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노출과 에로티시즘에 가리어진 한국 계급사회에 대한 고찰/
이정재, 전도연, 서우 주연 한국영화 하녀
2010년 개봉작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품 하녀를 임상수 감독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흔치 않은 하녀라는 제목에서부터 전도연이라는 탑 여배우와 이정재의 조합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전도연이라는 배우로 압축되는 노출 연기와 에로티시즘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으며 저택에 하녀를 들여 생활하는 귀족 문화가 우리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영화 하녀는 유럽 등에서는 익숙한 주제로 인해 리메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았었는데 영국 유력 제작사가 영화 하녀 리메이크를 결정하고 현재 캐스팅 작업이며 할리우드에서 한창 주목받는 스타 배우가 전도연이 맡았던 하녀 은이 역 물망에 올랐으며 은이 역할 외에도 주요 배역에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이 거론되고 있어 에로티시즘으로 치장했지만 21세기 계급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했던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어떠한 모습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의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영화 하녀를 변화시킬지도 새삼 궁금해지기는 합니다만 올드보이가 형편없이 리메이크 도니 전례를 보면 할리우드나 외국에서 리메이크된다고 무조건 환영할만한 일은 또 아니라고 생각 듭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 바람난 가족, 오래된 정원, 돈의 맛,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 컬러 오브 아시아-마스터즈 등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 작품으로 하녀 은이 역에 전도연, 주인 남자 훈역에 이정재, 안주인 해라 역에 서우, 하녀 병식 역에 윤여정, 해라와 훈 딸 역에 안서현, 해라 모 역에 박지영, 문소리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하녀 시놉시스는 이혼 후 식당 일을 하면서도 해맑게 살아가던 은이(전도연 분), 유아교육과를 다닌 이력으로 자신에게는 까마득하게 높은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가게 됩니다. 완벽해 보이는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분), 쌍둥이를 임신 중인 세련된 안주인 해라(서우 분),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여섯 살 나미(안서현 분), 그리고 집안일을 총괄하는 나이 든 하녀 병식(윤여정 분) 과의 생활은 낯설지만 나름 즐겁게 보내던 은이는 어느 날, 주인집 가족의 별장 여행에 동행하게 되고 자신의 방에 찾아온 훈의 은밀한 유혹에 이끌려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본능적인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이후에도 은이와 훈은 해라의 눈을 피해 격렬한 관계를 이어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식이 그들의 비밀스러운 사이를 눈치채면서 평온하던 대저택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존재하는 상류사회, 하류사회라는 계급문화
공식적으로 계급사회는 100여 년 전에 종식되었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사회가 계급으로 굴러가고 있다 믿습니다. 영화 하녀 오프닝 장면은 시장 뒷골목 풍경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며 서민들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장면을 보여주다가 한 여자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열어 나갑니다. 주인공 은이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한 여자의 자살의 원인은 굳이 밝히려 들지도 않으며 누구도 자살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살아가기 바쁘고 먹기 바쁜 시대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에 무미건조한 반응들은 결국 영화 결말에 가서 은이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마치 운명론 같은 느낌까지 풍깁니다. 사회 최하층민들의 죽음에 같은 서민들도, 사회조차도 관심 두지 않는 현시대의 모습을 풍자한듯싶었습니다. 은이는 훈이와 해라가 사는 대저택, 상류사회에 오래된 하녀 병식을 따라 하녀로 들어오면서 초반에는 하녀의 기본에 충실합니다. 낯선 집에서 나름 적응기를 가지는 동안 오래된 하녀 병식의 주인집 부부를 대하는 태도는 앞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깍듯하지만 은이와 있을 때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데 병식이 훈이와 해라의 집에 오랫동안 하녀로 있었던 이유가 돈 이외에는 다른 무엇도 없음을 보여줍니다. 철저하게 돈으로 움직이는 현재의 상류사회는 그렇기에 비정하고 추악스러운 이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용주와 피고용자_금수저와 흙수저
은이(전도연 분)는 일산에 집이 있지만 전세를 놓고 훈이와 해라의 대저택에 기숙하며 가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병식(윤여정 분)과 분담하지만 유아교육과를 나왔다는 이유로 쌍둥이를 밴 해라(서우 분)와 딸 나미에 대한 육아에 더욱 치중하는데 그런 은이는 일반적인 피고용자의 모습으로 우리 사회 서민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이 먹고 오래된 하녀 병식은 아들이 판검사 임용에 붙으며 개천에서 용 난 피고용자로 언제든지 고용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은이는 기댈 곳 하나 없는 온전한 피고용자이자 흔한 말로 흙 수저의 전형이었다는 것입니다. 금 수정이 자 고용주인 훈이와 해라는 한마디로 교양 넘치며 딸 나미는 그 흔한 투정 하나 없으며 은이에게 무척 친절한 아이로 "친절하게 대해야 자신이 높아진다"라는 말을 은이에게 하는데 이 말은 은연중 상류와 하류계급을 분류하고 있기도 합니다.
친절과 일회성 도구의 경계에서
은이가 하녀라는 신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바로 훈이와 해라와 함께 여행을 가던 날 눈보라가 치는 겨울밤에 은이는 수영복을 입고 야외에서 있지만 훈과 해라, 나미는 따뜻한 실내에 있었으며 훈은 은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밖이 춥다며 문을 닫아버립니다. 이 장면은 철저하게 훈의 가족과 은이를 분리하는 장면으로 계급이 나누어져 있다는 무언의 암시였으며 특히 훈이 쌍둥이를 임신한 해라로부터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자 은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데 당연하게도 은이를 제외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훈이의 행동이 은이를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일회성 도구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훈이는 나중에 한 번 더 은이를 쾌락의 대상이자 욕구의 창구로 사용하고 수표를 집어던져 줍니다. 하지만 훈이와의 정사를 통해 집안의 하녀였던 은이는 예뻐지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자로 각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은이의 변화된 감정은 불행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에로티시즘에 가리어진 계급사회에 대한 단상
은이가 들어온 훈이와 해라의 집을 관리하는 것은 오래된 하녀 병식입니다. 그녀 역시 피고용인이고 하층민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 일해왔기에 집안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며 은이에게 늘 경고해줍니다. 아주 무서운 집안이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집안이며, 너를 어떻게 해칠까 봐 그게 두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은이와 훈이의 탈선을 해라의 친모에게 가장 먼저 보고합니다. 훈이와 해라의 대저택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하며 계층구조로 이루어진 사회를 뜻하며 은이는 사실상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병식이 해라모에게 은이를 표현하는 말은 "은이는 착한데,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백치 같다"라는 말을 하는데 바로 은이의 그런 모습이 우리 서민들을 보는 상류사회의 시선인 것입니다. 은이는 불합리한 사회구조 속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도 모르고 지나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하녀의 결말은 비극 그 자체입니다. 영화 오프닝 초반 한 여자의 자살로 시작한 영화 하녀는 은이가 분신자살을 하며 결말로 치닫습니다. 여기에서 은이는 왜 분신자살을 택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착취를 당하고 불합리한 일을 당한 은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복수지만 복수의 대상이 애매모호합니다. 쌍둥이를 임신한 해라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자신을 잘 따르던 어린 나미에게 혹은 훈이에게 복수를 시도하기에는 은이는 너무 착하고 모질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면 은이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됩니다. 은이의 분신자살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가 불합리한 세상의 처사를 알리기 위해 택한 가장 효과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의 하나였으며 실제로도 많은 노동자들이 분신자살의 방법으로 불합리한 처사를 알리는데 일조했습니다. 분신자살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하기엔 너무 억울했던 이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을 은이 역시 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은이의 분신자살을 목격한 이들은 해라와 훈이의 가족들뿐, 은이의 죽음은 무가치하고 의미 없는 죽음처럼 세상도, 훈이 가족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행복을 구가할 뿐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영화 하녀의 엔딩 장면은 은이의 분신자살 이후 나미의 생일파티를 하는데 시중을 드는 하녀들은 무표정한 로봇처럼 나미에게는 샴페인을 따라주며,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왠지 허영기 가득한 대화는 결국 은이의 죽음에 무감각한 훈이와 해라와는 달리 어린 나미는 은이의 분신자살을 목격한 후 어린 마음속에 충격을 받은 후의, 일종의 트라우마를 표현한 장면이라 여겨집니다.
'- ☆ 詩폐라뮤지엄 > 詩폐라뮤지엄-영화 인사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트라우마와 현실 부정이라는 감옥속의 진짜 공포_파스칼 로지에 감독,크리스탈 리드,아나스타샤 필립스 주연 공포 호러 영화 베스와 베라 (0) | 2021.01.25 |
|---|---|
| 유부녀 은행원이 연하남에게 빠지면 벌어지는 일들_미야자와 리에 주연 일본영화 종이달 (0) | 2021.01.24 |
| 이탈리아판 내부자들 영화 수부라 게이트_로마를 뒤흔든 탐욕과 욕망의 부패와 7일간의 범죄와의 전쟁 (0) | 2021.01.23 |
| 전도연,고수 주연 실화영화 집으로 가는 길_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질문을 던지다 (0) | 2021.01.22 |
| 영화 하녀 그 후의 이야기,김강우,김효진 주연 돈의 맛_치명적인 돈의 유혹과 상류층의 일그러진 속성을 들여다보다 (0) | 2021.01.21 |
| 육아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울하고도 직설적인 시선_23kg 체중을 불린 샤를리즈 테론,맥켄지 데이비스 주연 영화 툴리 (0) | 2021.01.19 |
| 사랑스럽고 따뜻한 반려견 영화 안녕 베일리_베일리 어게인 그 후의 이야기 (0) | 2021.01.18 |
| 애견인 필수 베스트셀러 원작 힐링영화 베일리 어게인_영혼의 동반자 내 삶의 목적 (0) | 2021.01.17 |
| 리들리 스콧 감독 연출 페미니즘 걸작 영화 델마와 루이스_수잔 서랜든,지나 데이비스가 그려낸 강렬한 여성 해방 (0) | 2021.01.16 |
| 조연에서 주연으로 마동석,윤계상 주연 범죄액션영화 범죄도시_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0) | 2021.0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