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즈 테론, 우디 해럴슨 주연 영화 배틀인 시애틀/
잔혹한 폭력의 정의와 방관에 대하여
샤를리즈 테론,우디 해럴슨 주연 영화 배틀인 시애틀은 생각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2007년도 작품이고 해서 기억에 흐릿해진 감이 없지 않아 다시 찾아본 영화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사회의 부조리와 맞닿으면 정의란 무엇인가?를 말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에게 폭력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정신적, 육체적 폭력 앞에 무방비로 놓여있지만 그 무자비한 폭력의 실체는 쉽사리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학교폭력의 왕따나 교통사고처럼 불현듯 다가오고 그제야 폭력이라는 실체를 비로소 느끼고 반응하게 됩니다. 반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부류로 나누자면 폭력 앞에 저항하거나 혹은 무릎을 꿇고 순응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즉, 정의의 발현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 여겨지는 가학적인 폭력의 저항수단으로 파생되는 것이며 폭력은 대부분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물리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배틀인 시애틀은 바로 그 사회적인 집단 폭력의 하나인 WTO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회의가 열린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의 경찰과 시위대의 갈등과 대립 즉, 영화 제목처럼 시애틀의 싸움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튜어트 타운젠드(Stuart Townsend)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 배틀인 시애틀은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시위 양상과는 무척 다릅니다.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 자세는 공통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나키스트들이 WTO가 지닌 악용 사례와 비리, 단점들을 고발하며 WTO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며 자신들이 가진 생각을 표현할 때 이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또 다른 이들에게는 거대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 되고 그 도전을 막기 위해서 물리적인 폭력과 파워가 발동되기 시작하면 서로 맞물려서 상대도 그 힘에 맞서거나 힘이 부족할 때는 유혈사태 등이 벌어지거나 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져가기도 합니다.
그럼, 폭력이란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 잠시 짚어보고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폭력은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도 존재합니다. 그럼 과거의 폭력은 어떠했을까요? 과거에는 노예, 노비제도가 존재하여 노예들이 주인들에게 억압받으며 행해지는 폭력들은 사회적인 암묵적 동의가 내려진 것이기 때문에 노예나 노비들이 비롯 그 폭력이 부당하다 여겨진다 해도 그 행위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도리어 자신들이 당하는 폭력이 당연하다거나 그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옮다고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기에 분노와 증오심을 갖고 있어도 겉으로 표출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노예 주인은 자신이 노예에게 가하는 폭력을 당연시 여겼을 것이고 효율적인 통제의 수단으로 폭력을 더욱 선호하였을 것이며 폭력이란 결국 두 부류(힘을 가진 자와 그 힘에 맞서는 자)가 갖는 상반된 입장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힘을 태생적인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은 사는 우리에게 폭력은 어떠한 것들입니까? 노예에게 가하는 주인의 폭력이 과연 정당하다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과거에 사회적으로 침묵하고 암묵적 동의에 의해 행해지던 폭력들은 파괴되고 지워져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합니다. 여성을 향한 남자들만의 과거의 잣대를 기준으로 한 차별적인 시선과 편견 역시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만의 그릇된 시선이라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가장 근본적인 폭력의 씨앗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영화영화 배틀인 시애틀 이야기를 해보자면, 영화는 시애틀에서 일어난 폭력사태 즉 WTO 회의의 부당함에 오류를 지적하고 표현하려고 맞서는 시위대와 공권력의 충돌을 다루고 있으며 실제 사건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하며 접근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들 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며 사실 우리는 어느샌가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에 무감해졌을 뿐 끊임없이 옮바르지 않은 행위에 대해 주장하는 이들과 그 주장을 묵살하고 폭력으로 대처하는 세력들을 영화 배틀인 시애틀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WTO는 신자유무역주의라는 자신들만의 그럴듯한 이론과 신념으로 무장했지만 결국 돈의 가치와 힘의 논리만을 앞세운 일상화된 폭력의 하수인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그 어떤 옮고 바른 신념의 주장이나 표현도 거짓이 되고 쓰레기가 되고 말 것이며 좀 더 강한 폭력으로 압살 할 뿐입니다.
데블스 애드버킷, 몬스터로 너무나 유명한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우디 해럴슨. 레이 리 요타. 제니퍼 카펜터.채닝 테이텀 등 할리우드 개성파 배우들이 열연하지만 영화 배틀인 시애틀은 처음부터 끝까지 찻잔 속의 고요한 태풍과도 같은 시선을 유지하며 끝을 맺습니다. 물론 공정한 시선을 간직하기란 매우 쉽지 않습니다. 시위대와 경찰, 시장 간의 갈등을 냉정한 시선으로 유지하다가 시위대의 시위가 표면화되고 본격화되면서 이런 시선은 몹시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중심은 시위대와 그것을 막으려는 경찰들 간의 물리적인 충돌이지만 도리어 그 희생자는 경찰관의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귀가하던 그녀가 경찰관에게 당한 폭력으로 인해 유산을 당한 일들, 우리 사회가 겪은 격동의 60년, 70년대에는 더욱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배틀인 시애틀의 폭력은 조금은 심심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이나 그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뿐 아니라 방관자조차도 일상적인 폭력의 아래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권력과 자본은 결코 이 손쉽고 매력적인 통제 수단인 폭력을 버릴 수 없는 것이며 노예라는 공식적인 단어가 사라졌다고는 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을 로마시대의 스파르타쿠스와 같은 노예로 만들려고 할 것이며 저항하고 투쟁하는 세상 모든 이들이 스파르타쿠스나 만적처럼 죽음으로 사라진다 해도 그들은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와 인간적인 권리를 세상에 외치며 그 작은 외침들이 부메랑이 되어 거대한 폭력에 맞선 자양분이 되었던 것이지만 침묵과 동조, 포기를 한다면 백 년간의 자유는 다시 오천 년의 노예 상태로 회귀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선택하고 투쟁하여 얻은 자유일지라도 다시 그것을 망각하고 포기해버린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어렵게 쟁취한 모든 것들을 빼앗아 가버릴 테니까요. 자유라는 이름의 권리는 폭력 앞에서는 깃털 하나보다 가볍고 의미 없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몫을 망각하고 거절하며 포기해버린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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