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60】징후와 세기/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만의 감정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60위에 선정된 영화 징후와 세기는 흐름과 구조, 두 갈래로 나뉘어 있고, 그 두 갈래 길 안에는 또 다른 갈래들이 여러 개 나 있었습니다. 그 큰 두 갈래길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두 장소, 병원과 병원으로 영화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병원은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병원보다 훨씬 낡고 구식이며 도시가 아닌 농촌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병원은 열대 나무들의 커다랗고 둥근 녹색 잎들이 진료실의 창문을 헤집고 들어오기라도 할 것 같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반면에,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병원은 도시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것 같은 거대 병원이고, 병원의 시설 역시 훨씬 현대화되어 있었는데 두 병원은 분명히 다른 병원으로 두 병원에서 벌어지는 영화 속 사건들은 매우 비슷하며 배우들 역시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고,그들이 말하는 대사와 상황들도 거의 유사하게 반복됩니다. 영화 창문(1999), 친애하는 당신(2001), 삶의 조건(2007), 인권에 관한 이야기(2008), 엉클 분미(2010), 메콩 호텔(2014), 찬란함의 무덤(2015), 메모리아(2020)등을 연출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 작품으로 주연배우로는 사크다 카에부아디 등이 출연합니다.영화 징후와 세기 시놉시스는 이것은 흐름에 관한 영화이다. 외형적으로는 사랑이야기인 듯하지만, 일반적인 영화의 관습적 형식이나, 완결된 구조 모두가 관심 밖이다. 토아는 여의사 테이를 짝사랑하고, 테이는 난초 화원의 눔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대화는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거나,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형식일 뿐이다. 대화를 주고받는 리듬, 그리고 공간 속을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 흐름에 동참하면 관객은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징후와 세기는 남녀 사랑이야기가 전반부와 후반부에 서로 겹치는 데칼코마니 형식이 돋보이는데 불교 영화의 눈으로 바라보면 전반부와 후반부는 윤회와 업보에 대한 서사가 마지막 장면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실내의 풍경과 음악처럼 또렷합니다.전반부는 시골 병원의 여의사와 그녀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이야기가 멜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지만 아피찻퐁이 선형적인 멜로 영화에 집중할 감독은 아니며 후반부에 이를 입증하듯이 의사를 인터뷰하는 장면의 앵글이 정반대로 바뀌어 차이와 반복의 형식이 두드러집니다. 두 이야기의 겹침과 치과의사와 젊은 스님 사크다의 대화 그리고 복도에서 의사와 환자의 대화에서 전생과 현생에 대한 윤회가 영화 속에서 자신의 과거사를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고받습니다. 업보와 윤회는 태국의 불교적 분위기를 담은 아피찻퐁의 영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는데 카메라는 움직임으로 석불 풍경을 포착하고 불교적 분위기와 전생과 현생의 도도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60위에 랭크된 징후와 세기의 전반부와 후반부는 서로 겹쳐진 데칼코마니 구조를 보이지만 불교 영화적으로 보면 전생과 후생이라는 윤회의 서사에 가까운데 전반부와 후반부는 차이와 반복을 통한 윤회의 서사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전반부에 시골 병원의 여의사가 면접을 보면서 질문을 하는데 답을 하는 남자가 클로즈업으로 등장하고 후반부는 반대로 질문하는 여의사가 클로즈업으로 프레임에 등장해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응시자는 스크린 밖의 소리로 대답하는 등 클로즈업과 오프 스크린 사운드는 반복되지만 질문하는 자와 대답하는 이를 프레임에 넣는 것은 서로 뒤 바뀌어 차이가 생깁니다. 여의사 테이는 정원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로부터 ‘사랑에 빠진 적 있느냐’는 직설적인 질문과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라는 항변에 가까운 애정 고백을 받습니다. 하지만 테이는 웃으면서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인 눔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 여성은 다른 남자를 떠올리면서 감정이 빗나갑니다. 야생난으로 인해 테이와 눔은 만나게 되고 서로 인연이 이어집니다. 테이는 눔의 농장으로 찾아가고 그의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눔에 대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데 눔은 테이에게 ‘당신이 누군가를 몰래 좋아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대해 변죽을 울립니다.
노스님이 진료실에서 테이와 다른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전반부와 후반부에 두 번 등장해 겹쳐지는데 전반부에서 노스님은 테이에게 불면증을 호소하는데 노스님은 꿈에서 닭 떼들로 인해 고통을 받습니다. 이는 유년 시절에 닭다리를 부러뜨렸던 과오로 인해 꿈에 나타난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합니다.어린 시절 닭에게 자행했던 악행이 현생에 꿈을 통해 귀환하여 과보를 받는 것으로 스님은 흥미롭게도 닭다리를 부러뜨린 악행에 걸맞게 무릎 관절이 아프다고 합니다. 테이는 가금류를 많이 섭취해 요산으로 인해 관절이 아픈 것으로 과학적 진단을 하지만 스님은 유년시절의 업보로 인해 노년에 관절이 아픈 것으로 확신합니다. 후반부에서는 스님이 정면으로 의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스님은 닭으로 인해 불면을 호소하는 반복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의사는 가금류의 과다 섭취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많아졌다고 진단합니다. 가금류의 섭취는 살생과 연관돼 공황장애라는 병을 얻게 된 업보의 반복으로 아피찻퐁은 일상적 삶과 우주적 신비를 아우르는 환상과 현실의 영토 확장을 꾀합니다.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에서 60위를 차지한 영화 징후와 세기였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