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죽음보다 더 처절하게 살해당한 천재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의 비극/
레이첼 와이즈 주연 스페인 영화 아고라
아고라 Agora,광장이라는 뜻과 함께 쓰이는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시장 및 대중 집회 공간이었습니다. 요새는 인터넷의 토론 공간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두 명의 여성이 저를 비통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21세기에 한국 정치를 19세기로 역류시킨 불통과 샤머니즘 정치의 박근혜이며 또 한 여성은 기원후 355년경에 태어나서 시대를 통찰하고 앞서 나갔던 위대한 여성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히파티아 Hypatia의 안타깝고 처절한 죽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흔치 않은 스페인 영화 아고라의 주인공이기도 한 히파티아의 이야기가 녹아나 있는 영화 아고라는 천재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며 철학자였던 히파티아(레이첼 와이즈 분)는 로마제국이 최후를 맞이하는 격동과 격변의 시기에 신이란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망으로 가득 찬 이들의 야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녀는 오직 진리와 진실만을 위해 세상과 맞서 싸웁니다.미모와 지성을 겸비해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세기의 여인이었지만 오로지 신념 하나만을 의지하여 세상이라는 풍파 속을 헤쳐나가야 했던 히파티아, 그런 스승 히파티아를 향한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오레스테스(오스카 아이삭 분)의 잘못된 선택, 노예의 신분으로 히파티아를 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는 운명 앞에 신을 택했던 다보스(맥스 밍겔라 분)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을 전쟁으로 몰아넣는 주교 시릴은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히파티아를 처단하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데, 영화 아고라는 세상에서 진리와 진실이라는 순수한 학구열에 불타는 히파티아의 열정을 정치적인 광기와 종교적인 광기가 합쳐져 히파티아를 어떻게 살해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물론 영화상에선 어느 정도 아름답게 미화시키지만 말입니다)
415년에 죽음을 맞는 히파티아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결혼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청혼 속에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을 향한 모든 청혼들을 거절하며 자신은 진리와 결혼하였다고 외치는데 영화 아고라에서처럼 제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히파티아를 흠모했지만 살아생전 히파티아가 생각한 연애와 결혼에 관한 것들은 지금 들어도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와 정신주의의 면모들이 엿보여집니다.실제로 제자 한 사람이 자신의 불타는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하자 히파티아는 여성 몸의 물질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생리대를 그에게 보여주며 나무랐으며 수많은 남성들의 청혼이 이어지자 "나는 진리와 결혼했다"는 선언을 하며 죽을 때까지 독신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젊은이여, 이것(생리대)이 그대가 사랑하는 것의 본모습이라네. 그러나 자네는 (외모가 아닌) 아름다움 그 자체를 사랑하지는 않지.
알렉산드리아,히파티아에게 있어 알렉산드리아는 학문의 모태와도 같은 곳이었으며 당시의 알렉산드리아는 그녀뿐 아니라 세계적인 학문의 중심지였고 서로의 학문을 나누기 위해서 모든 문명국으로부터 학자들이 모여드는 세계의 중심부였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대학 수학과의 저명한 교수였던 테온의 딸로서 히파티아는 이런 학문의 자극적이고 도전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예술, 문학 , 자연과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균형 잡힌 교육을 받았으며 당시 수학은 어떤 행성에 태어난 한 개인의 자취 같은 불명료한 문제를 계산하는데 주로 이용되었는데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한 인간이 어느 날 정확히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고 합니다.이렇듯 히파티아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뮤지엄(Museum)이라는 연구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하면서 학습, 질문, 탐구의 분위기에 자연스레 둘러 싸여 진리를 향한 끝없는 여정 속으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우리가 뽑은 박근혜가 유년 및 청소년기를 죽음과 사이비 종교에 둘러싸여 제대로 된 정신세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 것과 대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딸이란 후광 하나만으로 51%의 국민은 대통령으로 박근혜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촛불 혁명의 이름으로 대통령은 탄핵되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손으로 다시 감방 속에 갇히게 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마치 신라의 골품제처럼 능력이나 인성 등은 제외되고 오로지 대통령의 핏줄이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뽑힙니다.핏줄이 중요한 것은 히파티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만 그녀는 스스로 학문 및 진리와 결혼했다고 할 만큼 스스로를 올바른 길로 인도합니다. 그런 히파티아 역시 제명에 죽지 못하고 살해당하고 맙니다. 영화에서는 스승을 사랑했던 다보스에 의해 숨통이 끊기지만 실제 역사에서 그녀의 죽음은 예수 그리스도 이상의 처절하고 잔혹한 죽음이었다고 전해집니다.여러 기록들에 묘사되어 있는 히파티아의 죽음은 참혹하면서 처절한 죽음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기독교 사상이라는 족쇄에 갇혀 이교도이자 마녀로 살해당한 히파티아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후세에 이루어지지만 분명한 것은 히파티아의 죽음이 종교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보면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듯 기독교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히파티아의 죽음으로 바라본 기독교는 철저하게 가해자의 편에 서있다는 것입니다.비참하게 죽어간 히파티아에 대한 기록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보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히파티아 죽음에 대한 기록은 유사합니다.
415년 어느 날,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도교 광신도들이 길을 지나던 그녀의 마차로 달려들어 그녀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발가벗긴 채 성소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칼날처럼 예리하게 깎은 굴 껍데기로 그녀를 고문한 뒤 산 채로 불태워버렸다"
/프랑스 소설가 드니 게디의 "히파티아의 죽음" 중
발가벗겨지고, 조개껍데기와 같은 날카로운 것에 온몸이 난자된 뒤, 불에 태워졌다
히파티아의 죽음 이후, 그녀의 저서들과 기록들은 대부분 불태워져 현재까지는 거의 남아있는 것이 없으며, 대부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정리된 것들입니다. 왜 기독교 광신도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될 만큼 그녀 히파티아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으며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히파티아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영화 아고라에서 묘사하는 것들과 단편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들뿐인데 히파티아는 여성 최초로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신 플라톤주의의 대표적인 그리스계 여성 철학자이자 고대 그리스 수학의 정수를 익힌 최초의 여성 수학자이며 빼어난 미모와 더불어 뛰어난 지성 때문에 남성들의 시기와 질투,박해를 박고 죽임을 당한 첫 여성 순교자로 여성주의자들에게 경배받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플라톤의 정신과 아프로디테의 미모를 간직한 채 처참하게 살해당한 비극의 주인공으로 그녀는 수많은 문학가들의 상상을 자극하며 소설과 영화의 히로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지성과 미모라는 아름다움에 기대어 후세의 사람들이 임의로 가공해 놓은 이미지는 어쩌면 히파티아의 실체를 더욱 왜곡하여 신화와 현실 사이에 뒤엉케 있게 한 느낌 역시 부정할 수 없게 만듭니다. 예수가 메시아라는 이유만으로 권력가들의 위치를 불안하게 만들고 살해당한 것처럼 그녀가 진리라고 믿은 학문의 사상적 바탕이 기독교 세계관을 뿌리째 뒤흔드는 근간이 되고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히파티아는 마녀라는 이름으로 공개처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 듭니다.
무릇 모든 형식적이고 독단적인 종교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이어서 자존심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히파티아
종교에 기대지 않고 진리만을 탐구하던 삶을 살아가던 히파티아, 그녀의 삶 자체는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화와 인간의 삶 중간의 위치에 걸쳐져 있습니다. 히파티아의 인생이 신화의 영역에 들어선 최초의 출발점은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반고권 투쟁과 그 궤를 같이 하는데 종교적 갈등에서 빚어진 히파티아의 죽음을 희생과 순교적 죽음으로 받아들인 계몽주의자들은 그녀와 자신들의 삶을 동일시하였으며 아일랜드 사상가 존 톨런드의 역사 에세이에서 극명하게 잘 나타나기도 합니다. 19세기 실증 주의자들은 히파티아를 "종교에 대항하는 과학의 용감한 옹호자"로 찬양하였고 영국 역사가 찰스 킹슬리는"히파티아의 죽음과 함께 과학과 철학이 시들고 알렉산드리아의 지적인 풍토도 사라져 갔다"라고 표현하였으며 "히파티아의 살해는 철학에 치명타를 가했다"그리고 20세기의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 역시 "히파티아 사후 알렉산드리아는 더 이상 철학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히파티아의 죽음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이 종말을 고하였다 표현하는 것은 역사적 오류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히파티아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알렉산드리아의 신플라톤 철학은 더욱 꽃을 피웠으며 그녀 히파티아의 죽음을 표현한 소설, 미술 그리고 영화 등에도 역사적 오류는 존재합니다. 그녀의 죽음에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덧입히기 위해 마치 성모 마리아와 같은 형상을 덧칠했지만 그녀가 살해당할 무렵에(415년) 이미 예순이 다 된 노 철학자였다는 것이 팩트이며 또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히파티아를 자유연애를 구가했던 아주 개방적인 여성으로 상상한 것과는 달리, 실제의 히파티아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으며 특히, 그녀는 육체의 관능성과는 멀었다는 것이며 그녀는 플라톤적 정신주의의 계보를 잇는 신플라톤 철학에 깊이 몰입한 사상가이자 수학자였다는 것입니다.
네가 생각하는 권리를 비축하여라. 왜냐하면 틀리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스페인 영화 아고라는 바닐라 스카이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를 연출한 스페인 감독 알렉한드로 아메나바의 작품으로 2009년 칸느 비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지성의 상징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배경으로 그리스, 로마, 헬레니즘의 다신교와 유대교와 신흥종교로 떠오르던 기독교들 사이의 분쟁과 히파티아의 철학을 부분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영화 아고라에서는 주교 시릴의 음모에 의해 살해당하는 걸로 묘사되지만 위대했던 철학자 히파티아의 죽음에서 엿볼 수 있던 것은 단순히 이교도에 대한 기독교도들의 테러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광기와 종교적인 광기가 결합되고 기독교 내부의 분파 싸움이 낳은 정치적 음모의 결과물이 바로 여성 철학자인 히파티아의 죽음으로 표출됩니다. 히파티아는 당시 강력한 교권 주의자였던 대주교 키릴루스와 좀 더 온건한 기독교도였던 알렉산드리아 행정관 오레스테스의 대결에서 오레스테스와 좀 더 친분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키릴루스파는 히파티아가 연구하는 천체 등 그녀의 학문 자체를 ‘검은 마술’을 쓰는 마녀로 몰아가기 시작했고 이것은 기독교 신앙인들에게 먹혀들어가 히파티아의 철학을 사교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서기 412년 키릴로스가 알렉산드리아의 주교가 되었을 때 그녀를 조직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정적들을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죽이기 위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녀 혹은 빨갱이라는 덫에 씌워 죽이는 방법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주요 도구였으며 효과적인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키릴로스의 유일한 반대세력으로 보이는 오레스테스와 맺은 우정과 신뢰로 인하여 히파티아는 두 파벌 사이에서 정치적 보복을 위한 인질로 붙잡혔으며 키릴로스는 대중의 무지와 광기 사이에 불을 질렀고,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폭도를 구성하였으며 유대교회를 뒤엎고 행정장관의 지위와 권한을 대부분 장악하였습니다. 키릴로스의 지시를 받은 광신자 폭도들은 대학으로 강의하러 가는 히파티아를 도중에 마차에서 끌어내어 머리카락을 다 뽑고 고문을 하여 살해하였는데 그녀가 이렇게 비참하게 살해당하자 많은 학자들이 국외로 망명하였다고 합니다. 당대 최고 지성인이자 스승이었던 히파티아에 대한 살인은 고대 광명의 종말과 중세 암흑의 도래를 의미할 만큼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꼽히는데 그녀의 죽음과 더불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파괴는 사실상 수백 년을 이어온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의 종언을 의미하였으며 헬레니즘의 유산은 대부분 소실되었고, 기독교의 교리와 기독교적 사상에 반대되는 어떠한 사상 및 철학도 용납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듭니다.(그리고 수천 년 전의 히파티아 살해사건을 교훈으로 우리는 빨갱이라는 우리들만의 마녀사냥으로 얼마나 많은 군중들이 위정자들에게 이용당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히파티아는 이교도라는 미명 아래 살해당하였지만 진정한 의미의 이교도는 사실상 아니었는데 그녀의 제자 가운데 상당수는 기독교도였고, 히파티아 자신이 그리스 철학과 학문을 특별히 사랑하기는 했지만 그리스의 신앙까지 받아들인 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괴물에 의해 조종당한 광적인 기독교인들에 의해 히파티아는 마녀 취급을 받으며 날카로운 조개껍질로 온몸을 뜯기는 고통을 받고 살해당한 히파티아, 그녀를 묘사한 초상화나 그림에서 보듯 늘 하얀 로브를 입고 다니며,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무지한 일반인들이 삶의 진리를 깨닫도록 열띤 강의를 펼치는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또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지식인으로 여러 학습과 과학을 기호화했는데, 당시 초기 기독교도인은 이것을 이교 신앙과 같은 것으로 여겼다 하니 편협한 가치관과 종교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신론과 유신론이 더 이상 충돌하며 서로를 헐뜯고 시기하는 시대는 이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한데 서로의 가치관에 의해 존중되어야 할 삶이 종교의 유무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난자당하는 시대는 그녀가 살던 시대로부터 몇천 년을 지나왔지만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팽배해진 느낌인 것도 사실입니다. 과학은 철저히 유신론을 발가벗기고 헐뜯으며 모욕 줬으며 종교는 과학과 실증 주의를 이교라는 사슬로 묶어 버리고 죽음의 덫에 가둬 두었습니다. 종교는 종교 나름으로 그 존재 가치가 뚜렷하고 과학 역시 인간들에게 분명 필요한 삶의 가치를 제시했음에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헐뜯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히파티아처럼 종교적 맹신과 정치적 이합집산에 의해 매장당하고 살해당하는 이들은 만들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 보게 만들었던 비극의 철학자 히파티아와 영화 아고라의 짤막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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