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악몽惡夢이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주의로 발현發現되어 또 다른 세상을 만들다/
에이리언의 창조주 H.R. 기거
악몽을 꾸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어느 날 자신이 꾼 악몽들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그 그림들을 보고 아이를 정신병원이 아닌 미술학교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이후 '에일리언'을 창조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Hans Rudolf "Ruedi" Giger. H. R. 기거입니다.
최강의 우주적인 생명체 에이리언을 창조해낸 에이리언의 아버지 H.R. 기거(1940년 2월 5일, 스위스 - 2014년 5월 12일),내면적 공포와 기괴함, 그로테스크, 판타지, 몽환적인 세계관, 리얼리즘, 바이오 메커니즘 등 이 모든 단어는 H.R. 기거를 이해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단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79년도 작품 에이리언의 괴생명체의 진정한 창조자인 H.R. 기거(Hans Rudolf "Ruedi" Giger:1940-2014)는 스위스 태생의 화가로 환상 회화의 대가로 불리는데 유년기 시절 악몽들이 결국 현실 속에 발현되면서 H.R. 기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완성되기에 이릅니다. H.R. 기거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의 악몽뿐 아니라 러브크래프트, 프란츠 카프카, 프로이트의 심리학 등에 영향을 받았으며 약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사람의 두개골이나 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여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서 여성 앞에만 서면 소극적으로 변하는 성격이었으며 애인이었던 스위스 여배우는 자살, 첫 결혼도 반년 만에 파경을 맞이하게 됩니다. H.R. 기거의 작품들은 소위 약 빤듯한 느낌이 강한데 여성의 누드가 해골, 악마, 기계 등과 합쳐진 듯한 기괴하면서 구토 유발의 모습이 주를 이룹니다.
기거테스크,바이오메카니즘이라 불리는 H.R. 기거의 작품들은 문명사회의 잔혹함을 추상화한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H.R. 기거의 독특하면서 공포스러운 디자인은 훗날 리들리 스콧의 SF 영화 에이리언의 원조가 되기도 합니다. H.R. 기거의 기법은 기존 초현실주의 화풍 외에도 히엘로니무스 보스 같은 서양 중세의 환상 회화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네크로미콘 시리즈 같은 작품들 일부는 중세 회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영화 듄의 디자인을 맡기도 하는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당시 샤덤 4세 역으로 캐스팅되어 있었는데 조드로프스키에게 재능 있는 신인이라며 기거를 추천하여 영화업계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조드로프스키의 영화 듄이 제작 취소되자 다크 스타 등의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하고 영화 듄에서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더글라스 트럼블을 제치고 특수효과 담당이 된 댄 오배넌이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에일리언의 디자인으로 기거의 네크로노미콘 IV를 추천하면서 에일리언의 디자이너로 발탁되게 됩니다.
H.R. 기거는 이후 영화 스피시즈의 디자인을 그려냈으며 ELP의 Brain Salad Surgery, 블론디의 보컬리스트 뎁 해리의 koo koo,데드케네디스의 Frankenchrist(특히 이 앨범 커버는 Landscape XX이라는 악명 높은 아트워크가 수록되어 있는데 데드 케네디스는 이 그림 때문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을 팔고 있다고 고소를 당하면서 자신들이 세운 음반 레이블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힘겨운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습니다. 다행히 무죄판결을 받기는 합니다), 콘의 보컬 조너선 데이비스의 마이크와 히데의 앨범 Hide your face 등 많은 음악 앨범의 표지를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게임 쪽에서도 어둠의 씨앗 Dark seed 콘셉트 디자이너로 활동했는데 원래 제작진 쪽에서 사양 타협으로 저해상도로 시안을 기거에게 제시하지만 기거가 원화를 시궁창에 버릴 셈이냐며 화를 내는 바람에 제작진 쪽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해상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합니다. 2011년에는 에일리언 세계관과 연관 있는 리들리 스콧의 영화 프로메테우스 디자이너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H.R. 기거는 영화 듄과 에일리언 시리즈,스피시스 시리즈, Tokyo: The Last Megalopolis(크리쳐 디자인), 프로메테우스 등에 참여하는데 에일리언 시리즈의 경우 에일리언 1편과 3편에만 참여하며 2편 제작 당시 제임스 카메론은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 기거를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4편의 경우 3편 제작 당시 자신의 아이디어들이 많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작진과 불화를 겪은 경험이 있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에이리언의 진정한 창조주이자 아버지였던 그로테스크의 제왕 H.R. 기거는 안타깝게도 2014년 만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집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후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맙니다. H.R. 기거는 다크 아트 장르에서 폴란드의 초현실주의 거장 지슬라브 백신스키와 더불어 양대 산맥을 이루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입니다. H.R. 기거가 창조해낸 에이리언의 제노모프는 그 자신이 유년기 시절의 악몽에서 현실세계로 끄집어낸 괴물입니다. 우주의 괴물로 우리들에게는 알려져 있지만 우리 인간들 가장 깊은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어둠을 H.R. 기거는 묻어두거나 파괴하지 않은 채 일생을 괴물의 민낯을 대면하며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더럽고 추잡하며 기괴한 것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우리들은 어쩌면 H.R. 기거가 그려나간 세계를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악몽으로 만난 세계와 괴물이 현실세계에서 이미지화되어 우리에게 선사한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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