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주연 재난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실명 바이러스가 낳은 추악한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21세기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펜데믹 pandemic이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통 제한된 지역 안에서만 발병하는 유행병과는 달리 두 개 대륙 이상의 매우 넓은 지역에 걸쳐 발병하기 때문에 펜데믹을 선언했다는 자체가 세계적으로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Ensaio sobre a Cegueira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연출과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대니 글로버, 앨리스 브라가, 기무라 요시노 등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원작 자체가 강렬하기도 하지만 주제의식은 분명합니다. 바로 우리 사회에 법규와 각종 규범으로 묶여있는 인간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갑자기 시력을 상실하는, 불가항력의 재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멘붕의 세계로 떨어지고 맙니다. 눈이 멀자 수용소에 격리된 안과의사의 아내 줄리안 무어는 남편을 지켜주기 위해 일부러 실명한 척합니다. 안과의사의 아내 줄리안 무어는 기본적으로 우리 인간 본연의 선한 면을 상징하듯이 인간의 존귀함을 보호하고 지켜내려 애쓰고는 합니다.
영화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도시 전체에 퍼지는 원인불명의 실명 바이러스는 전염병처럼 도시와 사람들에게 삽시간에 퍼져버립니다. 카뮈의 페스트에서처럼, 불가항력의 재난은 인간성의 다양한 국면을 드러내는 우화적 장치로 십분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처음으로 눈이 멀어 수용소에 갇히는 인물들은 함께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며 도와가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체념하듯 인간성 상실은 인간의 내면에서 분출할 뿐 인간의 환경이 인간성 상실의 본연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비추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후반, 눈먼 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수용소에서 눈먼 자들끼리의 알력과 비인간적이며 매우 끔찍하고 잔인한 모습들이 보이면서 우리 내면의 모습을 거울 비추듯 비춰줍니다. 시력을 잃고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만 있는 수용소는 혼돈 그 자체로 빠져듭니다. 아무 곳에나 가득한 사람들의 용변과 그 위에서 뒹구는 사람들, 씻지 못하게 되어 점차 더러워져가는 노숙자 이상의 몰골들이지만 그 모습을 추악하게 바로 보는 것 역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일 뿐, 앞을 못 보게 된 이들은 그런 모습조차 개의치 않으며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옷을 벗고 다니고 용변은 아무 데서나 해결합니다. 또한 신뢰하지 못함으로써 불화와 갈등이 쌓이게도 됩니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의 기본적 생존 본능에 점령당한 인간 본성과 존엄성의 파괴를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수용소에 총을 반입한 한 남자가 총을 권력으로 삼아 식량을 자체 배급하겠다고 주장하고 총을 가진 그는 식량의 대가로 여자를 바치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여성들은 자원해서 식량을 얻기 위해 서슴없이 총을 가진 권력자에게 몸을 바칩니다. 총을 가진 남자는 단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권력을 쟁취했을 뿐이지만 우리 사회는 각종 추악한 이기심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보다 복마전 같은 세상을 직접 목격하고 있기에 눈먼 자들의 도시의 추악함조차 자연스럽게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앞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줄리안 무어는 할리우드의 흔한 공식처럼 영웅이 되어 앞에 나서지 않습니다. 단지 관망하며 사람들을 조용히 도와줄 뿐, 하지만 한 여성이 비참하게 살해당하자 줄리안 무어는 결국 총을 가진 남자를 죽이고 식량을 위해 몸을 바쳤던 한 여성이 수용소에 불을 질러 버립니다. 그렇게 수용소에 갇혀 지내던 눈먼 자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이미 세상은 무법천지, 앞을 볼 수 있던 단 한 명 줄리안 무어의 집에서 눈먼 이후 사람들은 인간다운 삶을 영유하며 살아가다 최초 발병자인 일본 남성을 시작으로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면서 혼돈은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는 발가락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아파하고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불편해합니다. 우리 신체에 불필요한 부분은 하나도 없지만 멀쩡할 때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추악한 우리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는 것 역시 우리 인간의 일부분이며 시력을 잃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법규와 사회질서가 파괴되고 혼돈이 도래하듯이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와 성찰 그리고 인간 사회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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