라붙어서 조용한 이끼처럼 사는 마을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 빼다 박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 말미 이장의 마을은 사라졌지만 영지가 이장의 언덕 위의 집 꼭대기에 올라가 마을의 건축을 지시하며 막을 내립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이명박에 실망하여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결국 사람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내비칩니다. 이장의 마을에서 영지의 마을로 변모하는 것을 은연중 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권력이라는 바위에 이끼처럼 기생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으며 이장의 권력이 막을 내리자 새로운 권력이 영지에게로 반복되어 보여주고는 합니다.
'- ☆ 詩폐라뮤지엄 > 詩폐라뮤지엄-영화 인사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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