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연출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넘어 야생과 문명의 경계의 자유속에서/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52】열대병
영화 열대병은 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느 경쟁부문에 올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52위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매우 독창적인 실험영화이기도 한 열대병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화 창문(1999),정오의 낯선 물체(2000),친애하는 당신(2001),비밀요원 철고양이의 모험(2003),아시아의 유령(2006),징후와 세기(2006),우리 어머니의 정원(2007),인권에 관한 이야기(2008),분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2009),몬순(2011),메콩 호텔(2014),찬란함의 무덤(2015),블루(2018),메모리아(2020) 등을 연출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 작품으로 출연배우들로는 반롭 롬노이, 삭다 카에부아디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열대병 시놉시스는 전반부는 군인인 켕이 휴가를 나와 친구인 통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군대로 복귀한 켕이 가축들을 잡아가는 정체 모를 괴물이 정글에 산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괴물을 찾아 나서는 내용으로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에 여러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신통력을 지닌 무당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느리다. 쫓다 지쳐 정글에서 몸을 씻고 불을 피우고, 마치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자신을 단련하며 추적을 계속한다. 그렇게 맹수를 쫓던 그는 드디어 그 실체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영화 열대병을 연출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타이 영화계에서도 극단적 독립영화 제작 방식을 취하는데 시카고예술학교를 수료한 뒤 타이로 돌아왔지만, 마이클 스노와 폴 샤리츠 등 실험영화감독들의 작품에 흠뻑 빠져들었던 만큼 기존의 타이 영화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 낭낙(1999),잔다라(2001) 등을 만들어 타이 영화계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과 그로부터 배출된 낭낙 시나리오를 쓴 검은 호랑이의 눈물 (2000), 시티즌 독(2004)의 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 같은 타이 대중 상업영화 계보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또한 몬락 트랜지스터(2001)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고 아사노 다다노부와 강혜정을 캐스팅해 보이지 않는 물결(2005)을 만든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과 비교해도 그 위치는 한참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주로 실험적인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킥더머신이라는 독립 영화사를 설립하고 진정한 독립영화를 만드는 몇 안 되는 타이 감독 중 한 명으로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타이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은 첫 번째 장편영화이자 다큐멘터리였던 정오의 낯선 물체에서부터 이미 시작됐는데 이전 단편영화를 만들던 때부터 타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민담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취해 왔기 때문에 타이의 번잡한 도심이 아니라 종종 시골 혹은 정글로 카메라를 가져갔습니다. 영화 열대병에서도 정글은 신비로울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곳이기도 한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 속 정글은 철저히 현대의 타이로부터 멀리 나아가는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영화 열대병이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52위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을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였는데 영화 친애하는 당신은 편집부가 뽑은 그해 3위의 영화였으며 2년 뒤 열대병은 1위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이때부터 실험적 스타일,초월적인 롱테이크, 마술적 무드 등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를 묘사하는 수식어가 되는데 기존 아시아영화의 선배들인 허우샤오시엔과 차이밍량, 그리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이 서방 세계에 주목받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기도 합니다. 비평가와 기자들은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기이하게 타이의 토속 민담과 결합된, 여태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그 스타일에 매력을 표하기도 했고, 한편으로 지나친 예술가적 자의식의 과잉이라며 비판하기도 하는데 영화 열대병의 경우 칸영화제 스크린 데일리는 “좋은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만 온통 깜깜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라고 빈정 거리기도 했습니다. 영화 열대병이 보여주는 느림의 미학은 사실 일반적인 의미의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데 영화는 종종 멈춰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며 그 고요한 시간은 무한정 지속되는데 또다른 그의 영화 친애하는 당신의 경우 영화가 시작한 지 거의 1시간이 다 돼서야 영화 제목이 뜰 정도로, 그 여백과 정적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영화 열대병을 비롯한 그의 영화들은 전혀 다른 개념과 발상으로 완성된 영화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문명과 야생의 세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그의 실험적 스타일에는 마치 영화 역사의 시작을 접하는 것 같은 근원적인 에너지가 살아 숨 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 열대병은 원초적인 초록’의 감각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정글속의 영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데 그 정글 속에선 일말의 가식이나 인위적인 에너지도 없으며, 예상 가능한 규칙적 움직임도 없습니다. 무의미한 장면들의 연속인데 묘한 감흥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영화 열대병은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영화 세계, 그리고 자동기술법처럼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가 집약돼 있는 작품으로 후반부에 이르러 주인공이 정글로 들어가면서는, 거의 무성영화 스타일의 판타지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영화 열대병이 영국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 중 52위에 선정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2004년 상파울루국제영화제 비평가상, 2004년 도쿄 필름엑스 영화제 그랑프리 등을 수상했으며 영화 열대병과 유사한 영화를 꼽으라면 호르몬 이상으로 온몸이 털투성이가 된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 분)는 자연으로 돌아가 자아를 되찾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데 짝을 찾기 위해 문명사회로 돌아온 라일라는 문명 신봉자인 과학자 나단(팀 로빈스 분)과 사랑에 빠지는데, 나단은 우연히 숲 속에서 유인원 인간 퍼프(리스 이판 분)를 만나 인간으로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 휴먼 네이처(2001, 미셸 공드리)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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