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만 하시던 아버지 드라마 폐인이 된 까닭은?

바보상자라는 말이 있다.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 요샌 지하철이 같은 곳에서도 독서 하는 이들보다 핸폰으로 TV보는 이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예전에야 회사일 마치고 집에 와서 잠깐 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이제는 핸폰에 DMB TV를 달고 이동중에도 감상하니 진짜 바보상자라는 말이 딱 어울릴지도 모르겠다.아버지는 평생을 일과 집밖에 모르시며 살아오셨다.진짜 취미생활이라는 것도 모르시고 하루에 반갑피우시는 담배조차 어머니에게 맨날 끊으실는 핀잔을 받으시며 살아오시다 정년 퇴임이 후에는 놀기 심심하시다며 젊은이들도 꺼려한다는 3D 업종에서 또 몇년간을 그리 일하셨다.솔직히 자식된 도리로 연세드신 몸으로 고된 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만류해 보기도 했지만 아버지으 고집 아닌 고집을 꺽을 수는 없었다.결국 아버지의 고집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멈추게 하였다.병원과 요양원에서의 치료와 안정이 후 아버지는 집에 오시길 원하셨고 그렇게 집에 다시 오신 아버지는 마음이 편해지셨는지 더욱 상태가 좋아지셨다.좋아지시는 아버지의 상태에 걱정하던 자식들의 마음도 풀어져 일주일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아버지 집을 한달에 한두번 드나들게 되었다.그래서 였을까?

TV 프로그램이라면 뉴스만 보시고 잠을 청하셨던 아버지의 습관은 어느새 크게 변하고 말았다.아침 드라마 위험한 여자부터 요새 최고의 인기였던 뿌리깊은 나무,제목도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 드라마들을 모두 섭렵하고 게셨던 것이다.어눌한 발음으로 드라마의 주인공 성격이며 줄거리를 말하시는데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마음이 짠한 것이었다.어머니와 함께 쇼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시는 모습이참으로 어색한듯 낯설었지만 그 모습이 그리 싫어보이지 않는 풍경을 연출하였던 것이다.다음뷰의 그 어떤 TV,연예 베스트보다 더 드라마를 꿰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다가오는 설에 더욱 진화한 드라마 폐인이 되신,하지만 웬지 고마운 마음이 드는 아버지의 변화에 맞장구치기 위해서라도 드라마 몇편은 달달 외워가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