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세방울로 찾아나서는 나를 찾아떠나는 여행
오랜만에 시크릿 가든이 후 좋은 작품의 드라마를 시청하였고 49일의 여정은 끝이 났다.드라마는 신지현(남규리 분)이 자신의 코마 상태이후 스케줄러(정일우)를 만나 49일동안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눈물 세방울을 목걸이에 받으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는 단순,흔한 스토리 였지만 그 여정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슴 묵직한 생각의 고리를 만들며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지배하였다.역으로 만일 당신에게 신지현과 비슷한 상황이 왔다면 나를 위해 눈물 세방울 흘러줄 이가 있는가라는 자기 반성과도 같은 물음,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물,콧물을 자극하던 최루성 드라마였음에도 결국 드라마의 결말이 우리 나라 드라마의 통속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해도 이 드라마는 내내 심장에 울림을 주는 올해 몇안되는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신지현의 죽음을 두고 말도 많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녀의 죽음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신지현은 눈물 세방울을 얻어 자신을 살리려 애썼지만 그 와중에 미쳐 자신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사랑을 보고 만다.우리안에 숨어 있어서 미쳐 보지못한 너무나 소중한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드라마 "49일"의 여정을 가만히 따라가보자.
보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신지현(남규리분)은 소위 엄친딸이다.좋은 부모님에 좋은 친구들,능력있는 약혼자 그리고 명랑 소녀처럼 해맑은 성격으로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다.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모르던 사실이 있었다.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지고나서 일종의 저승사자격인 스케줄러(정일우 분)에게 다시 살아남으려면 49일동안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눈물 세방울을 목걸이에 얻어오라고 제안한다.그녀는 이 여정이 얼마나 파란만장할지는 염두에 두지도 않고 금새라도 눈물 세방울을 얻을 것처럼 스케줄러의 제안에 환호하며 눈물 세방울을 찾아 떠난다.그러나 지현은 자신의 약혼자 강민호(배수빈 분)와 절친 신인정(서지혜 분)의 불륜을 알게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아버지의 회사를 집어삼키려는 음모를 알게 된다.인생에는 희노애락이 있는데 살아서 인생의 기쁨만 알던 신지현은 도리어 자신의 코마상태에서 분노와 배신이 삶의 전체를 지배했음을 알게 된다.그 누구도 자신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없음을 알고 지현은 절망하지만 자신의 눈길이 미처 닿지않던 곳에 숨어 있던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된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한 곳에 숨어서 자신을 애절하게 사랑하던 한강(조현재)의 사랑을 알게된 지현은 자신의 둔함과 어리석음을 탓하며 단 한번이라도 한강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그또한 쉽사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된다.쉽게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여 사랑이 없는걸까?공기의 실체를 볼 순 없어도 그 존재를 알 수 있듯이 인스턴트 사랑이 판치는 세상속에 단 한사람만을 바라보는 진실한 사랑을 지현은 한강에게서 보게 된다.능력좋고 매너 좋았던 약혼자 강민호의 철저한 이중생활과 친구처럼 투닥거리며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던 한강이 지현을 향해 흘린 눈물의 의미를,각종 연애 지침서가 사랑의 기술들을 열거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랑은 외면한다.당신이 그런 사랑을 하면 바보라고 돌리어 말하면서,하지만 되묻고 싶은건 진심으로 그런 사랑을 한 이는 진정성 있는 사랑의 기억이 평생 가슴속에 살아있음을 알기에 쉽사리 사랑을 매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죽음보다 더 무거운 사랑의 기억
신지현은 송이경(이요원분)이라는 여자의 몸 속으로 빙의된다.스케줄러가 정해논 시간은 49일,그 기간동안 눈물 세방울을 얻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지현은 송이경과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하지만 곧 신지현은 송이경의 괴기스러운 삶에 경악한다. 평생을 따스한 햇빛만 쬐고 살아온 식물처럼 인생의 그늘이 없던 지현은 무덤보다 어두운 방 안에서 시체와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송이경이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어떻게든 송이경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송이경은 사랑하는 남자와의 이별과 그 남자의 죽음이 후 5년간 살아갈 희망의 끈을 잡지 못한채 여러 차례 자살미수 끝에 지옥보다 더 외로운 삶을 이어간다.송이경의 사랑은 그녀의 전부였으며 남자의 죽음은 사랑과 인생의 종말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어느순간 신지현은 송이경이 사랑했던 남자가 스케줄러였으며 둘의 헤어짐도 오해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기억이 삭제되었던 스케줄러도 자신이 송이경을 사랑했던 송이수라는 것을 기억해내며 자신이 송이경에게 나타나기 위해 5년여의 시간을 스케줄러로써 생활함을 알게되지만 죽은 자는 산 자에게 다가설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친다.둘은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지만 여느 연인이 그러하듯 한순간의 오해와 헤어짐,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하게되며 살아 남은 자는 평생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여담이지만 송이경의 사랑은 필자에게는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상황이었다.그녀가 겪은 상황이 예전의 내 모습과 흡사했고 불편하면서도 마치 오래전의 나를 보는 느낌으로 빠져 들었다. 누구나 겪을 사랑하는 이들의 오해와 다툼. 무심함,그리고 암을 품고 고통속에 떠난 사람,그렇게 무덤보다 어둡고 습기찬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들,너무나 기억하기 싫은 느낌에 몸서리 치며 울며 불며 나 자신이 송이경에게 빙의된듯한 너무나 선명한 이별의 기억,송이경을 그 죽음보다 더 깊은 상처로부터 꺼내준 것은 5년만에 인간으로 잠시 송이경의 곁에 온 송이수의 당부이자 부탁이였다. 급작스런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스케줄러 송이수는 험난한 스케줄러의 업무로부터 해방되어 드디어 사랑하는 송이경의 곁으로와 "날 위해서라도 행복해줘.." 라며 송이경이 살아서 행복하길 소원한다.내 사랑하는 이가 암으로 결국 생의 손길을 놓을때 당부하던 말 역시 그랬다."사는것을 포기하지말고 내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줘.."송이경의 사랑과 삶은 내게 거울과 같아서 그녀가 스스로 그 어둡고도 무거운 무덤속에 나 자신이 있는듯한 느낌들,가장 절망적이면서 희망조차 볼 수 없었던 송이경의 사랑,심장이 터질듯한 아픔이 내게 이입되는 감정을 느끼며 그녀의 삶이 행복해지자 내게도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빌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사랑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시크릿가든이 마법같은 사랑 이야기라면, 49일은 우리가 미처보지 못한,느끼지 못한 사랑의 기억을 향한 추억의 이야기이다.신지현을 배신한 애인과 친구들,신지현이 살아 생전엔 알지 못한 진정한 사랑의 발견,송이경이 삶을 놓으면서까지 잡고 싶어한 옛 사랑의 그림자,사랑에 기쁨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렇지 못하기에 사랑을 겪는만큼 성숙해지고 강해지는 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예의이며 행복해지는 길일 것이다.신지현이 찾아나선 진정한 사랑의 눈물 세방울은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것이다.송이경의 사랑에 대한 고통은 현재 사랑의 통증에 우는 연인들을 위한 눈물이며 내 아스라한 추억의 부스러기와도 같았다.드라마 49일은 끝이 났다.그러나 우리는 현재를 살며 지금도 사랑을 하고,해야 한다.눈물은 아무리 흘려도 결국엔 볼에 멈추어 마른다. 지금도 사랑에 눈물 짓고 아파하는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좀 더 행복해지고 좀 더 강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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