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 연출 페미니즘 걸작 영화 델마와 루이스/
수잔 서랜든,지나 데이비스가 그려낸 강렬한 여성 해방
한국영화 82년생 김지영은 21세기 한국사회 여성의 문제를 제시한 작품으로 한국영화의 페미니스트 영화의 공식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 소개할 영화는 페미니즘의 고전이자 명작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1년 개봉 이후 페미니스트 영화의 걸작이자 고전으로 인식되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입니다. 사실 한국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새삼 생각나 찾아본 델마와 루이스는 사실 연출을 맡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 코멘터리를 보면 리들리 스콧 감독은 전통적인 남성 버디 무비 장르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작업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델마와 루이스 개봉 이후 미국 사회에서 여성 억압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졌는데 델마와 루이스라는 두 여성 주인공이 탈선하여 자유를 만끽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두 여성은 탈선으로 범죄자가 되었지만 남성들이 악행의 근본적 원인이었으며 남성우월주의적 행동이 없었다면 델마와 루이스가 죄를 지을 일도 없었기 때문에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피해자임을 잘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소년과 자전거 (1965), 에이리언 (1979), 블레이드 러너 (1982), 블랙 레인 (1989),1492 콜럼버스 (1992), 글래디에이터 (2000), 킹덤 오브 헤븐 (2005), 어느 멋진 순간 (2006), 로빈후드 (2010), 프로메테우스 (2012),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2014), 에이리언: 커버넌트 (2017)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으로 주연배우들로는 루이스 소여 역에 수잔 서랜든, 델마 디킨슨 역에 지나 데이비스, 할 슬로컴 역에 하비 케이틀, 지미 레녹스 역에 마이클 매드슨, 대릴 디킨슨 역에 크리스토퍼 맥도널드, 제이디 역에 브래드 피트 등이 출연합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시놉시스는 보수적인 남편을 둔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 분)와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잔 서랜든 분),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함께 휴가를 떠난 두 친구는 휴게소에서 그녀들을 강간하려는 한 남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즐거웠던 여정은 순식간에 끝을 알 수 없는 도주가 되어버립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사막을 달리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그녀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멕시코로 향하는 길목에서 매력적인 카우보이 제이디(브래드 피트 분)가 나타나게 되고,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델마를 지켜보며 루이스는 조금씩 불안감이 커져갑니다. 한편, 강력범으로 수배가 된 그녀들은 좁혀오는 수사망과 함께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갑갑한 집안 일과 직장이라는 단조로운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휴가를 즐길 계획이었던 델마와 루이스는 델마를 성폭행하려던 동네 건달을 루이스가 델마가 가지고 온 권총을 발사, 죽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나락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스토리라인만 본다면 어둡고 무거워 보이지만 델마와 루이스는 도망가는 와중에도 해방감을 맛보며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개봉된 시기의 미국은 성차별이 만연하던 90년대 초로 미국에서도 페미니즘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 않았던 시기이며 더욱이 영화계는 제작자,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남성들이 주류였기 때문에 페미니즘과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훨씬 적었던 시대였다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마초 국가이자 남성적인 문화가 만연한 나라이었기 때문에 영화 델마와 루이스처럼 남성우월주의적인 문화를 비판하는 영화는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제6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작이자 여우조연상, 촬영상, 감독상, 편집상 후보작에 올랐으며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같은 고전 걸작 로드 무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강렬한 결말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마주되고 패러디될 정도입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클래식 카 썬더버드를 몰고 영화 러닝타임 내내 신나는 음악을 틀며 도로를 질주하는 등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지만 희망적이라기보다는 인생의 막다른 곳에 몰린 델마와 루이스가 그동안의 체면과 안위를 포기하고 내일은 없이 오늘만 보고 달리며 즐기는 유쾌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히로인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는 1992년 제6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명 모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하지만 양들의 침묵 조디 포스터가 여우주연상 수상) 여성 각본가 칼리 쿠리가 각본상을 수상합니다. 여기에도 무명시절의 젊고 풋풋한 브래드 피트가 사기꾼으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미국 사회의 여성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자유롭고 당당할 것이라는 선입관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보면 산산조각 나는데 델마는 남편의 눈치를 심하게 보는 일반적인 가정주부인데다가 루이스와 떠나는 여행 역시 결국 허락을 받지 못하고 남편 몰래 빠져나오는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루이스는 자신만을 사랑하는 지미라는 남자친구 때문에 델마가 처한 환경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그녀 역시 텍사스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에 델마를 향한 남성의 성폭력에 분노하고 결국 방아쇠를 당기면서 남성우월주의 사회에 거침없는 일격을 가하게 됩니다. 숨 막히고 긴장된 도주 과정 역시 델마와 루이스에게 해방감을 만끽하는 여행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델마는 가부장적인 남성 사회 속의 전형적인 현모양처상으로 영화 초중반까지 극암 캐릭터이지만 루이스와 떠난 길 이후 점차 자아를 회복하며 도피자금으로 루이스의 남자 친구 지미가 가져온 돈을 제이디(브래드 피트 분)가 훔쳐 가자 델마 자신이 강도 짓을 해 돈을 마련하기도 하며 경찰의 검문에 걸리자 경찰을 위협하고 경찰차 트렁크에 가둬버리기도 합니다. 델마의 루이스의 절벽으로 날아가 버리는 자동차 질주 신은 델마와 루이스의 명장면이기도 한데 뒤쫓아온 경찰들에게 포위되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델마와 루이스, 경찰들에게 사살당하거나 체포될 처지에 놓이자 델마는 멈추지 말고 계속 달리자고 루이스에게 말하고 루이스와 델마는 그랜드 캐넌의 웅장한 대자연 속으로 자동차를 몰아 날아갑니다. 남성 권위주의의 사회에서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틀과 법의 테두리가 아닌 자신들의 의지로 끝까지 내달리는 마지막 엔딩 신은 델마와 루이스가 진정한 자유와 기존의 사회가 만들어놓은 여성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날갯짓이자 해방의 질주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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