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남겨진 이들을 향한 위로/
설경구, 전도연 주연 영화 생일
영화 생일은 대한민국에서 연기하면 뒤지지 않을 연기파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가 만나 우리에게는 아픈 가시 같은 세월호 침몰 그 후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생일은 사랑하는 아들이 사라진 후 그 아들의 생일날이 극히 허무해진 한 가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014년 4월은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이 비통한 슬픔에 빠졌던 날이기도 합니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 유가족의 삶을 전도연과 설경구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처녀네 식당 (2000), 봄 (2002),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 (2017)등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 작품으로 정일 역에 설경구, 순남 역에 전도연, 예솔 역에 김보민, 수호 역에 윤찬영, 우찬 엄마 역에 김수진, 정숙 역에 이봉련, 은빈 역에 권소현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생일 시놉시스는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과 순남의 가족, 어김없이 올해도 아들의 생일이 돌아오고, 가족들의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가는데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 가족과 친구들은 함께 모여 서로가 간직했던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기로 하는데... 1년에 단 하루. 널 위해,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나는 날."영원히 널 잊지 않을게."
사실 감당할 수 없는 불행과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정일과 순남 부부 역시 우리들에게는 참사와도 같은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아들을 둔 유가족이었지만 남편과 아내가 각각의 슬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은 상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수억원의 보상금이 나온다 해도 금이야 옥이야 키워나가던,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웠던 아들의 생명과는 맞바꿀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순남은 경제적 곤궁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보상금 따위 받을 마음 따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치유되지 않은 슬픔으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며 멀쩡하게 잘 살다가도 그리운 아들 얼굴만 떠올리면 통곡의 시간을 보내는 천상 엄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정일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꺼리는 없는듯한 모습이지만 순남과 마찬가지로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슬픔의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내 순남과는 달리 정일의 표정에서는 크나큰 슬픔의 표정이 묻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랜 외국생활로 가족들과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 아내만큼 슬픔이 깊이가 얇아졌다는 정도의 차이일 뿐 그 역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도 외국에 나가지 못한 아들의 여권을 손에 쥐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아들과의 추억을 위해 아들 없는 생일날 또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아들을 추억하는 순남과 정일,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은 죽는 날까지 뼈에 사무친 그리움으로 남는다는 것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영화 생일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304명 개개인의 슬픔과 아픔을 한가족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온전히 304명의 희생자와 가족들의 비극과 치유의 상처로 고스란히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전이된다는 것입니다. 담담하게 세상 무너질듯한 슬픔을 다루며 더욱 깊은 여운과 아픔을 남겨준 영화 생일, 우리들이 정녕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따스하게 보듬어주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생일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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