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크로넨버그,비고 모텐슨이 그려낸 폭력에 대한 상상을 유발하는 성인 동화/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59】 폭력의 역사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59위에 선정된 영화 폭력의 역사는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익숙한 소재를 삼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소도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건실한 소시민 톰 스탈의 가게에 두 사내가 방문해 사람들을 위협하고 여점원을 강간하려 하자 톰 스탈은 두 사내를 죽입니다. 미디어 영웅으로 떠오른 톰 스탈에게 필라델피아의 갱스터 포가티가 찾아와 톰을 조이 쿠삭이라고 부르며 그의 가족을 위협하자 톰은 포가티 일행도 살해해 버립니다. 톰의 가족은 그제야 톰의 본명이 조이 쿠삭이며 오래전 잔혹한 갱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얼마 뒤 톰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그의 형 리치로부터 전화를 받고, 범죄조직 두목인 형의 저택을 찾아가지만 형이 자신을 죽이려 하자 모두를 살해하고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영화 폭력의 역사는 다른 것으로 변형되기를 완강하게 저항하며 그 안에서 온전하게 버텨내려는 의지가 작용하는 것으로 비추집니다.영화 트랜스퍼(1966),미래의 범죄(1970),스캐너스(1981),데드존(1983),플라이(1988),네이키드 런치(1991),M.버터플라이(1994),크래쉬(1998),스파이더(2005),이스턴 프라미스(2008),코스모폴리스(2013),맵투더 스타(2014)등을 연출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작품으로 주연배우들로는 톰 스톨 역에 비고 모텐슨,에디 스톨 역에 마리아 벨로,리치 쿠삭 역에 윌리암 허트,잭 스톨 역에 애쉬튼 홈즈,에드 해리스,피터 맥닐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폭력의 역사 시놉시스는 가정적이고 친절한 남자 ‘톰’(비고 모텐슨 분)은 어느 날 자신의 가게에 들이닥친 강도를 죽이고 사람을 구한 일로 마을의 영웅이 되어 매스컴에 대서특필된다. 그러나 며칠 후, 거대 갱단의 두목 포가티(에드 해리스 분)가 찾아와 그가 ‘톰’이 아닌 자신의 적 ‘킬러 조이’라며 가족을 위협한다. 아내 ‘에디’(마리아 벨로 분)와 아이들 역시 ‘톰’에게서 문득문득 보이는 ‘조이’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점점 그를 멀리하고 마침내 ‘포가티’는 ‘톰’의 집에 총을 들고 들이 닥치는데…
영화 폭력의 역사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2005년 작품으로 감독의 대표작이자, 최고작으로 평가받는데 영화 폭력의 역사를 분기점으로 예전의 기괴하고 광기 돋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리얼한 스토리를 덤덤하게 다루는 분위기로 바뀌었는데 하지만 이런 스타일로 만든 영화들이 평가가 장난이 아니고 작품은 명작, 감독은 거장 소리를 듣게 됩니다.카예뒤 시네마 올해의 영화 2위, 필름 코멘트 선정 2000년대 영화 베스트 100 7위,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59위로 선정되었으며, 북미, 유럽 평단 모두 좋은 평가로 지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OST는 하워드 쇼어가 맡았습니다. 영화 폭력의 역사는 DC 코믹스 성인물 담당 부서인 버티고에서 출판한 동명의 그래픽 노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이 그래픽 노블의 스토리 작가는 저지 드레드로 유명한 '존 와그너'이며, 작화가는 데스메탈 밴드 카니발 콥스의 앨범 전담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만화가 빈센트 로크였습니다.또한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을 맡았던 비고 모텐슨이 주연을 맡았으며 영화 제목 폭력의 역사는 폭력에 관한 역사라는 의미도 되지만, 전과 기록, 폭력적인 인류의 역사, 미국의 역사 등 다층적인 의미를 포괄적으로 함의하고 있으며 주인공 톰과 아들의 가족력이 있는 폭력의 의미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폭력의 역사는 범죄 영화를 떠올리기 쉬운 설정과 스토리지만, 진짜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가족'이라는 문제인데 원래 킬러였다는 진실이 밝혀진 뒤의 아내의 두려움과 아들의 거부감 등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가족이라는 핏줄의 울타리 안에서 인간의 '폭력'이 어떻게 계승되며 삶을 잠식하고 파탄시키는지 보여주는데 특히 주인공의 소심하고 착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발현하는 폭력성은 그 폭력의 계승을 상징합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는 수상한 인물들이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일상에 난입하면서 시작되는데 두 명의 강도가 톰 스톨의 조그만 음식점에 침입,스톨은 단번에 강도 둘을 해치우고 유명인사가 되지만, 그것은 도리어 낯선 자들의 불길한 방문이 이어지는 계기가 됩니다.스톨이 악명 높은 마피아 조이 쿠삭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칼 포카티와 그의 부하들이 연이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스톨의 형은 대저택에 사는 기업 마피아로 정말 마피아 조이 쿠삭이 평범한 소시민 톰 스톨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수 밖에 없습니다. 폭력의 역사에는 사실적인 폭력 장면이 가득하지만 영화는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기도 한데 폭력으로 인한 신체의 훼손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영화의 마지막에는 기이할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저택이 등장합니다. 현실과 환상의 대표적 경계는 이미 영화의 도입부에 존재하는데 영화가 시작되면 작은 음식점을 주된 범행 대상으로 삼는 잔인한 두 명의 강도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작은 음식점에 침입하여 주인 부부뿐 아니라 그들의 어린 딸까지 잔인하게 살해하는데 이처럼 영화의 도입부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폭력을 정직하게 고발하지만, 이후 스톨이 형의 대저택을 한밤중에 방문할 때 신비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기는 저택은 영락없는 동화 속의 성의 모습이며 스톨과 그 아들도 동화의 주인공처럼 비밀스러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스톨의 아들은 어느 순간 놀라운 완력을 발휘하며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폭력의 역사는 폭력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습니다.스톨의 신체적 능력을 신비화하는 것에서 드러나듯 영화는 그저 중산층을 위한 성인용 동화에 불과하며 폭력의 잔혹성을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그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에 그럴듯한 사실감을 부여하려는 연출상의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59위에 랭크된 폭력의 역사 속 톰 스톨의 마피아 형의 대저택이 신비롭고 몽환적인 동화 속 성이라면 등장인물들은 스톨을 그 성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기도 한데 스톨을 위협했던 두 강도는 마치 왕자가 자신의 신분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동화 속 요정이며 포카티는 왕자를 성으로 모셔오기 위해 행차한 시종장 같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영화 폭력의 역사는 마피아 집안의 혈통을 재확인하는 이야기이자 왕자 스톨이 성으로 귀환하는 이야기며 동시에 마피아에 대한 동경과 지루한 일상에 대한 환멸이 결합되어 탄생한 잔혹 동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폭력의 역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기보다 그저 마피아의 혈통과 관련한 동화적 몽상을 펼쳐 놓는 데 만족하는데 우리들에게 흔히 알려진 동화는 억눌린 욕망과 실현되지 못한 소망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소시민이 기업적 마피아 출신으로 밝혀지는 이야기에는 신분상승의 뒤틀린 욕망과 남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일탈적 충동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비범한 혈통이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동화의 특징으로 영화 폭력의 역사는 혈통과 신분을 둘러싼 계급적 몽상이 얼마나 인기 있는 영화적 소재인지 잘 보여줍니다. 동시에 영화에는 마피아에 대한 유아적 동경이 녹아 있는데 거창한 제목과 달리 폭력의 역사는 중산층의 욕망과 공포를 유치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투영시킨 성인용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톰 스톨이라는 인물을 통해 중산층의 무기력한 일상이 폭력에 관한 자극적 상상을 유발하는, 우리가 한 번쯤 꿈꿔 본 매혹적 환상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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