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 후,절망의 차가운 여정 속 아버지와 아들이 품은 불꽃/
코맥 매카시 원작 생존재앙영화 더 로드
세기말 인류멸망 후 지구에서 살아남은 부자의 생존을 다룬 영화 더 로드는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고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4대 미국 소설가 중 한 명인 코맥 매카시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매카시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더 로드는 인류가 멸종한 상황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절망적인 여정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비고 모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엇, 로버트 듀발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코맥 맥카시의 소설 더 로드는 2006년 9월 발표된 작품으로 인류의 문명이 무너진 근미래의 지구에서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먹을 식량이 극도로 부족한 세상에서 식인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 사냥꾼들과 맞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여정을 주된 줄거리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의 원작자이기도 한 코맥 매카시의 소설 더 로드는 미국 현지에서만 180만 부 이상이 판매를 기록했으며 2008년 6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를 통해 지난 25년 동안 가장 뛰어난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더 로드에서 보여주는 세기말적이면서 황폐화된 지구의 모습들은 할리우드 CG 기술력의 총아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팀들은 펜실베니아의 폐쇄된 탄광, 모래 언덕 그리고 피츠버그의 황폐화된 구역들의 풍부한 영화적 환경 때문에 주요 촬영지로 선택되었으며 타이틀에 걸맞게 펜실베니아의 버려진 고속도로에서 많은 촬영이 이루어졌으며 촬영지인 펜실베니아는 가을에는 색의 변화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겨울이 되면 굉장히 황폐한 느낌이 나는 곳으로 CG가 필요 없을 정도의 화면을 담을 수 있는 곳이라 합니다. 더 로드 제작진은 더욱 사실적이고 충격적인 화면을 위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의 쇼핑몰과 오리건,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미국 전역을 돌며 촬영을 진행했으며 티저 예고편에 살짝 등장하는 거대한 두척의 선박이 고속도로 한복판에 올라와 있는 특수효과와도 같은 장면 역시 카트리나 재해 지역에서 실제 촬영된 모습이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처절한 생존을 향한 여정을 다룬 영화 더 로드는 일반적인 지구 멸망의 순간이나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들의 의지를 재탕, 삼탕 다루지 않고 필연적으로 멸망의 수순을 밟아버리는 잿더미로 변해버린 2019년 지구의 모습(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을 보고 있자면 인류의 멸망이 마냥 비현실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과 극소수의 인류만이 살아남은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마지막 가슴속에 살아있는 불꽃같은 희망을 찾아 향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절망적이면서 차디찬 여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 프로퍼지션(2005),로우리스:나쁜 영웅들(2012),트리블9(2016) 등을 연출한 존 힐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주연배우들로는 반지의 제왕의 비고 모텐슨이 아버지 역으로 코디 스밋 맥피가 아들 역,영화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이 아내 역,로버트 듀발(노인 역),가이 피어스(베테랑 역)등이 인류 멸망이라는 주제로 수없이 제작된 획일화된 재앙 영화와는 다른, 인류 멸망 이후의 절망적인 상황을 살아야 하는지, 죽어야 하는지도 모호한 절망적이면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전율스러운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아들과 함께 재로 뒤덮이고 해와 달을 볼 수 없는 지구를 여행하는,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 호사스러운 아버지와 아들의 차가운 여정에는 나무도 동물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멸종의 시대에 아내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던 남자는 결국 아내를 떠나보내고 아내의 유언에 따라 춥고 삭막한 곳이 아닌 따뜻한 남쪽을 향해 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린 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정은 낭만적일 수 없어서 식량이 부족한 세상에 식인의 습성만이 유일한 생존의 조건이 된 지 오래이며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키거나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여정이 가장 슬플 수밖에 없던 것은 아버지가 자신이 세상에 없을 때 아직 어린 아들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 생존의 조건들을 아들에게 훈육하는 장면들입니다.
영화 더 로드는 지구가 멸망이 후 인류의 생존 자체가 힘들게 되고 식량 자체가 생산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내(샤를리즈 테론 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은 지극히 이해와 공감이 가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 비고 모텐슨은 아들 코디 스밋 맥피를 데리고 끊임없이 이동하고 이동합니다. 우연히 통조림 가득한 지하창고를 발견하며 모처럼 포식을 하기도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조그마한 그림자의 부스러기라도 만나면 황급히 이동하며 아쉬워하는 아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기도 합니다. 끝내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따뜻한 남쪽으로 오지만 식인족들에게서 도망치다 당한 화살을 맞은 부상으로 인한 병을 이기지 못하고 영화 제목이기도 한 길(the Road) 위에서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숨을 거둡니다. 아버지를 잃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한 슬픔을 간직한 소년은 자신과 아버지를 쫓아온 한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의 가족들, 애완견과 두 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다시 길을 떠납니다. 영화 더 로드에서 아버지는 자신이 떠난 이후로도 아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가장 소중한 선물을 줍니다. 아버지가 람보가 아닌 이상 생존기술로 무술을 가르쳐주지는 못했지만 살아남은 아들에게 착한 이들과 나쁜 이들을 분별하기 위한 심미안은 바로 죽은 아버지의 유산이었으며 사람까지 잡아먹는 태양이 비추지 않는 지옥 같은 지구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더 로드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재미를 보장하진 않지만 생존과 재난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영화이기에 재난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해드리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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