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
붙잡을 수 있었던 살인범 초기 수사 부실로 미제사건이 되다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은 2002년 6월 28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현 서원구)의 한 빌라의 옥상 물탱크실에서, 23일 전 실종된 43살 강정숙(이하 강씨)의 시신이 발견된 미제사건으로 당시 경찰의 어설픈 초동 수사로 인하여 사건 발생 이후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범인은 검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사건입니다.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_엄마의 실종
6월 5일 오후 5시, 강씨의 아들,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송군은 하교 후 집에 왔는데 거실에 있던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습니다. 특히 거실은 엉망이었는데, 빨래도 돌리지 않아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엔 저녁 준비를 하다 만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평소 꼼꼼한 강씨의 성격을 생각하면 있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여동생 송양도 돌아와 엄마를 함께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남매는 밤새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인 6월6일실종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자택 내부는 수사하지도 않은 채, '접수해놓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강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과 발견된 후의 증거들은 다음과 같은데
증거 ① 강씨는 2002년 6월 5일, 오후 3:30에서 오후 5:00 사이에 없어졌다.
증거 ② 당시 마루의 붙박이장 앞에 소파가 있었는데,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붙박이장이 열려 있었다.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엔 반찬거리가 다듬어져 있었다.
증거 ③ 2002년 6월 5일, 오후 5:22, 강씨의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은행에서, 강씨의 카드로 누군가가 돈을 인출했다. 그리고 오후 5:33, 버스 터미널의 현금지급기에서 또 한 차례 돈을 인출했다. 2002년 6월 7일, 오전 11:20분, 그는 또 한 차례 돈을 인출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1천만 원을 인출했다. 첫 번째 인출 시, 가족들도 처음 보는 남자의 모습이 은행 CCTV에 찍혔다.
증거 ④ 강씨가 없어진 그 시간 동안, 남편 송 씨는 현장에 없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음이 증명되었다.
증거 ⑤ 2002년 6월 28일, 강씨의 집 위층 물탱크실에서 강씨의 부패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증거 ⑥ 시체와 함께 발견된 강씨의 소지품은, 현금 인출에 사용되었던 카드와 휴대전화를 제외하면 모두 그대로였다.
증거 ⑦ 실종 당일 집전화로 통장의 잔고를 여러 번 확인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실종된 지 이틀 간, 강씨의 휴대폰이 청주시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것이 실시간 기지국 추적으로 확인되었다.
증거 ⑧ 집 현관은 억지로 열려고 한 흔적이 없다.
증거 ⑨ 사건 당일, 강씨의 집과 같은 건물에 사는 세입자들 중 요란한 소리나 싸우는 소리, 비명 등의 소음을 들은 사람은 없다.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_무시된 증거들
사건 당일, 강씨의 아들이 집에 왔을 때 본 집안의 모습은 이러했는데,
거실에 있던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특히 거실은 엉망이었는데, 빨래도 돌리지 않아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엔 반찬거리가 다듬어져 있었다. 저녁상을 차리던 도중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6월 5일, 바로 경찰로 간 가족들의 신고에, 경찰은 접수해놓겠다고만 하고 집 내부를 수색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이후 사건을 예감한 가족들이 재차 신고하여 실종이라며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강씨의 실종을 ‘단순가출로 치부했습니다. 당시 사건 현장에 남아있었을 수도 있는 증거는 이때 모두 없어져버린 것입니다.강씨의 남편 송씨는 이렇게 증언했는데,
제가 1991년 6월 25일에 교통사고가 났거든요. 그래서 병원에서 만 5년을 있었어요. 4년 몇 개월을. 약 5년 있었는데, 그 동안에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중에는 심지어 집 팔고 우리 집 가까이 와 가지고, 병원 근처 와서 방 하나 얻으면서 낮에는 제 곁을 지키고…
아내 강씨는 남편과 아이들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보살폈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들은 엄마에게 항상 고마워하며 끔찍이도 위하고 있었다. 이는 뒤에 좀 더 자세히 서술되어있지만, 주변사람들과 친지들을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게다가 그의 아내 강씨는 단 한 번도 연락 없이 집을 비운 적이 없던 사람이었기에, 가족들은 강씨가 실종된 직후부터 범죄를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혹시나 했던 것인지 통장 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범죄라고 생각되는 점이 또 발견되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통장이, 카드가 우리 가족통장으로, 내 이름으로 돼 있어요. 다. 그거를 은행에 조회를 해봤더니, 통장에서 카드로 1천만 원 빼간 게 있더라고. 우리 집사람은 1백 원짜리 하나도 진짜 벌벌벌 떨고 써요. 그리고 더군다나 이 돈은 내 남편 몸하고 바꾼 돈인데,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 우리는 돈 없으면 죽는다. 그런 생각을 항상 하고, 나한테 얘길했기 때문에, 1천만 원이라는 돈을 갑자기 찾아갈 리가 없어요.
강씨의 실종 그날, 바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남편은 즉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바람 나서 도망갔을 것이라는 막말을 하며 신고를 묵살해버렸습니다. 며칠 있으면 들어올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결국 남편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택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현금이 인출된 가경동의 한은행에 직접 찾아가서 6월 5일 오후 5시 22분부터 한 번에 70만원씩, 수차례에 걸쳐 현금 1천여만 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씨가 사라진 그날 오후 5시 22분부터6월7일 오후 12시까지 벌어진 일이었습니다.가족은 직접 은행을 찾아가 관계자에게 사정한 끝에 CCTV를 보게 됐는데,20~30대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강씨의 카드로 마구잡이로 돈을 인출하고 있었습니다.이제야말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라는 희망으로 남편은 이 사실을 경찰에게 알렸으나, 경찰은 여전히 수사를 시작하기는커녕 '이 남자하고 놀러가려고 돈 찾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겼고 남편이 아내는 40대 중반이고 사진 속 남자는 기껏 해봐야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라며 항의했지만,누구 시켜서 심부름 시킬 수도 있지 않느냐며 계속해서 억지를 썼습니다.
그때 이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에 무슨 일이 많았느냐면, 바람난 아줌마들이 내연남하고 가출을 한 거예요. 그런 일이 많았어. 하필이면 이때. 내가 옆에서 이렇게 볼 때, 에이, 또 바람나서 나갔는데. 며칠 있으면 돌아오지, 뭐. (웃으며) 그렇게 나도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다른 형사도 그렇게 알았던 거야. 그게…
-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의 증언
결국 경찰은 합리적인 근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편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물증 앞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확증편향과 인지부조화로 인해 계속 말을 바꾸며 끝까지 우겨댔던 것입니다.결국 CCTV에 찍힌 남자의 얼굴로 전단지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 붙이고 다니며 애써야 했던 건 당시 실종된 강씨의 가족들이었습니다. 경찰은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범인이거나 최소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그 남자에게 도주할 시간을 주게 되었으며,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날려버린 것입니다.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_시신 발견
경찰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가족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전단지를 붙이며 강씨와 CCTV 속 그 남자를 찾으려 애쓰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집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무언가 썩는 듯한 악취가 진동하고, 집 앞 복도에 구더기가 끓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강씨의 실종 23일이 지난 6월 28일, 송군은 악취의 근원을 찾다가 옥상의 물탱크실 앞에까지 왔고 문 앞에 구더기가 들끓으므로 물탱크실 안이 근원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이상하게 여겨 조심스레 올라가 본 송 군이 물탱크실 안에서 본 것은, 심하게 부패된 어머니 강씨의 시신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사거리 신호 받고 있었어요. 근데 우리 아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막 울면서 소리지르는 거예요. 엄마 발견… 사체 발견됐다고, 자기가 발견했다고…
- 강씨의 남편 송씨
사건은 집안 어디에선가 일어난 것으로 보였는데 그런데 시신이 발견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의 의견은 이와 좀 달랐습니다.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_경찰과 전문가의 다른 의견
당시 수사반의 전체 의견은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경찰의 일각에서 나온 추리는 이러했는데 2002년 6월 5일, 강씨의 실종이 최초 신고되었을 때, 경찰은 이를 단순가출로 단정 지었는데 그리고 증거 ③, ⑦, ⑧, ⑨는 그런 심증을 가지고 있던 그들에게는 그 심증이 올바르다는 근거로 해석되었는데, 이 바탕에는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는 그들의 심증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는 강씨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에도 해석의 세부사항만 바뀌었을 뿐,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는 경찰의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증거 ③ - 경찰은 시신 발견 전에는 강씨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남자를 강씨의 내연남이거나, 강씨 혹은 그 내연남이 심부름을 시킨 사람으로 해석하였다. 시신 발견 후에는, 남편 송씨가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공범 등으로 하여금 돈을 인출하게 했다고 해석했다.
증거 ⑦ - 시신 발견 전에는, 경찰은 강씨의 휴대폰이 켜진 채로 청주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강씨의 가출 근거로 판단하였다. 시신 발견 후에는, 남편 송씨가 공범 등을 시켜서 아내가 살아있다고 위장하려는 행위로 보았다.
증거 ⑧ - 강씨의 집 현관에는 억지로 열려고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을 경찰은 남편 송씨나 강씨가 문을 열어줄 정도로 면식이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증거로 보았다.
증거 ⑨ - 사건 당일, 경찰은 소음을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면식범이거나,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는 증거로 해석했다.그리고 당시 사건 담당 수사관들 중 일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고 합니다.
강씨는 남편 송씨, 혹은 송씨의 공범이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살해한 후, 수사망을 속이기 위해 다시 물탱크실에 시신을 갖다놓았을 것이다. 송씨는 아들과 딸 등의 시선을 가리거나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었을 것이므로, 직접 혹은 공범으로 하여금 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강씨의 시신을 옮겨 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시신이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남편 송씨가 범인임이 확실하다.
당시 모친의 참혹한 시신을 보고 송군은 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말 없이 오열했다고 합니다. 이 일이 큰 트라우마가 되어 몇 달 동안 실어증을 앓았고 사건에 대한 일부 기억마저 잃어버렸다고 합니다.그것이 알고싶다 814화 제작 당시, 취재진은 전문가의 협조를 얻어 송 군을 대상으로 실종된 당일부터 시신을 발견한 순간까지의 최면 수사가 진행되었는데 최면을 통한 송군의 기억역행은 실종 당일날까지는 잘 되었지만 당일 모친이 실종된 시간부터 송군이 심각하게 고통을 호소해서 중단되었습니다. 당시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의 박주호 경장의 말에 따르면, 학교에서 하교하는 그 순간으로 유도를 하자 당시 심한 충격을 받았던 송군의 정신적 방어기제가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으로 제작진은 송군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고, 이후 재시도로 일부나마 몇 가지 밝혀내었는데 최면수사를 통해 밝혀진 송 군의 기억 일부에 따르면,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_시신은 처음부터 물탱크실에 있었다
1) 당시 강씨의 시신은 반바지에 티에 앞치마를 한 상태였다.
2) 머리가 산발이 됐고,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이 많이 부패했다.
앞치마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강씨는 당시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도중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런데 시체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면, 왜 강씨의 시신은 실종된 지 23일이 지나서야 발견됐을까? 실제 송군은, 강씨가 실종된 2002년 6월 5일과 그 이후에도 집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 옥상 물탱크실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여 물탱크와 옆의 벽 사이로 손도 넣어보았으나 아무 것도 찾지 못했었습니다.당시 경찰 일각에서 나온 추리대로 (남편 송씨의 공범, 또는 강씨의 내연남일 수도 있는) 범인이 밖에서 강씨를 살해한 후 몰래 시신을 이곳에 옮겨놓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없었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다면 당시 송씨와 아들, 딸은 강씨의 일로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었는데, 범인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강씨의 시신을 그리로 옮겨놓을 이유가 있었을까? 남편 송씨를 용의자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완전히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사건현장의 사진에 남은 물탱크 뒷벽 머리카락과 부패액의 흔적을 보면, 시신이 뒷벽과 물탱크 사이에 끼어있다가 부패하자 부패액이 윤활액처럼 작용하여 미끄러져 상대적으로 공간이 더 넓은 옆으로 쓰러진 듯한데 부패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데, 이것이 송군이 맡은 악취의 원인이었으며 이렇게 부패하여 악취가 번지고 엄청난 구더기가 끓자, 송군이 이상하게 여기고 올라가서 물탱크실 문을 열었을 때야, 옆으로 쓰러진 강씨의 시체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시체는 처음부터 물탱크실에 있었을 것입니다. 시신 발견 당시, 물탱크 아래에서 강씨의 소지품이 카드를 제외하고는 그대로 다 있었고 강씨의 카드로 현금이 처음 인출된 시각이 실종 직후인 2002년 6월 5일 오후 5시 22분이었음이 이를 뒷받침합니다.현금인출은 그 후로도 여러 번 있었지만, 경찰이 무시하고 넘어간 것은 단순가출이라는 심증을 확신하고 단정한 탓이었습니다.경찰은 잘못된 심증을 확신하고, 연이어 어이없이 대응하였는데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의 말에 따르면, 없어진 강씨의 휴대전화를 실시간 기지국 추적을 해봤는데, 전원이 켜진 채 며칠 동안 청주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확인됐다고 합니다.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내연남과 바람났거나 하여 가출했다고 확신했기에, 강씨가 아직 청주 시내를 떠나지 않은 듯하니 곧 돌아올 거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대응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진 후로 모든 단서는 끊겼고 휴대전화를 추적해서 범인을 찾을 수 있었을 기회도 경찰이 날려버린 것이었습니다.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_범인은 돈이 목적이었나?살인이 목적이었나?
부녀자가 혼자 있는 집에 누군가 침입해서 살인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사건이지만, 일반적인 강도살인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시신이 발견된 장소입니다. 대개 돈을 빼앗기 위한 강도살인 현장에서는 시신이 대부분 사건현장에서 발견됩니다. 목적한 돈을 손에 넣으면 한시바삐 그 현장을 벗어나고자 하는 게 범죄자의 심리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강간을 목적으로 한 살인이거나 원한 등으로 살인 자체가 목적이라면, 범인은 자기 흔적인 시신을 감추는 데에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그런데 이 사건은 그 어느 쪽도 아닌데 돈을 노리고 들어온 듯한 범인이 시신을 감춰버렸는데 감춘 장소가 물탱크실이었습니다.시신이 발견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곳입니다.즉 치밀하게 살인흔적을 감추려한 것은 아니며 그렇다면,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잠시 동안이나마 시간을 벌어야만 했던 사람이 범인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유족들 말에 의하면, 물탱크실 문을 열어볼 사람들은 가족밖에 없지만, 물탱크실이 거기 있는 줄은 세입자들은 대부분 알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경찰은 옥상으로 난 계단 옆에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물탱크실이 있음을 아는 사람들을 일단 용의선상에 올렸으며 세입자들 모두 경찰조사를 받았고, 수배 중에 있는 사람들 두세 명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중 CCTV에 찍힌 모습과 비슷한 사람이 있었지만, 알리바이가 증명되어 혐의를 벗었다고 합니다.
표창원 前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에 의하면,
이 사건의 핵심은 돈으로 보이고요. 돈을 노린 누군가가 피해자 집에 침입을 해서, 혹은 들어와서 피해자와 조우하고, 그리고 피해자로부터 카드와 카드 비밀번호를 습득한 뒤에, 고의였건 고의가 아니었건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고, 범인은 상당히 당황한 상태에서, 어쨌든 어느 시간 동안, 일정 시간 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그런 어떤 절박감을 느꼈을 테고요. 그런 상황에서 집 내부, 방 내부에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봤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마 방 안팎의 위치를 살펴보다가 발견한 것이, 아마 옥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물탱크 저장고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보입니다.
시신이 23일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고 범인도 끝내 잡히지 않았던 것은 범인이 치밀하게 계획해서가 아닙니다.잘 안 쓰는 물탱크실이라는 특징과 경찰의 졸속수사가 겹쳐진 탓이었습니다. 이는 범인에게는 행운이었고, 유족들에게는 비극이었는데 사실 이 어느 쪽인지 애매한 범행 패턴 때문에 수사가 혼선을 빚었습니다. 일반적인 강도살인에서는, 대표적인 강도 살인마 정두영이 그러했듯, 그냥 죽이고 가능한 빨리 사건현장을 탈출합니다. 왜냐하면 대낮에 집 밖에 시체를 들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며 만약 강도가 목적이고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 당황해서 도망치기가 일반적이지, 시체를 빌라 옥상 물탱크실까지 끌고 가서 몰래 숨겨야겠다는 발상을 하는 강도는 거의 없습니다. 대낮에 빌라라면 잡상인이나 배달 등 여러 사유로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낯선 남의 집에서 시신을 밖으로 끌고 나와 무거운 시신을 끌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 옥상까지 가서 숨겨 놓는다? 옥상 물탱크실 구조나 빌라의 구조를 잘 모르는 강도가 이런 위험천만한 행각을 벌이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물탱크실 숨겨봐야 완전범죄도 아니고 단지 발견될 시간만 좀 늦출 뿐인지라,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고 대낮에 시체를 빌라 옥상까지 끌고 가서 숨겨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특이한, 혹은 해괴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찰은 남편을 용의자로 의심했고, 여기서 심하게 꼬여버렸습니다. 경찰들은 많은 강도 사건을 다루느라 나름 강도들의 패턴을 알고 짬밥도 있는데, 일반적인 사례와 심하게 어긋나다 보니, 강도가 아니라 빌라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자의 소행으로 짚어 첫 단추를 잘못 잠근 것입니다.그렇다고 남편이 죽여서 물탱크실에 숨겨놨다는 것도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원한 등으로 인한 계획살인이라면 계속 '실종'으로 보이도록(이 사건의 경우 아예 단순 가출로 볼 정도였다.) 시체를 더 발견되기 힘든 방법으로 유기하지, 발견되는 거 시간문제인 옥상 물탱크실에 버려두듯 방치한다는 발상은 분명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탱크실 유기는 잠시 시간을 벌자는 의도이므로 단순 강도일 가능성이 높지만 경찰의 졸속수사로 결국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아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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